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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기독교와 고난



미국의 최대 교단인 남침례교단이 지난 6월 14일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열린 연차 총회에서 소위 ‘번영복음(Prosperity Gospel)’은 잘못된 가르침으로 교단 차원에서 거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번영 복음은 예수님의 십자가의 희생과 속죄의 죽음이 교인들에게 건강과 물질적 부를 제공하며, 질병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준다고 가르친다”며 이 같은 신학은 여러 가지 고난을 당하고 질병으로 고통받는 교인들의 믿음이 부족하다고 비난하기 때문에 고난의 성경적 의미를 왜곡하고 있다는 점을 채택 이유로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교단 측은 양의 탈을 쓴 거짓 선지자들이 울부짖는 늑대처럼 성경의 진실을 왜곡하고 있으므로 모름지기 기독교인은 잘못된 가르침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번영신학의 문제점을 지적한 예는 많이 있었으나 교단 차원에서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한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평소에 번영신학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번 결정을 적극 환영하며, 또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은 마음에 늦지 않게 이 주제로 칼럼을 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번영복음은 ‘번영신학(prosperity theology)’에 그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번영신학에서 번영복음(prosperity gospel), 건강 및 재물 복음(health and wealth gospel), 성공 복음(gospel of success)과 같은 용어들이 파생되었습니다. 이런 번영신학을 추종하는 신앙이 곧 번영신앙입니다. 번영신앙이란 예수 믿으면 ‘반드시’ 잘살게 되고, 건강하게 되고, 장수하게 되고, 만사형통하게 된다며 오직 주야장천 ’번영‘만을 외치는 신앙행태를 말합니다. 이런 입장의 기저에는 물질적 축복과 개인적 번영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잘못된 신조가 그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속죄를 영혼의 속죄를 넘어 물질적 가난과 질병의 속죄까지 확대해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칫 본질과 핵심은 제쳐놓고 비본질적이고 주변적인 것들만 강조하는 과오를 범하게 되는 것입니다.

번영신학은 19세기 이래 오순절운동에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1950년대에 미국에서 오순절 교단의 신유운동을 중심으로 번영신학이 무대에 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1980년대 들어서는 TV Evangelist들을 통해 급속도로 발전하다가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명성이 자자한 지도자들의 오순절운동과 은사운동을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어 나갔습니다. 특히 미국 번영신학의 주도자인 오럴 로버츠(Oral Roberts)를 필두로 하여 오스본(T. L. Osborn), 코프랜드(Kenneth Copeland) 그리고 최근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죠엘 오스틴(Joel Osteen) 등 여러 번영복음자들이 왕성하게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이런 여파로 인해 2020년 미국 성인 중 약 36%, 즉 세 사람 중 한 명은 번영복음 가치관에 경도된 것으로 조사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정통적인 주류신학에서는 번영신학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목적이 이끄는 삶』의 저자이자 미국 새들백교회 담임목사인 릭 워렌(Rick Warren)은 "그렇다면 교회 신자들은 모두 백만장자가 되어야 하느냐"며 신학적 깊이가 천박하고 예배를 쇼로 변질시킨 오스틴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번영신학은 황금만능주의 우상숭배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기도란 번영을 허락하도록 하나님께 압력을 행사하는 도구에 불과합니다. 믿음을 지키느라 오히려 가난하게 살았던 사도들과 수많은 믿음의 선진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고난을 당하고 질병에 시달리는 자들이 모두 믿음이 없어서 그런 화를 당하는 것일까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뜻하는 ‘No Cross No Crown’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한낱 잘못된 표현일 뿐인가요?



로버츠 목사가 주장하는 "믿음으로 심은 씨앗은 반드시 더 큰 보상으로 돌아온다"는 이른바 ‘씨앗-믿음’(Seed-Faith) 개념은 신명기 28장과 요한삼서의 2절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그 말 자체로서는 잘못된 주장이 아닙니다. 사실 성경, 특히 구약성경은 물질적 복을 위시해 여러 다양한 복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신명기 28장의 축복은 하나님 말씀에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언약적 충성을 선행조건으로 해서 약속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신명기 28:1-2)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삼가 듣고 내가 오늘 네게 명령하는 그의 모든 명령을 지켜 행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세계 모든 민족 위에 뛰어나게 하실 것이라.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청종하면 이 모든 복이 네게 임하며 네게 이르리니"

그리고 요한삼서의 소위 ‘삼박자 축복’도 먼저 ‘영혼이 잘 되는 것’ 즉 하나님을 성실하게 섬기는 신앙적 형통을 전제조건으로 해서 언급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요한삼서 1:2)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됨 같이 네가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

특히 한국교회에서 기복신앙을 매우 비성경적인 신앙으로 매도하지만, 진정한 믿음을 전제하지 않은 채 축복만을 강조하는 번영신학도 사실상 기복신앙의 아류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지나친 비판이 아닐 것입니다. 요즘 한창 잘 나가고 있는 죠엘 오스틴은 부정적인 삶은 비신앙적이라며 하나님은 적극적으로 부를 일구려는 사람들을 축복한다고 주장하면서 로버츠의 번영복음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번영신학이 미국의 경제 발전에 일조하였고 메가처치(Mega Church) 운동을 유발한 것 또한 사실이지만, 과연 이런 운동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는 예수님의 산상수훈의 정신과 일치하는지 깊이 성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기독교 역사상 가장 모범적인 신앙인이며 가장 위대한 족적을 남긴 사도 바울이 고린도후서 11장에 나열한 그의 고난의 긴 목록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한번 깊이 상고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로마서 8:17-18) “자녀이면 또한 상속자 곧 하나님의 상속자요 그리스도와 공동 상속자니(co-heirs with Christ) 우리가 그와 함께 영광을 받기 위하여 고난도 함께 받아야 할 것이니라. 생각하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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