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많이 먹으면 당뇨병 위험이 높아진다? ‘Neu5Gc’라는 뜻밖의 성분 주목
소고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조금 신경 쓰이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소고기·돼지고기·양고기 같은 붉은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에게서 제2형 당뇨병 위험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가 ‘Neu5Gc’라는 특이한 당 성분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육류를 통해 Neu5Gc를 가장 많이 섭취한 사람들이 가장 적게 섭취한 사람들보다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63%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소고기를 먹으면 안 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게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연구는 매우 흥미로운 단서를 제시했지만 아직 관찰연구이며, Neu5Gc가 당뇨병을 직접 일으킨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한 연구도 아닙니다.
하나씩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https://blog.naver.com/ksg4104/224424383037
소고기 속에서 주목받은 ‘Neu5Gc’가 무엇일까요?
이름부터 상당히 어렵습니다.
정식 명칭은 N-glycolylneuraminic acid, 줄여서 Neu5Gc라고 합니다.
일종의 당 분자입니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Neu5Gc를 몸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인간은 다릅니다.
인간은 오래전 CMAH 유전자의 변화로 Neu5Gc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소고기나 돼지고기, 양고기 같은 붉은 고기를 먹으면 음식에 포함된 Neu5Gc가 몸 안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특히 소고기와 양고기에 비교적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 몸에서 만들지 못하는데 음식으로 들어오면?
여기서 이번 연구의 핵심 가설이 등장합니다.
사람의 면역체계는 외부에서 들어온 Neu5Gc를 자신의 물질과 완전히 같은 것으로 인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섭취한 Neu5Gc 일부가 사람의 조직에 포함되면 면역계가 이를 이질적인 물질로 인식하고 항-Neu5Gc 항체가 관여하는 면역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염증성 면역반응을 연구 분야에서는 제노시알리티스(xenosialitis)라고 부릅니다.
이번 연구진은 바로 이 만성적인 염증반응이 붉은 고기 섭취와 제2형 당뇨병 위험 사이를 연결하는 하나의 경로일 가능성을 살펴봤습니다.
무려 8만9953명을 추적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프랑스의 대규모 장기 코호트 연구인 NutriNet-Santé 참가자 자료를 이용했습니다.
분석 대상은 성인 8만9953명이었습니다.
평균 연령은 42세였고 약 79%가 여성이었습니다.
연구 시작 당시 참가자들은 제2형 당뇨병이나 암이 없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작성한 세 차례의 24시간 식사기록과 음식별 Neu5Gc 함량 자료를 이용해 하루 Neu5Gc 섭취량을 추정했습니다.
그리고 중앙값 7.2년 동안 추적 관찰했습니다.
그 기간에 966명이 제2형 당뇨병을 새롭게 진단받았습니다.
많이 먹은 사람, 당뇨병 위험 63% 높았다
연구진은 육류를 통해 섭취한 Neu5Gc 양에 따라 참가자들을 5개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그리고 가장 적게 섭취한 하위 20%를 기준으로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흥미로운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Neu5Gc 섭취량이 가장 많은 상위 20%는 하위 20%보다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63% 높게 나타났습니다.
두 번째로 많이 섭취한 그룹에서도 위험이 41% 높게 나타났습니다.
나이와 성별, 신체활동, 전반적인 식사의 질, 흡연, 다른 건강상태 등 여러 요인을 통계적으로 보정한 이후의 결과입니다.
BMI를 추가로 고려하면 연관성은 약해졌지만 여전히 통계적으로 유의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63%’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이 숫자를
“소고기를 많이 먹으면 63% 확률로 당뇨병에 걸린다.”
라고 이해하면 완전히 잘못된 해석입니다.
63%는 절대적인 발병 확률이 아니라 연구에서 비교한 두 집단 사이의 상대적인 위험 차이입니다.
더구나 이번 연구에서 비교한 것은 단순히 ‘소고기를 먹은 사람 vs 먹지 않은 사람’도 아닙니다.
연구진이 식사기록을 이용해 추정한 **육류 유래 Neu5Gc 섭취량의 최상위 20%와 최하위 20%**를 비교한 것입니다.
많이 먹은 사람들은 고기를 얼마나 먹었을까?
이 부분을 보면 연구 결과가 조금 더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Neu5Gc 섭취량 상위 20%에 속한 남성은 하루 붉은 고기 섭취량이 중앙값으로 약 97g이었습니다.
가공육까지 포함하면 136g이었습니다.
여성은 붉은 고기 약 73g, 가공육을 포함하면 약 96g이었습니다.
반대로 하위 20% 남성은 붉은 고기를 하루 중앙값 약 5g, 여성은 0g 섭취했습니다.
즉 높은 Neu5Gc 노출은 붉은 고기를 많이 먹는 식습관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반전…’고기 섭취량’까지 보정했더니?
이번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Neu5Gc를 많이 먹은 사람들은 당연히 붉은 고기 자체도 많이 먹었습니다.
그렇다면 당뇨병 위험이 높아진 것이
Neu5Gc 때문인지,
아니면
붉은 고기를 많이 먹은 것 자체와 관련된 것인지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전체 붉은 고기 섭취량까지 추가로 통계 보정했습니다.
그러자 Neu5Gc와 제2형 당뇨병 사이의 연관성은 약해졌고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게 됐습니다.
위험이 높아지는 방향 자체는 남았지만, Neu5Gc가 붉은 고기와 독립적으로 당뇨병 위험을 높인다고 확정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소고기 속 Neu5Gc가 당뇨병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이번 연구는 의미가 없는 걸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미 여러 연구에서 붉은 고기와 가공육을 많이 섭취하는 식습관과 제2형 당뇨병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이 관찰돼 왔습니다.
이번 연구가 새롭게 제시한 것은
“왜 이런 연관성이 나타날까?”
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가능한 생물학적 설명입니다.
즉,
붉은 고기 섭취
→ Neu5Gc 섭취 증가
→ 체내 조직에 일부 포함
→ 면역반응
→ 만성 염증
→ 인슐린을 만드는 세포 또는 인슐린에 반응하는 조직에 영향
→ 제2형 당뇨병 위험에 관여할 가능성
이라는 가설입니다.
하지만 이 연결고리가 실제 사람에게서 어느 정도 작용하는지는 앞으로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일정량 이상 먹으면 위험해진다’는 역치 가능성도
연구 결과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이 있었습니다.
Neu5Gc 섭취량이 조금 증가할 때마다 위험이 일정하게 높아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섭취량이 높은 구간에서 위험이 더 뚜렷하게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Neu5Gc가 조직에 일정 수준 이상 축적되면 면역반응이 커지는 역치(threshold) 메커니즘이 존재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아직 가설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실제 조직의 Neu5Gc 축적량이나 항-Neu5Gc 항체를 직접 측정해 그 기전을 증명한 것은 아닙니다.
우유에도 Neu5Gc가 있다는데 괜찮을까?
Neu5Gc는 유제품에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는 유제품을 통해 섭취한 Neu5Gc와 제2형 당뇨병 사이에 유의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우유의 Neu5Gc 함량이 소고기나 양고기보다 낮고 일반적으로 한 번에 섭취하는 양에도 차이가 있다는 점과 부합하는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연구 결과만 가지고
“Neu5Gc가 있으니 유제품도 당뇨병에 위험하다.”
라고 확대해서 해석할 근거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소고기를 끊어야 할까요?
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현재 건강한 식생활 지침의 핵심은 특정 음식 하나를 완전히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식사 패턴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미국당뇨병협회(ADA) 역시 붉은 고기와 가공육 섭취는 제한하고, 붉은 고기를 먹는다면 상대적으로 지방이 적은 부위를 선택하도록 안내합니다.
단백질 공급원으로는
생선과 해산물
껍질을 제거한 닭고기
콩과 렌틸콩
두부
견과류
등을 함께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공육은 포화지방과 나트륨 함량도 높은 경우가 많아 섭취 빈도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소고기냐 닭고기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제2형 당뇨병은 특정 음식 하나 때문에 발생하는 질환이 아닙니다.
체중과 복부지방, 신체활동, 유전적 요인, 식사의 질 등 다양한 요소가 함께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 농무부의 당뇨병 관련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도 성인에서는
채소·과일·통곡물·콩류·견과류·생선과 해산물을 많이 섭취하고, 붉은 고기와 가공육·정제곡물·당이 첨가된 식품과 음료를 적게 섭취하는 식사 패턴이 제2형 당뇨병 위험 감소와 관련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즉 소고기 한 조각만 떼어놓고 생각하기보다 평소 식탁 전체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기를 좋아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렇게
소고기를 완전히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매일 많은 양의 붉은 고기를 먹고 있다면 횟수와 양을 줄이고 일부 식사를 다른 단백질로 바꾸는 방법이 현실적입니다.
예를 들어
월요일 – 소고기
화요일 – 생선
수요일 – 두부·콩
목요일 – 닭고기
금요일 – 생선
처럼 단백질 공급원을 다양하게 구성하는 방법입니다.
소고기를 먹는 날에는 지방이 많은 부위보다는 상대적으로 살코기가 많은 부위를 선택하고, 베이컨·소시지·햄 같은 가공육을 자주 먹는 습관도 줄이는 편이 좋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꼭 기억해야 할 5가지
첫째, 붉은 고기에 포함된 Neu5Gc 섭취량이 높은 사람에게서 제2형 당뇨병 위험이 더 높게 관찰됐습니다.
둘째, 최상위 20%의 위험은 최하위 20%보다 63% 높았습니다.
셋째, 하지만 붉은 고기 총섭취량까지 보정하자 Neu5Gc와 당뇨병의 연관성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게 됐습니다.
넷째, 따라서 Neu5Gc가 당뇨병을 직접 일으킨다고 이번 연구만으로 결론 내릴 수 없습니다.
다섯째, 이번 연구는 아직 예비 분석 단계의 관찰연구입니다.
연구진 역시 향후 항-Neu5Gc 항체를 직접 측정하고, Neu5Gc와 헴철 등 붉은 고기의 다른 성분을 함께 분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소고기가 나쁘다’가 핵심은 아닙니다
이번 연구를 보고
“앞으로 소고기는 절대 먹으면 안 되겠네.”
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번 연구가 던지는 질문은 조금 다릅니다.
그동안 붉은 고기를 많이 먹는 식습관과 제2형 당뇨병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이 여러 연구에서 관찰돼 왔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Neu5Gc에 의한 만성 염증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아직 답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당뇨병 예방을 생각한다면 매일 많은 양의 붉은 고기나 가공육을 먹기보다는 생선·닭고기·콩·두부·견과류 등으로 단백질 공급원을 다양화하는 것은 현재의 건강한 식사 권고와도 잘 맞습니다.
소고기를 무조건 끊는 것보다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이, 무엇과 함께 먹느냐를 살펴보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 건강정보 안내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했으며 개인의 질병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당뇨병이나 당뇨병 전단계가 있거나 식단 조절이 필요한 경우에는 개인의 혈당 상태, 체중, 복용약 등을 고려해 의사 또는 영양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소고기 #붉은고기 #적색육 #당뇨병 #제2형당뇨병 #당뇨예방 #Neu5Gc #당뇨식단 #혈당관리 #당뇨에좋은음식 #소고기당뇨 #가공육 #건강식단 #중년건강 #건강정보 #건강블로그
이번 연구는 8만9953명을 중앙값 7.2년 추적한 대규모 전향적 관찰자료라는 장점이 있지만, 연구진 스스로 결과가 아직 예비 단계이며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붉은 고기 총섭취량까지 보정했을 때 Neu5Gc의 독립적인 연관성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게 된 점은 결과를 해석할 때 반드시 함께 언급해야 합니다. (News-Medical)
실제 식생활 측면에서도 미국당뇨병협회(ADA)의 단백질 식품 안내는 붉은 고기와 가공육을 제한하고 생선·가금류·콩·두부 등 다양한 단백질원을 활용하도록 안내합니다. USDA의 체계적 검토에서도 채소·과일·통곡물·콩·견과류·생선은 늘리고 붉은 고기와 가공육은 적게 먹는 식사 패턴이 성인의 제2형 당뇨병 위험 감소와 관련된다는 근거가 강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nesr.usda.gov)
\n\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