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만 걸어도 장이 깨어난다? 걷기 직후 장음이 크게 증가한 이유
변비나 복부 팽만감으로 속이 답답할 때 흔히 듣는 조언이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걸어보세요.”
그런데 단순한 생활습관 정도로 생각했던 걷기가 실제로 장에 매우 빠른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가 나왔습니다.
건강한 성인이 20분 동안 편안한 속도로 걸었더니 운동을 끝낸 뒤 불과 1~2분 사이에 장에서 발생하는 소리의 여러 지표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장 소리가 커졌다는 것과 변비가 치료됐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연구 결과를 정확하게 살펴보겠습니다.
https://blog.naver.com/ksg4104/224433655488
20분 걸은 뒤 장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일본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 21명을 대상으로 걷기가 장 운동에 미치는 즉각적인 영향을 조사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먼저 5분 동안 휴식한 뒤 누운 상태에서 1분 동안 장음을 측정했습니다.
이후 트레드밀에서 20분 동안 걷도록 했습니다.
속도도 무리하게 빠른 속도가 아니었습니다.
평지에서 측정한 각 참가자의 편안한 보행속도를 기준으로 트레드밀에서는 그 속도의 약 70%로 걸었습니다.
운동이 끝난 후에는 다시 누워 전자청진기로 장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측정했습니다.
연구진은 식사가 장 운동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실험을 식사 후 최소 2시간이 지난 뒤 실시했습니다.
걷고 1~2분 후 장음 지표가 크게 증가했다
결과는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연구진이 장음의 크기를 평가하기 위해 사용한 **Sound Index(SI)**의 중앙값은 걷기 전에는 분당 약 32.8mV였습니다.
그런데 20분을 걷고 1~2분 후에는 약 66.6mV로 증가했습니다.
수치상으로는 약 두 배입니다.
장음이 발생한 시간의 비율도 변했습니다.
걷기 전 약 **5.3%**에서 걷고 1~2분 후에는 약 **19.3%**로 증가했습니다.
장음 발생 횟수 역시 평균적으로 분당 약 41.6회에서 55.8회로 증가했습니다.
즉 연구진이 측정한 세 가지 장음 지표가 모두 걷기 직후 유의하게 증가했습니다.
그렇다면 ‘1분 만에 장 운동이 두 배’라는 뜻일까?
여기서는 조금 조심해서 해석해야 합니다.
연구에서 약 두 배 증가한 것은 장 운동 자체를 직접 측정한 수치가 아니라 장음의 진폭을 이용한 Sound Index입니다.
장음은 장 안에서 가스와 액체 등이 움직이면서 발생합니다.
따라서 장의 움직임을 비침습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유용한 간접 지표로 활용됩니다.
하지만 장음이 두 배가 됐다고 해서
“장 운동 능력이 정확히 두 배가 됐다”
거나
“변비가 두 배 빨리 해결된다”
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연구가 보여준 핵심은 가벼운 걷기 직후 장 운동과 관련된 장음 지표가 빠르게 활성화됐다는 것입니다.
효과는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이 연구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걷기 직후 증가한 장음 지표가 계속 높은 상태를 유지한 것은 아닙니다.
연구진은 운동 후 1~2분, 2~3분, 3~4분, 4~5분, 5~6분, 10~11분, 15~16분에 걸쳐 장음을 측정했습니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운동 종료 후 1~2분 사이에 나타났습니다.
그 이후 측정에서는 세 지표 모두 다시 안정 시 수준으로 돌아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따라서
“20분만 걸으면 몇 시간 동안 장 운동이 두 배로 활발해진다”
는 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연구는 걷기가 장에 즉각적이고 일시적인 자극을 줄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에 가깝습니다.
걸으면 왜 장이 움직일까?
연구진은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는 걷기에서 발생하는 신체의 기계적인 진동입니다.
걸음을 걸을 때마다 몸에는 작은 진동과 움직임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자극이 복부와 장에 전달되면서 국소적인 반사작용을 유발해 장 움직임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자율신경계의 변화입니다.
우리 장은 뇌의 명령만으로 움직이는 기관이 아닙니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을 비롯한 자율신경계가 소화기관의 움직임과 분비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걷기 같은 신체활동이 이러한 신경계에 영향을 주면서 장 운동에도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변비가 있다면 하루 20분 걸으면 될까?
이번 연구만으로
“20분 걷기가 변비 치료법이다”
라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연구 참가자가 건강한 성인 21명이었기 때문입니다.
만성변비 환자를 대상으로 실제 배변 횟수나 변의 형태, 배변 시 불편감 등이 얼마나 개선되는지를 조사한 임상시험이 아닙니다.
연구진 역시 장음을 장 운동을 반영하는 간접적인 지표로 사용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연구가 직접 보여준 것은
20분 걷기 → 1~2분 뒤 장음 지표 증가
까지입니다.
20분 걷기 → 변비 치료
까지 입증한 연구는 아니라는 점을 구분해야 합니다.
그래도 변비 관리에 걷기가 중요한 이유
그렇다고 걷기의 의미가 작은 것은 아닙니다.
신체활동 부족은 변비와 관련된 생활습관 요인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걷기는 특별한 운동기구가 필요하지 않고 대부분의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물을 적절히 마시고,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고, 규칙적으로 움직이며 일정한 배변습관을 만드는 생활관리의 한 부분으로 걷기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 연구는 이런 생활습관 조언에 걷기가 장에 즉각적인 생리적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라는 흥미로운 근거를 더한 셈입니다.
식사 후 산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식사 직후 격렬하게 운동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의 가벼운 산책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걷는 시간을 꼭 20분으로 맞춰야 한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이번 실험에서 연구자들이 사용한 조건이 20분이었던 것이지, 19분은 효과가 없고 20분부터 효과가 생긴다는 연구가 아닙니다.
평소 운동량이 적었다면 10~20분 정도부터 부담 없이 시작하고 자신의 체력에 맞게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장 건강을 위해 함께 챙겨야 할 생활습관
걷기 하나만으로 모든 변비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평소 물을 충분히 마시고 채소, 과일, 통곡물 등에서 식이섬유를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은 느낌을 지나치게 참는 습관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랫동안 앉아서 생활한다면 중간중간 일어나 몸을 움직이고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생활화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변비의 원인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복용하는 약물이나 당뇨병·갑상선질환 같은 질환, 장 자체의 문제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변비라면 걷기만 하지 말고 진료를 받으세요
평소와 달리 갑자기 심한 변비가 생겼거나 변에 피가 섞여 나온다면 단순한 생활습관 문제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심한 복통이나 구토, 지속적인 복부팽만, 설명되지 않는 체중감소 등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배가 심하게 붓고 대변이나 가스가 나오지 않으면서 통증과 구토가 동반된다면 장폐색 같은 응급상황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의료기관의 평가가 필요합니다.
20분 걷기 연구, 이것만 기억하세요
이번 연구는 건강한 성인 21명이 20분간 걸은 뒤 장음의 변화를 측정한 소규모 연구입니다.
걷기를 마친 1~2분 후 장음의 Sound Index는 약 32.8에서 66.6mV/min으로 증가했고 장음 지속시간과 발생 횟수 역시 유의하게 증가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으며 장음을 이용해 장 운동을 간접적으로 평가한 결과입니다.
따라서 “20분 걸으면 변비가 치료된다”거나 “장 운동이 두 배 좋아진다”는 의미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그럼에도 특별한 장비나 비용이 필요 없는 걷기가 장에 매우 빠른 생리적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속이 답답하고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면 오늘부터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볍게 걷는 습관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 이 글은 건강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만성적인 변비나 심한 복통, 혈변, 구토, 체중감소 등 이상 증상이 있다면 의료진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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