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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원로목사의 신앙칼럼] 인생의 해프타임

해프타임(halftime)은 인생을 운동경기에 비유해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의 인생의 갈림길에서 ‘의미 찾기’를 하는 시간을 말합니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인생의 전환점이면서 앞으로 달려가야 할 삶을 위한 작전타임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축구를 예로 든다면, 축구는 90분간의 열전에 단 한 번의 공식적인 쉼표가 있습니다.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에 있는 15분 정도의 해프타임입니다. 축구경기에 있어서 이 해프타임은 천금과도 같은 소중한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 선수들은 땀을 닦고 유니폼을 갈아입고 축구화를 벗어 열기를 식힙니다. 그리고 바나나, 초콜릿, 쿠키 등으로 간단하게 에너지를 충전하고 음료수로 목을 축입니다.

그러나 해프타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 상호간의 게임분석에 이어지는 감독과 코칭 스탭의 후반전 작전지시입니다. 축구는 경기 도중에 작전타임이 없기 때문에 이 해프타임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후반전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프타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게임의 승패를 가르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만큼 해프타임은 중요한 시간입니다. 어느 대표팀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해프타임은 짧지만 그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이 이루어지며, 해프타임은 후반전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자 새로운 다짐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해프타임의 분위기를 보면 경기 결과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생의 전반전에는 대부분 자기 생각과 주관에 따라서 나름대로 플레이를 합니다. 그러나 인생 후반전에 접어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에 대하여 회의와 절망과 혼란에 빠져들게 됩니다. 내 인생의 플레이가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내 인생의 방향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나는 정말 최선의 삶을 살고 있는가? 나는 마지막 날에 웃으며 생을 마감할 수 있을까? 이렇게 살다가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게 되지는 않을까? 이런저런 고민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인생에는 반드시 해프타임이 필요합니다. 잠시나마 가던 길을 멈추고 내 인생을 재점검하고, 컨설팅(consulting)을 받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복음 19장에 등장하는 삭개오는 인생의 해프타임을 아주 잘 보낸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우리 인생의 최고의 컨설던트요, 카운슬러요, 멘토 되시는 예수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의 삭개오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그는 이스라엘의 관문 도시인 여리고의 세리장(chief tax colletor)이었으며 부자였습니다. 그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그 당시 세리는 이스라엘 국민들의 세금을 거두어 로마에 바치는 직업을 말합니다. 유대인들은 자기 민족을 지배하고 있던 로마제국을 적대시했습니다. 그래서 세금을 가둬 로마당국에 바치는 로마의 앞잡이 행세를 하는 세리들을 싫어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더욱이 그들은 어떻게든 동적의 고혈을 많이 짜내어 자신이 부정한 이득을 취했기 때문에 경멸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리가 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에 능력 있는 사람들은 세리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어차피 식민치하에서 성공을 향해 나래를 펴고자 해도 딱히 뾰족한 길이 없던 차에 욕을 먹더라도 일단 세리가 되어서 돈이라도 많이 벌어보자는 심산이었을 것입니다. 삭개오는 그가 바라던 대로 세리장이 되어 부자가 되었습니다. 명예와 돈을 양손에 거머쥐었습니다. 그의 인생의 전반전은 적어도 세속적인 잣대로 보면 그런대로 성공작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인생을 반추해 보았을 것입니다. “나는 과연 내 인생을 올바르게 살아왔다고 할 수 있을까?” 그는 분명히 많은 것을 얻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잃은 것도 많았습니다. 친구와 동족을 잃었습니다. 조국을 잃었고 양심을 잃었습니다. ‘순결’이라는 자신의 이름의 본래의 뜻마저 잃었고, 무엇보다도 신앙을 잃어버렸습니다. 인생 대차대조표를 작성해 보았을 때 그의 지난날은 결코 플러스 인생 즉 흑자인생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얻은 것 보다 잃은 것이 훨씬 더 많은 마이너스 인생 즉 적자인생이었습니다. 그러한 그에게 의미 있는 인생 후반전을 위해서 반드시 변화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예수님이 여리고를 지나가신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분을 만나면 뭔가 해답이 주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는 즉시 예수님을 보기 위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마침내 삭개오의 인생에 해프타임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몇 년 전에 밥 버포드(Bob Buford)가 쓴 『해프타임(Halftime)』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이 널리 읽혀지면서 한때 ‘해프타임’ 바람이 한국 사회에도 퍼지게 되었고, 여러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해프타임 세미나’ 열풍이 일어나 많은 성도들에게 삶의 의미를 찾도록 강한 도전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신문 칼럼니스트는 ‘하프타임’이라는 제하에 칼럼을 싣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밥 버포드는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피터 드러커는 이 책의 서문에서 “이 책은 인생의 모든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다 읽어야 할 책이다.”라고 말합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인생의 해프타임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인생 전반부에서는 기업가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다가 인생 후반부가 되면서 기독교 사역자로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저자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저술한 신앙적인 인생 안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34살의 젊은 나이에 미국에서 가장 큰 케이블 TV회사의 사장이 되었습니다. 그는 사장이 된 이후 10년 동안 무척 빠른 속도로 인생의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의 사업은 해마다 번창했습니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 린다와 함께 가정생활도 행복했습니다. 그의 똑똑한 외아들 로스는 결단력과 추진력과 친화력을 두루 갖춘 유망한 청년으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로스는 대학 졸업 후에 연봉 15만 달러를 받으며 투자금융회사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모든 것이 다 잘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만사형통이었습니다. 그의 인생 전반전은 성공 그 자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44세가 되었을 때에 사랑하는 외아들 로스가 친구들과 함께 텍사스 남부 리오그란데 강으로 놀러 갔다가 300미터 높이의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그는 즉시 그곳으로 달려가 아들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는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을 찾기 위해서 비행기, 헬리콥터, 보트, 순찰견 등등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다 동원해서 아들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애를 썼건만 넉 달이 지난 뒤에 그 아들은 시체가 되어서 강 위로 떠올랐습니다. 그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외칩니다. “이건 꿈이야. 이건 사실이 아니야. 이건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야.” 그러나 그것은 엄연한 현실이었습니다. 그는 이 엄청난 불행을 겪고 나서 자신의 인생 후반전을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게 됩니다. 그동안 이기적이었던 인생, 형식적이었던 신앙생활을 회개하고 예수님 앞에서 새로운 영적 방향을 잡게 됩니다. “그 동안 나의 인생은 오직 성공만을 추구하며 살아 왔구나.” “나는 그 동안 기업의 이윤만을 추구하며 살아 왔구나.”

“그 동안 나는 성취만을 목표로 삼고 살았구나.” 하며 지난날을 반성하게 됩니다. 또한 자신을 비롯해서 많은 미국 사람들이 오직 성공이라는 신기루에 미쳐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인생 후반전을 의미를 추구하며 살아야겠구나,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야겠구나, 베풀고 나눔을 목표로 삼고 살아야겠구나.” 하며 인생의 방향을 급선회하게 됩니다. 이후 그는 미국의 기업가들과 기독교 지도자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경험에 기초해서 인생상담을 해주는 크리스천 카운슬러로 변신하게 됩니다. 그의 인생의 전반전과 후반전이 이처럼 완전히 달라지게 된 것은 40대 중반 인생의 하프타임 시간에 예수님을 깊이 인격적으로 만났기 때문입니다.

삭개오는 세리장이 되고 부자가 되어도 내면에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빠스칼은 “우리 안에는 큰 구멍이 있는데, 그 구멍은 오직 예수님만 채울 수 있다.”고 고백한 바 있는데, 삭개오의 내면은 그 큰 구멍으로 인해 공허했음이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번 기회에 기어코 예수님을 만나야겠다고 작심을 합니다. 그리고 키가 작은 그는 인파로 인해 예수님을 볼 수 없게 되자 체면불구하고 뽕나무 위로 올라갑니다. 예수님은 그러한 삭개오를 바라보시면서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날 예수님을 만나 이후 삭개오의 삶은 180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서울장로교회 김재동 원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