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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첫번째 주일입니다. 여러분들의 가정과 일터 위에 하나님의 무한 하신 축복이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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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원로목사의 신앙칼럼] 자연의 청지기

청지기는 헬라어로 오이코노모스(οiκονόμος)인데, 원래 의미는 ‘집을 관리하는 자’라는 뜻입니다. 고대사회에서 많은 재물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그것을 관리하기 위하여 고용한 사람을 청지기라고 불렀는데, 새번역성경에는 ‘관리인’이라고 번역돼 있습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최초의 직업은 관리인(manager)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세기 1:26-28) “26. 하나님이 가라사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로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육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27.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28.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창세기 1:28절을 흔히 문화명령(cultural mandate)이라고 합니다. 이 문화명령에는 문화, 즉 모든 학문과 자연과 과학과 사회를 발전시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만드시고 당신을 대신하여 모든 것을 맡아 관리하게 하셨습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문화명령을 통하여 당신의 창조사역을 계속하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일로 하나님의 사역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통해 당신의 일을 지금도 계속하시며 피조물들을 보존하고 계십니다. 우주의 모든 천체를 붙드시고, 자연의 질서를 세우시며, 공중의 새를 먹이시고, 들의 백합화를 돌보시며, 먹이사슬을 통해 모든 피조물들이 존속하도록 세밀하게 간섭하시는 것,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보존의 섭리입니다.

하나님은 이 모든 일을 주관적으로 행하시기도 하지만 우리 인간에게 관리하도록 위임하기도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관리자의 역할과 사명을 충실하게 감당할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관리인(manager)은 주인(owner)이 아닙니다. 재산을 포함해 주인의 모든 것을 관리하도록 위임받은 자입니다. 그러므로 관리인은 하나님이 주인이심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의 주인되심을 철저하게 인식할 때 자신의 청지기직(stewardship)을 바르게 수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이 맡은 청기기 직분은 다양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관리하도록 맡겨주신 것들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재물의 청지기 직분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올 때 빈손으로 왔습니다. 그저 몸뚱어리 하나 갖고 태어났습니다. 사실 그 몸뚱어리조차 우리의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소유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우리가 이 땅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유무형의 자산이 다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입니다. 내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해주는 재물에 대하여 청지기 직분을 잘 감당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께서 주신 재물 가운데 1/10(십일조)을 드림으로써 자신이 재물의 청지기직을 성실하게 감당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자주 언급되는 청지기 직분은 시간에 대한 청지기 직분입니다. 시간은 우리의 것이 아닙니다. 만일 시간이 우리의 것이라면 우리는 얼마든지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은 하나님께서 잠시 우리에게 맡겨주신 것이기에 하나님이 허락하신 수한(壽限)이 차면 꼼짝없이 하나님 앞으로 불려가야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물질에 대해서는 1/10을 요구하시지만, 시간에 대해서는 1/7을 요구하시는데, 주일성수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외에도 가정의 청지기, 자녀의 청지기, 은사의 청지기, 건강의 청지기 등등 많은 청지기 직분이 있습니다. 바울은 스스로를 ‘복음을 맡은 자’(고린도전서 4:1) 즉 복음의 청지기로 자처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자칫 소홀히 여기기 쉬운 것이 있는데, 바로 자연의 청지기 직분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자연을 잘 관리하도록 책임을 맡겨주셨습니다. 자연은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입니다. 공기나 물과 같이 정말 중요한 것들은 무상으로 주셨습니다. 만일 공기나 물이 없다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우주 탐험에 나설 때 초미의 관심사는 그 행성에 물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입니다. 물의 유무로 생명체의 유무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 지구를 잘 지켜야 합니다. 지구는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을 위해 주신 특별한 선물입니다. 지구와 태양의 거리에 대하여 생각해 봅시다. 만일 그 거리가 조금이라도 더 가깝다면 지구상의 모든 것은 다 타버리고 말 것이며, 반대로 그 거리가 조금이라도 더 멀다면 지구는 온통 동토(凍土)가 되고 말 것입니다. 이번에는 지구와 달과의 거리를 생각해 봅시다. 만일 그 거리가 조금이라도 더 가깝다면 달의 강한 인력(引力)으로 인한 해일 때문에 지구가 온통 물바다가 되고 말 것이며, 반대로 좀이라도 더 멀다면 간만조(干滿潮)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 바다 생태계의 순환이 일어나지 않음으로 인해 바다 생물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재앙이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가울어진 탓에 사계절이 생기는 것도 참으로 하나님께 감사드려야 할 일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구의 생태계가 망가지지 않도록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들어 부쩍 자주 듣는 말이 재활용과 관련된 것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용품들 중에는 재활용이 안 되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제품입니다. 플라스틱이 썩는 데는 장장 200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우리 집은 비교적 단촐한 식구인데도 플라스틱 봉지가 제법 많이 나옵니다. 그 외에도 생활쓰레기가 생각보다 많이 나옵니다. 물론 철저하게 재활용을 하려고 하지만 본의 아니게 재활용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더러운 플라스틱은 처리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커서 정부 당국에서도 깨끗하게 해서 리사이클하든지 아니면 그냥 버리는 게 좋다는 지침을 웹사이트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때로는 리사이클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최근에 고래 뱃속에 엄청난 플라스틱 뭉치가 들어있었다는 기사도 있었고, 심지어 공원의 사슴들도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거북이 코에 박힌 플라스틱 빨대에 관한 기사 등등 구체적인 폐해 사례들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태평양에 떠있는 거대한 쓰레기 섬에 관한 기사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심각한 기사입니다. 요즘은 남미의 아마존 지역의 과다한 벌목으로 인해 생태계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우려스러운 기사도 있습니다. 인간의 지나친 욕심으로 인한 과다 개발은 지구의 생태계를 깨뜨리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도 무심코 지나칠 수 없는 현상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들어 나라별로 행정단위별로 기업별로 플라스틱에 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고,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박테리아나 벌레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미미한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설령 좋은 연구결과가 나왔다 해도 비싼 비용 때문에 상용화되지 못하는 한계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실천에 옮기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가 자연을 훼손하면 이것이 자연재앙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인간을 해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지구의 생태계 보존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지만, 자연의 청지기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사소한 것부터 실행에 옮길 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소중한 지구상의 거주지(외쿠메네, Ökumene)는 우리에게 친절한 손을 내밀게 될 것입니다.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