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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첫번째 주일입니다. 여러분들의 가정과 일터 위에 하나님의 무한 하신 축복이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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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원로목사의 신앙칼럼] ‘Why me?’ vs ‘Why not me?’

한국 교계에 잘 알려진 김동호 목사님(전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이 지난 5월 폐암 2기 진단을 받고 폐 20%를 절단한 후 항암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항암치료 10여일 만에 겨우 물 한 모금을 넘길 수 있게 되었다며 항암 환자들의 고통을 공감하면서 그들을 신앙적으로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이사야 40:1의 말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내 백성을 위로하라”라는 주제로 치유집회를 열었습니다. 이 집회에서 김 목사님은 처음에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Why me?“라는 원망스러운 마음이 일어났지만 곰곰이 묵상하는 중에 ”왜 나라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있나? Why not me?“라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고 간증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예수 믿는 자라고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생각은 오해이며, 중요한 것은 병에 휘둘리지 말고 현실을 인정하면서 하나님을 믿는 사람답게 ‘가오’(폼, 오기)를 갖고 믿음으로 암과 싸워 이기는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그가 굳이 ‘가오’라는 일본어를 사용한 것은 그의 선친이 늘 그 단어를 입에 담고 사시면서 오기에 찬 삶을 모범적으로 보여주셨기 때문입니다. 김 목사님은 항암치료로 몸이 쇠약해진 중에도 힘찬 목소리로 사전에 등록한 암환자 200가정의 참석자들에게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하나님의 영과 기로 하루하루를 채우고, 말과 얼굴표정, 생각과 행동으로 신앙의 가오를 보여주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며 용기를 심어주었습니다.

1993년에 영적으로 타락한 미국을 청교도 신앙으로 회복시켜 무너진 신앙과 도덕을 재건하자는 취지로 JAMA(Jesus Awakening Movement for America)를 시작한 김춘근 장로님은 자전적 성격의 『와이 미(Why me?)』라는 저서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비전과 열정의 사람 김춘근 교수의 삶’이라는 부제가 보여 주듯이 한인 최초의 미국 정치학 박사요 교수이며 30대 초반에 장로가 된 저자의 신앙 여정을 기록한 간증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1967년에 미국으로 유학 와서 미국 정치학을 전공하고 페퍼다인 대학에서 재직 4년 만에 최우수 교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나, 37세의 젊은 나이에 수술도 불가능한 중증 간경화로 죽음을 선고 받게 됩니다. 시한부 삶의 선고를 받은 그는 하나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유학 와서 개스스테이션 등에서 온갖 허드렛일을 마다 않고 죽자 살자 고생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제대로 뜻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해야 하다니 생각하면 할수록 억울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울분을 참지 못해 울부짖었습니다. “Why me? 왜 하나님 하필 저에게 이런 고난을 주십니까? 제가 뭘 그렇게 잘못 했기에 이런 고난을 당해야만 합니까?”

그러나 그는 LA 근교에 있는 빅 베어마운틴 기도원에 들어가 지난 날 자신의 삶을 조용히 돌아보는 중에 자신이 너무 교만했으며 자기의(自己義, self-righteousness)에 빠져있었음을 깨닫고 하나님께 회개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너무나도 고집이 셀 뿐 아니라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지독하게 교만했기 때문에 도저히 나를 들어 쓰실 수가 없으셨다. 하나님께서 나를 지극히 사랑하신 까닭에 나를 심히 견책하시고 호되게 치심으로 말미암아 죽을 병을 주셔서 나를 완전히 의지 할 데 없고(helpless), 절망적이며(hopeless), 무력한(powerless) 위치에까지 몰아치신 것이다. 그 지경에서 하나님은 나를 강권적으로 굴복시켰고 나의 죄를 하나하나 다 회개하게 하심으로 나를 예수 그리스도께 완전히 돌아오게 하신 것이다. 이것은 누구도 부인 할 수 없는 나에 대한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와 사랑이었다.”

이제 그는 원망스러운 마음으로 격하게 부르짖던 “Why me?”(왜 하필 접니까?)가 아니라 나처럼 부족한 자를 귀하게 들어 쓰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에 감격해서 겸손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또 다른 “Why me?”(제가 무엇이기에 이토록 큰 은혜를 베풀어주셨습니까?)를 읊조리고 있는 것입니다. 한때 그는 면도할 기력조차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때를 잊지 않기 위해 수염을 기르고 있다고 했습니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볼 때마다 그 연약한 자리에서 오늘이 있기까지 인도해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는 후에 기도하는 중에 하나님으로부터 “미국을 신앙으로 위대하게 만들라”는 비전과 사명을 받고 JAMA를 결성하여 한인 1.5세, 2세들을 미국과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크리스천 리더로 키우는 일에 진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살다보면 여러 상황에서 “Why me?”를 외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어느 전직 대통령이 자주 말씀하셨던 “우째 이런 일이?” 하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 될 때가 있습니다. 특히 하나님을 믿는 자들은 더 자주 이런 경험을 하게 됩니다. 하나님이 계시다면, 하나님이 진정 나를 사랑하신다면 나름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온 나에게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아마도 욥은 이런 심정을 매순간 경험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인정해주신 의인(義人)인 그에게 가히 메가톤급의 고난이 닫쳤을 때 그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제 삼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는 자들조차도 “정말 이건 아닌데…”하는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러나 욥의 인생에서 알 수 있듯이 의미 없는 고난은 없습니다. 하나님은 고난을 통해 욥의 마음 속 깊이 도사리고 있는 자기의적(自己義的)인 교만을 깨뜨리시고 정금 같은 신앙인으로 거듭나 이제껏 귀로만 듣던 하나님을 눈으로 보게 하셨습니다. 고난을 통해 욥의 신앙은 오디오 신앙에서 비디오 신앙으로 한 단계 업그레드되었으며, 마침내 하나님은 그가 잃어버렸던 모든 것을 회복해주시되 이전보다 더욱 풍성하게 회복시켜주셨던 것입니다.

닉 부이치치(Nick Vujicic)는 호주에서 목회자의 가정에서 두 팔과 두 다리가 없는 선천적인 장애아로 태어났습니다. 어떻게 목회자의 가정에 이런 자녀가 태어날 수 있단 말인가. 하나님도 너무 하시지 않은가. 그러나 하나님은 결코 실수하시거나 실패하시는 분이 아니심을 닉 부이치치는 그의 삶을 통해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그는 가족의 전폭적인 지원과 사랑 아래 건강하게 자라며 밝고 쾌활한 성격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사랑하는 가족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남몰래 속앓이를 했고 어린 나이에 세 차례나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끝까지 그를 붙들어 세우셨고, 마침내 그는 사지가 성한 사람도 하지 못할 엄청난 일을 해내면서 전 세계를 무대 삼아 희망을 전하는 복음전도자로서, 그리고 ‘Life Without Limbs’(사지 없는 삶)와 ‘AIA’(attitude is altitude; 태도가 곧 지위)의 대표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모순화법(矛盾話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소리 없는 아우성, 찬란한 슬픔, 작은 거인, 귀여운 악마 등등 서로 반대되거나 어긋나 보이는 단어들을 함께 엮어 표현하는 화법이 바로 모순화법입니다. 우리는 고난에 대해서도 모순화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고난은 변장된 축복이다” 또는 “모든 좋은 것은 고난의 보자기에 싸여있다” 등과 같은 표현이 고난의 성격을 잘 대변해주는 모순화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편 119:71에 보면 “고난 받는 것이 내게 유익이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고난과 유익은 마치 물과 기름처럼 궁합이 잘 맞지 않는 말인데도 신앙이라는 촉매제에 의하여 화학적인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신비한 케미(chemistry)를 이루게 된다는 뜻입니다. 한 마디로 고난은 참으로 불가해(不可解)한 것이며 신비로운 것입니다.

하나님은 비록 당신의 자녀라 할지라도 고난 없는(suffering-free) 삶으로만 인도하시지는 않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이 만민 가운데 택한 선민(選民)이었지만 하나님은 때로 그들을 물 가운데로 지나게 하시고 강을 건너게 하시고 불 가운데로 걸어가게 하십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시고 눈동자처럼 지켜주실 것을 약속하고 계십니다.
(이사야 43:1-3) “야곱아, 너를 창조하신 여호와께서 이제 말씀하시느니라. 이스라엘아, 너를 조성하신 자가 이제 말씀하시느니라. 너는 두려워 말라. 내가 너를 구속(救贖)하였고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 네가 물 가운데로 지날 때에 내가 함께 할 것이라. 강을 건널 때에 물이 너를 침몰(沈沒)치 못할 것이며, 네가 불 가운데로 걸어갈 때에 타지도 아니할 것이요 불꽃이 너를 사르지도 못하리니 대저 나는 여호와 네 하나님이요 이스라엘의 거룩한 자요 네 구원자임이라.”

마태복음 8:23-27을 보면,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수님과 함께 배를 타고 갈릴리 호수를 지날 때 파도가 심하게 일어나 물결이 배에 덮이게 되자 완전히 초죽음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황급히 주무시고 계시는 예수님을 깨웁니다. 예수님은 무서워하는 제자들에게 믿음이 적은 자들이라고 나무라시며 바람과 바다를 꾸짖어 잔잔하게 하셨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은, 비록 예수님과 함께 있었지만 고난이 닥쳤다는 사실, 그러나 예수님이 함께 하시니 무서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비록 적은 믿음이나마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문제보다 더 크시고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자가 되시는 예수님을 깨워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모두 그러한 믿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