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d on: Aug 26, 2019
“동포사회를 위한 한인회인가 개인을 위한 한인회인가?”…분노하는 동포사회
한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면 그들의 권익보호와 복지향상을 위해 자연스레 그들을 대표하는 기관을 만들고 대표자를 뽑는다. 그것이 바로 한인회이고 한인회장이다. 그러다 보니 주류사회 및 한국 정치인들도 한인회를 대표기관으로 인정하여 함께 공동체의 이익과 발전을 모색한다. 워싱턴 동포사회도 그렇게 하면서 발전해 왔다.
그런데 그런 한인회라는 단체가 동포사회로부터 철저하게 외면을 당하고 있다.
이제 한인회에 대하여 “우리를 위해서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싸우지 말고, 사회를 시끄럽게 하지 말아 달라”고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지경이다. 한인회의 위상이 처절히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이다. 한인사회가 역사와 함께 그 규모는 점점 더 커져 가는데, 정작 한인사회 구심점이 되어야 할 한인회가 제 구실을 못하고 시대에 역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10일 워싱턴 지역에는 또 하나의 한인회가 탄생했다. 각종 날치기 법안을 처리하는 한국 여의도를 흉내 내듯 소문없이 조용히 또 한 명의 한인회장이 탄생된 것이다.
이렇게 하여 이곳 워싱턴 메트로폴리탄 지역 동포사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자칭(나홀로), 타칭(인정받고 있는) 한인회는 워싱턴지구한인연합회를 비롯하여 버지니아한인회, 수도권버지니아한인회, 메릴랜드한인회, 메릴랜드총한인회, 워싱턴한인연합회, 몽고메리카운티한인회, 하워드카운티한인회, 프린스조지카운티한인회, 남부한인회, 벌티모어한인회, US 워싱턴한인회, 수도워싱턴한인회, 수도권한인연합회 등 14개로 늘어났고, 이중 페어팩스 카운티내 한인타운이라고 불리우는 애난데일 지역에 적을 두고 있는 한인회만 7개가 되었다. 애난데일이 한인회 만들어내는 공장인지, 어지간한 대학 동창회 수 보다 많다.
만약 한인회가 또 생긴다면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천하의 ‘김봉수 작명소’가 와도 지어내지 못할 것만 같다. 가히 한인회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춘추전국시대에는 그 나라의 백성과 영토는 분명히 구분이 되어 국경선은 있었다. 그런데 작금의 한인회를 보면 창립목적과 관활 영역도 불분명하고 운영할 회칙, 조직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한인회가 수두룩하다.
매주 한차례 모이는 산악회도 70명 이상 모이는데, 고작 70명도 안되는 사람을 모아 놓고 벌이는 총회라는 곳에서 결정된 사항은 한인회로서 그 대표성을 이미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일 년 내내 동포들을 위한 행사 한번 제대로 하지 않고, 하더라도 다른 한인회 행사에 숟가락 하나 얹고 생색내기나 하면 한인회로서 무슨 가치가 있나. 특히 이런 한인회장들일수록 대사관에 무슨 큰 행사가 있거나, 아니면 자신의 이름 내세울 일이 있으면 머리빡이 터지라 들이미는 바람에 동포사회를 담당하는 외교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인사회를 위해 파견된 국가 공무원들인 총영사관이 무슨 죄가 있나 말이다.
“우리 집 개를 회장으로 하는 한인회 하나를 창립했으니 기사 부탁드립니다”
며칠 전 워싱턴 동포사회 올드 타이머 한분께서 강아지 이모티콘과 함께 카톡을 보내왔다. 전화통화로 현직 회장들의 비행을 하나하나 열거했는데 차마 기사화할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럽고 충격적인 내용들이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웬만한 동포들은 그 사실을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개나 소나 다 하는 한인회장인데 자기 집 개는 나라 법을 어겨 징역살이 한 적도 없고, 치정이나 불륜행위뿐 아니라 사기 친 적도 없다는 것이다.
미국내 다른 지역의 한인회 상황은 어떻나 싶어 인터넷을 뒤져 봤더니 다음과 같은 글이 떠다니고 있었다.
“검증도 되지 않은 쓰레기같은 가짢은 것들이 언제부터 한인들의 희로애락을 저희 일처럼 어루만지고 쓰다듬어 주었다고 한인들을 엄청나게 대표하듯 겨우 열댓명 모여 노닥거리면서 한인회란 명칭을 함부로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아마 그곳에서도 한인회 공해가 심각했던 모양이다.
이 땅에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하찮은 곤충에도 익충과 해충이 있다. 하물며 한인회라는 곳에서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디딤돌’이 되지는 못할 지언정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되지 않는가?
동포들이 나서기 전에 제발 자발적인 퇴진을 기대해 본다.
지금 이순간에도 많은 한인들이 한인회 해체 방법을 물어오고 있다. 심지어는 총영사가 새로 부임했으니 총영사관에서 일단 기존 한인회 전부를 불인정하고, 관할 구역이 명시된 정관과 이사회 명단, 그리고 비영리단체 등록증을 구비한 단체만 한인회로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 공관이 동포사회 문제에 개입하는 것으로 보여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동포들이 요구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 시민운동이 일어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