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d on: Nov 4, 2019
<'소녀상 워싱턴 건립'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보호와 관리는 워싱턴 동포 모두의 몫이다>
버지니아 애난데일에 있는 우리 신문사 사무실 앞 잔디밭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 와 앉아 있다. 지난 3년 동안 어둡고 차거운 창고속에서 외롭게 갇혀 있던 소녀상이 필자의 초청(주선)으로 이 자리에서 세상과 함께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이 평화 소녀상은 2016년 11월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에 건립 예정으로 도착했지만 일본 측의 끈질긴 방해로 빛을 보지 못하고 창고에 그냥 평범한 물건이 되어 보관되어 있었다. 심지어 2년 전에는 매릴랜드주의 한 대학 내에 세우기로 하고 제막식 날짜까지 잡았지만 무산되기도 하는 등 이 소녀상의 보금자리는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그 만큼 역사 지우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일본의 방해 공작이 심했던 것이다. 그들이 얼마 만큼이나 집요한 지는 일본 최대의 국제 전시회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중단 시키기까지 했을 정도이고, 현재의 이 자리에서 기공식이 열리던 날 일본 외무상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항의했는 가 하면 일본 공영방송인 NHK는 “미국 수도 인근에 세워지는 소녀상이라는 점에서 양국 관계에 악재가 될 거라”면서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9년 10월 27일 잔칫날 같은 제막식을 가지게 된 이 평화 소녀상은 미주 지역에서는 다섯 번째로, 지난 2011년 12월 14일 일본 대사관 앞에 처음으로 세워진 그 소녀상과 똑 같은 모습이다. 그런데 해외 9곳을 포함하여 한국에 설치된 대부분의 소녀상들은 공공기관이나 공공장소에 설치되어 있어 일본 측의 항의와 훼손 공작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보호와 관리 차원에서 애를 많이 먹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미국에 최초로 세워진 글렌데일 평화의 소녀상이 훼손 당했나 하면 한국 일본 대사관 앞(연합뉴스 건물 앞) 소녀상은 경찰과 한국의 청년들이 24시간 감시를 하고 있다. 만약 이 일을 추진했던 단체들이 그들이 가장 원했던 장소인 워싱턴 DC에 소재한 ‘대한제국공사관’이나 주미 대사관에 소녀상이 설립 되었다면 이런저런 연유로 그것이 한국 정부의 한일 외교 정치에 무거운 짐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꼭 워싱턴 DC만 고집 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대안책으로 워싱턴 지역 한인타운인 애난데일에, 그것도 개인 소유의 땅인 본사 건물 앞은 어떠냐고 관련 단체에게 제안했고, 바로 건물 주인 설득에 들어 갔었다. 어느 한인교회 장로이기도 한 그분은 혼쾌이 허가하였고 설립에 필요한 모든 행정 서류 준비는 행여 일본 측에서 냄새를 맡을까 봐 비밀리에 속전속결 진행되었다. 세계 정치수도인 워싱턴 지역에 ‘평화의 소녀상’은 그렇게 하여 건립된 것이다.
<'평화의 소녀상' 만큼은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어야 한다>
위안부 문제는 단순히 한·일 과거사 문제만이 아니다. ‘평화 소녀상’은 일본의 반인륜 전쟁범죄 부인과 역사 왜곡에 대항하여 만들어 졌지만,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평화’를 상징하고 있다. 우리는 왜 ‘정신대 소녀상’이나 무슨무슨 소녀상이 아니라 ‘평화의 소녀상’이라 명명되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평화 소녀상’에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어야 하는 것이다.
힘든 과정을 거쳐 ‘워싱턴 평화 소녀상’이 안식처를 찾았다. 이제 소녀상이 세상과 잘 소통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보호해야 하는 것은 워싱턴 지역 모든 동포들의 몫이다. 개인 소유의 땅이라 저들이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다는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행여 이런 일로 인해 건물주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켜줘야 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민간인, 특히 여성과 어린 아이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 이곳은 정신대 문제를 소통하면서 여성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평화의 중요성을 알리는 산 교육의 장소가 될 것이다. 이곳이 우리 후세들과 전 세계에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장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정성을 모아 잘 관리하자.
hiuskorea.com 강남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