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d on: Nov 9, 2019
개혁교회(Reformed Church)는 종교개혁(Reformation)의 정신을 이어받는 교회를 일컫는 용어입니다. 종교개혁은 그 당시 교회의 비성경적인 잘못된 관행들을 개혁하자는 운동이었습니다. 그래서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 est: The Reformed Church is ever being reformed!)”는 것이 개혁교회의 슬로건이 되었습니다. 이 슬로건은 깔뱅(Calvin)의 후예들인 17세기 화란의 개혁파 경건주의자들이 개혁교회의 부패와 타락을 염두에 두면서 외친 구호로서 오고오는 세대에 개혁교회가 신학과 신앙과 삶에 있어서 개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잘 천명하고 있습니다. 개혁된 교회는 한 번의 개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지속적으로 성령 안에서 말씀과 기도를 통하여 개혁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교회개혁의 모토인 ‘semper reformanda’(ever being reformed)는 자칫 교회가 세상의 현실과 상황에 개방적 자세를 가지고 거기에 부응(conform)하면서 항상 새로운 변화와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미로 착각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혁자들이 요구한 개혁의 핵심은 종교개혁자들이 역설했듯이 항상 “성경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ible)”는 것이었습니다. 개혁의 표준은 상황이 아니라 성경입니다. 교회개혁은 시대가 요청하는 새로운 것에 교회가 얼마나 적절히 적응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진리인 하나님의 말씀에 얼마나 충실한가 하는 문제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개혁(reformation)’ 또는 ‘혁신(renewal)’이라는 말이 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이 말을 달리 표현하자면, 법과 원칙으로 돌아가자는 말일 것입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비뚤어지고 뒤틀린 것들을 바로 잡고 원상으로 되돌리자는 취지가 바로 이러한 외침의 골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사회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도 개혁과 혁신을 드높이 외치고 있으며, 바야흐로 ‘제2의 종교개혁’이 일어나야 한다는 요구도 점차 힘을 얻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어떤 의미에서는 종교개혁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 당시 특히 종교지도자들의 비뚤어진 신앙행태에 대하여 매우 못마땅해 하셨습니다. 그래서 산상수훈에서는 “‧‧‧라고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로 시작되는 소위 ‘다섯 가지 반제(反題, Antithese)’를 통해 그들의 잘못된 신앙행태를 매우 신랄하게 지적하셨습니다. 이를테면, “간음하지 말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음욕을 품고 여자를 보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마태복음 5:27-28)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십계명은 선언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계명으로서 매우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간음하지 말라’는 계명은 단지 육체적인 행위뿐만 아니라 마음의 순결까지도 내포한 계명인데도 그들은 문자적으로 간음하지만 않으면 그 계명을 온전히 지킨 것으로 해석함으로써 계명의 원의(原義, original intent)를 왜곡하고 희석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 계명의 원래의 의도와 취지가 그런 게 아니라고 수정해주고 계시는 것입니다. “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태복음 5:43-44)는 안티테제는, 구약성경에서도 분명히 “원수를 갚지 말며 동포를 원망하지 말며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과 같이 하라”(레위기 19:18)고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짐짓 뒷부분만 취해서 이웃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그러면 원수는 미워해도 된다는 식의 작의적(作爲的) 유추(類推)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왜곡하는 오류를 신랄하게 지적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내 마음에 부대끼고 불편하게 느껴질 때 편의상 하나님의 말씀의 원액에 물을 타서 묽게 희석시키는 것은 우리가 자칫 범하기 쉬운 잘못이므로 늘 스스로 경계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저는 장로교 목사이지만 장로교가 다른 교파에 비해 모든 면에서 항상 더 성경적이라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장로교든 감리교든 침례교든 교파를 떠나 교리와 관행(practices)이 성경에서 벗어나있지 않는지 항상 예의주시하며 점검해야 합니다. 그래서 만일 성경의 길에서 벗어나 있다면 비록 오랜 전통과 관행이라 할지라도 과감하게 궤도를 수정해서 성경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부단히 해야 할 것입니다. 마태복음 15장에서 예수님은 ‘장로들의 유전’(the tradition of the elders)과 관련해서 매우 의미있는 지적을 하고 계십니다. 율법을 중시하는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이 예수님께 “왜 당신의 제자들은 식사하기 전에 손을 씻지 않느냐? 이는 장로들의 전통을 범하는 게 아니냐?”고 힐문하자 예수님은 “너희가 어찌하여 너희의 전통으로 하나님의 계명을 범하느냐?”하고 반문하시면서 장로들의 전통 중 한 가지를 예로 드셨습니다. 즉 ‘코르반’(Corban)이라는 전통인데, 이 말은 ‘하나님께 드린 헌물’이라는 의미를 지닌 말로서, 부모님께 드릴 것을 하나님께 드리면 부모님을 공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전통적인 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이러한 인간의 전통이 바로 부모공경을 명하신 하나님의 계명을 어기는 것이라고 예리하게 지적하셨습니다. 그러시면서 너희들은 나의 제자들이 손을 씻지 않고 식사를 한다는 것을 힐난하는데,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다 배설물로 나오면 그만이니 그것이 사람을 더럽히는 게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악한 생각과 살인과 간음과 음란과 도적질과 거짓증언과 비방과 같은 것들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개혁과 관련해 한 가지 오해하지 말 것은, 전통이 다 나쁜 아닙니다. 전통이 하나님의 말씀을 거스르지 않는 한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전통들은 잘 지켜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비근한 예로 한국교회는 선교 초창기부터 근본주의 선교사들의 가르침으로 술과 담배 즉 주초(酒草)는 건덕상 금하는 좋은 전통이 내려오고 있고, 지금까지도 보수적인 교회들은 이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비록 이것은 구원과는 상관없는 사안이라 할지라도 성경에 비추어보아도 권장할만한 전통이므로 굳이 폐기할 필요는 없다고 것이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