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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섬 대만보다 중국대륙에 더 근접해 있는 대만의 금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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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중 칼럼] 서해의 함박도와 대만의 금문도

<목숨걸고 지킨 결과 평화교류의 거점이 된 금문도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함박도에서 북한이 무장을 할 경우 등을 대비해 해병대가 초토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만 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다시 입국하는 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승도 해병대 사령관이 한 말이다. 어쩌면 현 정권에게 가장 듣기 싫은 말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함박도는 서해 NLL 북단에 있는 무인도였지만 현재 북한이 2017년부터 레이더와 감시장비를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해양부의 문서상으로는 우리 땅으로 되어 있지만 국방부에서는 북한 땅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함박도가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서해 5도가 그렇듯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이 함박도에 미사일 기지라도 세우는 날에는 인천 및 수도권 지역은 상당히 위험해질 수 밖에 없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사령관은 “만약 북한군이 함박도를 무장화한다면 안보에 큰 문제가 된다”며 “포병 무기 체계뿐 아니라 대함 무기를 배치할 때도 큰 문제가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바로 우리 목을 겨누는 날카로운 칼날이 하나 더 늘었다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와 같은 처지인 대만의 경우를 살펴보자. 대만 본 섬보다 중국 대륙에 더 가까운 금문도라는 섬이 있다.

금문도는 중국 본토와의 거리가 불과 1.8㎞이며 동서 20㎞, 남북 길이 5~10㎞의 작은 섬이지만 인구 4만의 도시 전체가 땅속으로 그물망처럼 연결해 요새화되어 있다. 1949년 중국은 중국대륙에서 눈으로 보이는 금문도를 접수하기 위해 중공군 2만여 명을 동원하여 상륙작전을 펼쳤지만 대패했고, 1958년에 다시 44일동안 무려 47만 발의 포탄을 퍼부으며 공격을 했지만 대만 국민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영토를 사수했다. 그리고 1992년 중국과 평화 조약을 체결할 때까지 지하요새를 더욱 단단하게 구축했다.

무망재거(毋忘在莒), ‘잃어버린 땅을 잊지 말자’라는 장개석 총통의 뜻이다. 한 줌의 섬 조차 다시 빼앗기지 않겠다는 대만 국민들의 의지로 그렇게 금문도는 중국 가까이 있으면서도 우리의 서해 5도 처럼 대만의 최전방 군사 기지가 되어 있다. 우리 군 당국은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있은 후, 서북도서의 주민 및 군사기지 보호시설 건설 등 요새화를 추진하면서 모델로 삼기 위해 금문도를 몇 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금문도고량주’라는 술이 있다. 맛과 향이 탁월한 이 고량주는 각종 세계 술 경연대회에서 1등을 휩쓰는 대만의 대표 술로, 과자 펑리수(鳳梨酥)와 함께 한국인이 대만 여행을 가면 반드시 사와야 할 물건으로 되어 있기도 하다. 알콜 도수는 58도인데 58도인 이유는 1958년의 포격전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당시 군인들과 금문도 시민들은 지하 요새안에서 주야로 퍼 부어대는 폭격소리의 고통을 이 술로 버티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포격전 때 금문도에 퍼부어졌던 포탄 47만 발의 탄신은 이젠 금문도를 대표하는 특산품으로 태어났다. 금문도 사람들은 이 포탄을 재활용해 부엌칼을 만들고 있는데, 중국 관광객에게 인기 상품이 되었고, 푸젠 성 샤먼으로 수출돼 중국 각지로 팔리고 있다.

이제 이 작은 금문도라는 섬은 중국과 대만간 평화 교류의 거점이 되어 있다. 중국 샤먼과 푸저우 항에 정기 여객선이 30분 간격으로 운항되고 있고, 2010년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 체결 후 연간 관광객 800만명이 양안을 오가고 있나 하면 2015년 기준 대만인 200만여 명이 중국에 상주해 있다. 그리고 중국인과 대만인 30만 쌍이 결혼했을 정도로 민간인들은 양안의 정치적 관계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중국·대만과 똑같이 두 쪽으로 분단되어 있는 현실 속에서, 현재 우리의 남북관계에 견주면 부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고,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작은 섬 하나일지라도 대만인들은 목숨걸고 지켰는데, 우리는 너무 쉽게 내어주지 않았는지 국민들에게 더 속 시원한 설명이 필요하다. 설사 애초에 북한 땅이었기에 돌려줘야 했다손 치더라도 그곳에 군사시설은 못하도록 하는 선 조치가 있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DMZ 철조망을 제거하는 마당인데, 서로 합의하에 함박도 만이라도 그냥 평화의 섬으로 자연 그대로 뒀으면 어땠을까?

나는 북한의 코 앞에 있는 서해 5도를 지키는 해병대에서 근무해봐서 잘 알고 있다. 그곳은 24시간 적의 공격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안보에는 여야, 좌우 진영이 따로 없어야 한다. 우리가 군사적으로 북한을 압도할 수 있어야 다시는 연평도 포격과 서해교전 같은 도발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나라 전반에 퍼진 안보 불감증 속에서도 국토 안보에 사명감을 다하는 해병대 사령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