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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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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원로목사의 신앙칼럼] 세밑의 단상(斷想)

세밑이 되어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생의 결산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한 해의 마지막이 있듯이 우리 인생에도 마침표를 찍을 날이 반드시 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우리 인생의 주인이 되시는 하나님께 인생의 대차대조표를 제출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최후의 심판에 대하여 생각하는 동시에 종말신앙에 대하여 스스로 점검하게 되는 것입니다.

종말신앙과 재림신앙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종말신앙은 예수님의 재림을 전제로 합니다. 종말에는 개인적인 종말과 우주적인 종말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종말은 인간의 육신적 죽음을 의미하고, 우주적인 종말은 예수님이 재림하심으로서 인류의 역사가 막을 내리는 이른바 ‘오메가 포인트’(Omega Point)를 의미합니다. 어떤 종말이든 종말은 심판과 직결되며, 심판은 예수님의 재림과 직결됩니다.

초림(初臨)의 예수님은 구세주로 오셨지만 재림(再臨)의 예수님은 심판주로 오십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행하는 모든 것들이 다 최후의 심판 날에 심판의 기준이 됩니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13장의 여러 가지 천국의 비유들 외에도 달란트의 비유, 므나의 비유, 열처녀의 비유, 양과 염소의 비유, 그리고 마태복음 24장의 종말에 관한 말씀 등을 통해 최후의 심판에 대하여 누누이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우리는 예수님을 믿기 때문에 천국과 지옥을 가리는 백보좌 심판은 면할 수 있지만, 상급 심판은 면할 수 없습니다.
(고린도후서 5:10) “이는 우리가 다 반드시 그리스도의 심판대 앞에 드러나 각각 선악 간에 그 몸으로 행한 것을 따라 받으려 함이라.”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의 심판대 앞에서 심판을 받아야 할 자들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이 땅에서 사는 동안 자기가 행한 일에 따라 심판을 받습니다. 선한 일을 한 사람은 상을 받고 악한 일을 한 사람은 벌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자유주의 신학자들 중에는 천국에서의 상급의 차등을 부인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구원받았으면 그것으로 족하지 천국에서조차 무슨 상급의 차등이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상급을 바라는 신앙이 마치 저급한 신앙인양 매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성경 말씀의 가르침과는 어긋나는 다분히 인본주의적인 사상입니다. 고린도전서 3:10 이하에서는 건축의 비유를 통해 상급에 차등이 있음을 분명하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터 위에 금이나 은이나 보석으로 양질의 집을 짓는 자들과 나무나 풀이나 짚으로 허접하게 집을 짓는 자들은 이 세상 마지막 심판 날에 불로 그 공력을 테스트할 날이 오는데 그리스도의 터 위에 세운 공력이 그대로 있으면 상을 받지만 그 공력이 불타버리면 상을 잃게 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물론 예수 그리스도의 터 위에 집을 세웠기 때문에 구원은 받지만 마치 화염 속에서 간신히 목숨만 구하는 것처럼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부끄러운 구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서 3:14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끊임없이 줄달음치고 있다.”고 간증하고 있습니다. 또한 히브리서 11:6에서는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못하나니 그 분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주시는 분임을 믿어야 할지니라.”고 말씀하고 있고, 이어서 11:24-26에서는 모세의 예를 들어 상급에 관해 말씀하고 있습니다.
(히브리서 11:24-26) “믿음으로 모세는 장성하여 바로의 공주의 아들이라 칭함을 거절하고 도리어 하나님의 백성과 함께 고난 받는 것을 잠시 죄악의 낙을 누리는 것보다 더 좋아하고 그리스도를 위하여 받는 능욕을 애굽의 모든 보화보다 더 큰 재물로 여겼으니 이는 상 주심을 바라봄이라.” 주님께서는 마태복음 16:27에서 “인자가 아버지의 영광으로 그 천사들과 함께 오리니 그 때에 각 사람의 행한 대로 갚으리라.”고 말씀하고 있고, 또 요한계시록 22:12에서는 “보라 내가 속히 오리니 내가 줄 상이 내게 있어 각 사람에게 그의 일한 대로 갚아 주리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재림하실 때 각 사람들이 행한 대로 상급을 주실 것을 거듭거듭 약속하셨습니다.

예수께서 하신 말씀을 보면, 재림과 상급이 사로 맞물려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재림신앙을 가진 자라면 마땅히 그날에 받을 상급을 늘 염두에 두고 신앙생활을 해야 합니다. 이 말은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반대급부를 생각하면서 계산적으로 하나님을 섬기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내가 이 만큼 했으니 하나님이 이 만큼 보상해주셔야만 한다는 식으로, 다시 말해서 ‘Give & Take’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반대로 ‘Take & Give’식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무슨 뜻이냐 하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구원의 은총을 위시해 각양 은혜를 베풀어주셨으니 이제는 내가 하나님께 보답하는 양으로 최선을 다해 하나님과 하나님의 교회와 이웃을 섬겨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 내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하나님의 약속에 의해 장차 하나님께 풍성한 상급을 받게 되리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인생만년에 바로 그러한 신앙을 함축적으로 잘 고백하고 있습니다.

(디모데후서 4:7-8)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니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니라.”

이것이 바로 진정한 종말신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종말신앙을 가지려면 현재의 시점에서 미래의 종말을 내다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차 있을 종말의 시점에서 거꾸로 현재를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그날 예수 그리스도의 심판대 앞에 서서 심판을 받게 될 나의 모습을 미리 바라보면서 오늘 나에게 주어진 삶에 내가 얼마나 충실하게 임하고 있는가를 늘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데살로니가 성도들처럼 이제 주님 오실 날이 임박했으니 일할 필요가 뭐 있느냐 하면서 마냥 게으름피면서 주님 맞을 날만을 기다리는 것은 잘못된 재림신앙이며 또한 잘못된 종말신앙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우리 모두 참된 종말신앙을 가지고 주님이 언제 오시든 반갑게 맞이할 수 있도록 평소에 하나님의 자녀로서 성실한 삶을 살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요한 웨슬리 목사님이 연세가 많아 하나님 나라에 가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에 “내일 예수님이 재림하신다면 오늘 어떤 일을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늘 해오던 대로 할 겁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하는데, 우리도 같은 질문에 동일한 대답을 할 수 있도록 나날의 삶 속에서 진정한 재림신앙, 진정한 종말신앙으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