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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범 변호사 법률칼럼] “비상사태, 자영업자는 어떻게 하나요?”

Q: 전염병 비상사태로 저희 식당 문을 닫았습니다. 렌트비도 나가야 하고, 종업원 월급, 물세, 전화세, 전기세, 세금, 물건 대금 등 여전히 나가야 할 돈은 많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SBA융자도 갚아야 하고, 저희 집 모기지도 내야 합니다. 세금보고는 90일간 유예됐다 하던데, 모아둔 돈도 별로 없는데 막막하네요. 어떻게 하나요?

A1 : 트리아지 Triage 라고 들어보셨나요? 응급상황에서 환자를 치료할 때 누구를 먼저 치료하는지 결정하는 방법입니다. 전쟁에서 주로 활용되는데, 당장 치료를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환자를 1순위로 분류해 빨간색 리본을 달아 우선 치료하고, 당장 치료는 하지 않더라도 곧 치료해야 하는 환자를 2 순위로 분류해 노란색, 천천히 치료해도 생명에 지장이 없는 환자를 3순위로 분류하고 초록색 리본을 달아 순위대로 치료합니다. 그리고 무순위에 해당하는 까만 리본이 있는데, 이는 이미 사망했거나 가망이 없는 환자를 뜻합니다. 처치를 하지 않는 환자지요. 비정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때론 죽어가는 환자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습니다. 살릴 수 있는 환자는 먼저 살리고 봐야 하니까요.

질문하신 분은 현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 생각하시고 한 두 달 견디면 될 것이라 보시는지요? 아니면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 보시는지요? 현 사태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질문하신 분의 선택을 도와 줄 것입니다. 만약, 앞으로 한 두 달만 더 버티면 될 것이라 판단하신다면, 사업체를 살리는 방법을 택하셔야 합니다. 사업체에 빨간색 리본을 달고, 1 순위로 살려야 하겠지요. 하지만 현 사태가 장기화돼 사업체를 살릴 수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사업체는 까만색 리본을 달고, 자기 자신에게 빨간색 리본을 달아야 합니다.

법률상 사업체는 개인과 다른 개체입니다. 사업체가 죽어도 개인은 살 수 있습니다. 사업체가 죽으면 (문을 닫으면) 나도 함께 죽는다고 생각할 필욘 없습니다. 물론 내 피와 땀으로 이룩한 비즈니스지만, 내가 살아있는 한 비즈니스는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사업체보단 나 자신이 더욱 중요한 것이지요. 트리아지는 사태를 파악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데 중요한 개념입니다.

A2 : 죽어가는 사람을 눈 앞에 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무척이나 곤혹스러울 것입니다. 무엇인가 해 줄 수 있지만, 다른 환자가 우선이라 죽도록 내버려둬야 한다면, 곤혹 그 이상 처참한 느낌이 들 것입니다. 하지만, 인생은 때때로 우리에게 그런 가혹한 결정을 요구합니다. 요즘처럼 나라가 비상사태에 돌입한 경우, 우린 냉정한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결정에 도움이 되기위해 트리아지를 하는 것이지요. 올바른 결정을 해야만 하니까요.

어떻습니까? 누구를 먼저 살려야 하나요? 사업체인가요 자신인가요? 사업체가 가망이 없다 판단된다면 가차없이 버려야 합니다. 하지만 소생 가능성이 있다면, 사업체를 살려야만 하겠지요. 그 것이 내가 사는 길이기도 하니까요.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답은 무엇을 하지 말아야하는가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만약 현 사태가 장기화된다고 판단하시면 사업체를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올인(All In)해선 안됩니다. 예를 들어, 사업체를 살리기 위해 돈을 빌린다거나, 생명보험을 해지한다거나, 은퇴구좌를 깬다거나, 집을 판다거나 하지 말아야합니다. 사업체가 죽어도 내가 살기위해선 여력을 남겨놔야만 합니다. 남에게 또는 은행에서 빌리는 돈, 생명보험에 들어있는 캐쉬발류(현금가치), 은퇴적금액, 부부 앞으로 되어있는 부동산 등은 모두 차후에 새로운 사업을 하는데 쓰여질 수 있는 자산입니다.

가망이 없다고 까만 리본을 달았는데,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살아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검 사이에서 불쑥 손이 올라오는 것이지요. 가망없던 사업체도 살아날 수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지원을 해준다거나 예상치 못한 외부 도움이 오는 경우. 그런 경우를 위해 질문하신 분은 부지런히 뉴스를 공부하고, 전문가와 상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어지는 답변은 다음 컬럼에서 다루겠습니다. 문의 703-333-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