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가 21일 9천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통과시키자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26일부터 정부 현금 지원금 600달러가 국민 개인통장으로 입금되기 시작할 것이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을 대신해서 의회를 상대로 국민에게 600달러를 지급하는 안을 골자로 몇 개월 간 험난한 협상을 했던 그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에 감사드린다”고 대통령을 추켜 세우기도 했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트럼프는 “600달러를 2천달러로 올려야 한다. 의회를 통과한 경기부양안은 수치스럽다”라고 거부권을 시사하는 듯한 동영상을 트위트에 올려 자신의 충복 중에 하나인 므누신 재무장관과 “따로국밥”처럼 놀아 미 의회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부양안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민주당과 재정적 문제를 주장하는 공화당 사이에서 어렵사리 거둔 합의를 보스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폄하하며 망신을 준 것이다. 트럼프의 따로국밥 놀음에 곤경에 처하기는 므누신과 합의한 여당인 공화당도 똑 같다. 트럼프가 현금지급 2천달러를 요구하자마자 당장 개원된 하원에서 민주당은 지지했고, 공화당은 이를 거부하며 곤란한 처지에 내몰렸다.
트럼프의 몽니 같은 ‘따로국밥’으로 당황하기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들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앞서 의회는 지난 21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8920억달러 규모 부양안과 1조4000억달러 규모 연방정부 2021회계연도 예산안을 처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예산안에 서명하지 않음에따라 29일(화) 오전(12:01)부터 셧다운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26일 성명을 발표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경기 부양책에 조속히 서명하라”, “책임의 포기에는 파괴적인 결과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을 미루면 미국인 약 1000만명이 실업보험 혜택을 잃고, 며칠 안에 정부 지원금이 만료돼 군의 필수 서비스와 급여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가 빨리 서명하지 않으면 낭패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저소득층 시민들은 지금도 정부의 현금 지급을 갈망하고 있고, 실업급여 추가 지급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렌트비를 체납하고 있는 수백만 명이 강제 퇴거 위험에 놓일 것이고, 예산이 부족하면 백신 유통에도 큰 지장을 준다.
이런 국민들의 고통과 여야 정치권의 우려를 아는지 모르는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별장이 있는 플로리다에서 골프 휴가를 즐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산안에 불만을 표시하긴 했지만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까지 언급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이달 안으로 부양안에 서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도 하다.
현재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방수권법(NDAA)을 재의결하기 위해 하원이 28일, 상원이 29일 회의를 각각 소집해 놨다. 그리고 이번 중간선거에 뽑힌 의원들이 내년 1월 3일 임기를 시작하면 새 의회가 출범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때까지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 경우 의회가 합의한 예산안이 자동 폐기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레임덕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막 ‘몽니’ 같은 이 “따로국밥” 놀음이 그의 서명으로 언제 끝이 날런지 주목되고 있다.
하이유에스코리아(Hiuskorea.com) 강남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