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리케이션(앱)으로 쇼핑을 보고 회사일은 화상회의로 처리한다. 수업은 온라인으로, 병원 진료도 원격으로 받는다. 가족 친구들과의 모임도 가상공간에서 이뤄진다. 가상회의 소프트웨어 ‘줌은 줌하다는 일반동사처럼 쓰인다.
가까운 미래의 모습일 거라 생각한 장면들이 당장 오늘의 현실로 앞당겨진 배경에는 전 세계를 고통에 빠뜨린 코로나19가 있다. 어린이도 노인도 온라인 접근 기술을 익혀야만 하는 비대면 시대, ‘온라인 라이프’가 일상화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8일, 취임 이후 새정부에서 온라인 소통을 책임질 디지털팀을 발표했다. 기존의 다른 조각 인사 보다 훨씬 시급하게 발표 했다.
백악관 디지털 운영팀은 바이든 당선인의 선거운동과 인수위원회, 취임식준비위원회에 참여한 12명의 민주당 인사들로 구성된다. 대선 캠프의 디지털 국장으로 일했던 이가 백악관 디지털전략실장을 맡고 캠프 논평실 부국장이 디지털 운영 플랫폼 책임자로 임명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성명에서 국민들과 투명하고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은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라며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 팀은 디지털 전략에서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백악관을 새롭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미국 국민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은 당선인의 선거 운동에 주효했던 많은 전술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펴고 홍보하고 소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온라인이 대세 라는 얘기다.
마침 워싱턴포스트의 테크놀로지 칼럼니스트 제프리 파울러가 이와 관련한 심도있는 글을 게재 했다. 그는 28일자 에서 “실리콘밸리의 가장 대담한 아이디어인 ‘앱으로 운영되는 삶’이 전염병을 통해 엄청난 규모로 빠르게 실험을 거쳤다”며 “이제 온라인 라이프의 무엇이 효과가 있었고 어떤 실패가 있었는지, 새로운 표준은 무엇인지 설명할 때”라고 했다.
재택근무는 사무실 중심이던 업무 방식을 바꿨다. 화상회의와 슬랙, 드롭박스 등 공유네트워크를 이용해 얼마든지 사무실을 떠나서도 효율적인 업무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 10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가 “팬데믹이 끝나도 재택근무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나 전미경제연구소 조사를 보면 재택근무 후 근무시간이 매일 평균 48.5분 증가했으며 회의 수도 12.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시간과 업무시간의 구분이 모호해지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른 것은 국가의 백년 대계인 교육분야다. 온라인수업은 여러 부작용을 남겼다. 전염병 상황에서 최소한의 교육기회를 보장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친구들과의 관계맺음이나 놀이시간 등 ‘교육’에 포함된 여러 기능은 사라지고 오직 교과공부만 남겼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와이파이도, 노트북도 가질 수 없어 학교의 지원을 받은 뒤에야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던 사례를 자세히 소개했다.
권위 있는 비영리교육단체는 내년 학기 과감하게 교과과정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컨대 학습수준에 맞춰 학생들을 소그룹으로 분류한 뒤 소그룹별로 맞춤형 수업을 제공하고, 학습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전년에 배웠던 학습내용을 다시 가르치는 등 교과과정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존스홉킨스대학은 ‘전국과외프로그램’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대학 학부생과 졸업생들이 초·중·고교 학생들의 과외교사로 나서면 학점을 인정해주거나, 연방정부로부터 과외비를 받는 방식이다. 저소득층 가정도 과외교사를 구해 아이들의 학습격차를 해결할 수 있다.
지역 대학들이 제2외국어와 같은 일부 수업을 고등학생들에게 개방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학교수업이 원격수업으로 전환되면서 일부 학교에서 스페인어, 프랑스어 수업 등이 사라졌다. 원격 학생회를 활발히 운영하는 등 학생들이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도록 돕자는 의견도 나왔다. “학교를 혁신해야 한다면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원격진료와 영화 스트리밍서비스 역시 가능성과 한계를 보였다. 매킨지 조사를 보면 3월부터 여름까지 미국의 원격진료 이용자 수는 이전 3개월에 비해 5000% 증가했다. 시골 등 의료접근성이 떨어진 곳의 이용률이 높았고 반응도 좋았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에는 한계가 있고, 보험 적용 등에서 시스템이 갖춰지려면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다. 언택트 시대의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업계는 유례없는 호황이라고 알려져 있다. 다만 이것 역시 임시적 현상이기에 콘텐츠 업계가 코로나19 이후 어떻게 생존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늘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뉴노멀로 더가선 온라인 라이프, 성의를 다한 준비와 적응이 필요하다.
하이유에스코리아 칼럼니스트 안동일(앵커, 재외동포저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