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시작하며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는 시 한 편 함께 공유합니다.
<너에게 묻는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희생과 헌신적인 사랑을 주제로 시를 쓰고 있는 시인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 전문입니다.
그는 이 시에서 토사구팽 당하는 연탄재를 통해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밤, 구들장을 뜨끈하게 데워주었던 연탄이 연탄재가 되고 나면 쓰레기처럼 귀찮은 존재가 되어 버립니다. 날 낳으시고 길러 주신 어버이가 늙어서 구들장 신세만 지고 있다고 불효하지 말아라는 이야기입니다.
한 몸 아낌없이 불태우고 눈 덮힌 골목길에 행여 이웃이 미끄러질까 산산이 부서져 있는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는 너에게 묻고 있습니다. 힘들어하는 이웃에게 연탄재처럼 함부로 대하진 않았는지, 세상에는 감사할 일이 천지인데 도움을 준 그 누군가에 대한 감사한 마음마저도 발로 차버리지 않았는지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냐”고 묻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공동체의 발전에는 관심 없고, 오직 나 자신과 내 가족의 이익만 생각하며 살아가는 이기적인 너에게.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그런 이타적인 삶을 사는 우리가 많을 때 아름다운 동포사회가 건설됩니다.
코로나19가 지배한, 역사에서 지우고 싶은 2020년을 힘겹게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 동포사회이지만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 출현으로 여전히 지뢰밭을 지나는 형국입니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우리네 삶은 더욱 팍팍해질 것으로 보여집니다.
두레와 품앗이로 ‘보릿고개’도 이겨 냈고, 아직도 효(孝)를 백행의 근본으로 삼는 우리 민족입니다. 내가 아무리 힘들다 해도, 상대방의 말을 들어보면 몇 배 더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손자들조차 마음껏 보지 못하고 갇혀 살다시피하는 우리 노인들의 삶은 더욱 위태롭습니다.
공동체를 돕는 일은 단체들의 몫 만이 아닙니다. 반드시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상부상조하는 동포사회가 되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갑’이 아닌 우리가 ‘갑’이 되어 코로나19를 지배하는 2021년도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누가 이 세상 재물을 가지고 형제의 궁핍함을 보고도 도와줄 마음을 막으면 하나님의 사랑이 어찌 그 속에 거할까보냐” 요한일서 3장 17절
새해아침(元旦), 하이유에스코리아 대표 강남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