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유에스코리아뉴스
7일 오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하며 시민들이 갖다 놓은 물품들이 놓여있다. '정인이 학대 사망'과 관련해 연일 사회 곳곳에서 추모와 분노의 물결이 일자 전날 김창룡 경찰청장의 대국민 사과에 이어 이날 국회가 부랴부랴 법 개정 논의에 들어갔다. 여야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오는 8일까지 아동학대 예방과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정인이법'을 처리하기로 이날 합의했다. 2021.1.6/뉴스1
Featured 세상만사

“불쌍한 생각도 들지 않다”는 정인이 양모에 소아과 진료 안내만

<사진설명> 7일 오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하며 시민들이 갖다 놓은 물품들이 놓여있다. 2021.1.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상담기록서 드러난 입양·보호기관, 수사기관의 안일한 대처 작년 5월26일부터 학대 징후 파악…”양부모 말만 수동적으로”

양부모의 학대로 세상을 떠난 ‘정인(입양 전 이름)이 사건’과 관련해 입양기관, 아동보호전문기관, 수사기관 모두 안일한 대처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7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양기관 홀트아동복지회(홀트)에서 입수한 상담 기록에 따르면 홀트 측이 양부모의 집을 두 번째로 방문한 지난해 5월26일 이미 아동학대 징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정인이의 몸에 상처가 있었지만 홀트 측은 “아토피와 건선 등으로 귀와 몸 등을 많이 긁어서 소아과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는 양부모의 말을 믿었다.

또 배, 허벅지 안쪽 등에 있던 멍자국과 관련해서도 아동 양육에 보다 민감하게 대처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안내한 뒤 정인이를 더욱 세심하게 보살필 것을 당부하는 데 그쳤다.

0세 아동의 경우 부모의 진술만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경찰에 수사의뢰서가 발송됐고 경찰은 지난해 5월27일 양부모와 면담을 했다.

면담 과정에서 가정을 방문한 경찰은 오히려 양모에게 “흔하게 있을 수 있는 일이니 너무 힘들어하지 마시라”는 위로의 말을 전한 것으로 적혀있다.

아울러 서울 양천경찰서 수사관은 “양모와 아동의 상호작용을 관찰한 결과 우려할만한 학대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냈다.

이후 경찰은 지난해 6월10일 아동학대 혐의가 없으며, 아동과 양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안정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다는 취지로 사건을 내사종결하기로 했다.

경찰은 내사종결 결론을 내면서 “아동을 양육하다 보면 부모가 일일이 멍 등을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해한다”고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아동 학대 정황을 파악할 수 있었지만 양부모의 말을 믿고 상황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보호기관 측은 지난해 6월26일 정인이의 쇄골뼈 실금과 관련해서도 양부와의 통화 이후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보호기관 측은 홀트에 “양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면밀히 사례관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7월2일 정인이가 차량에 방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됐을 때 경찰과 보호전문기관에서 입양 가정을 방문했으나, 아동의 상태만 확인한 뒤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9월18일에는 양모가 홀트 측에 전화해 “애가 너무 말을 안 듣는다. 일주일째 거의 먹지 않고 있고, 오전에 먹인 퓌레를 오후 2시까지 입에 물고 있다”며 화를 내기도 했다.

양모는 상담원에게 “아무리 불쌍하게 생각하려 해도 불쌍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상황을 전했다.

그런데도 홀트 측은 양부에게 연락해 아이의 건강이 염려되니 소아과 진료를 우선적으로 보도록 안내한 것이 전부였다.

신현영 의원은 “전화 상담 내용을 보면, 가해자인 양부모 입장의 일방적 진술을 근거로 진행돼 진료 권유를 회피하고 감정적인 격앙 상태를 드러내는 등 아동학대의 징후가 분명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양기관,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 관계자 모두 해당 사안에 대해서 꾸준히 논의한 것으로 파악되나 정인이의 상태에 대한 전문가적인 판단이 부재한 상태에서 가해자인 양부모의 입장만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여 아동보호조치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사망까지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shakiroy@news1.kr 기사제공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