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정헌법 제 20조는 대통령과 부통령의 임기가 1월 20일 정오에 끝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시점인 내일(20일) 낮 12시부터 취임식과 관계없이 국가 통수권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대통령 취임식을 정오에 실시하는 이유는 법률적 의미의 임기 개시시점과 취임식 시점을 맞춘 것이다.
이는 만에 하나 취임식 당일 전후로 국가 위기 사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하여 한 치의 권력 공백을 허용치 않는 법률적 못 박기로 보면 된다. 특히 0.1초를 다투어야 하는 핵가방 통제권에 공백이 생겨서는 안된다. ‘인류멸망버튼’이라고도 불리우는 무게 45파운드(20kg)의 이 핵가방은 핵공격 결정을 대비해 24시간 대통령 주변에 있어야 한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당선인과 핵가방 인수인계 절차없이 백악관을 떠난다는데 있다. 그래서 세계는 미국의 핵가방(Nuclear Football) 향방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다.
통상 새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마치면 새 대통령의 핵가방 수행을 맡을 군 보좌관이 전 대통령의 군 보좌관으로부터 핵가방을 넘겨받는다. 그러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은 메릴랜드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별도의 성대한 이임식을 가진 후 플로리다로 떠날 예정이다.
트럼프는 20일 정오 이후에 에어포스원을 사용하려면 바이든의 허락을 받아야 하므로 자신의 대통령 권한이 유효한 12시 이전에 출발할 것으로 예상되며 트럼프의 군 보좌관 또한 핵가방을 들고 에어포스원에 탑승한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 탄핵 등, 궁지에 몰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 공격을 비롯한 돌발행동에 나서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논의했을 정도로 트럼프의 핵 통제권은 위험한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이 즉흥적으나 독단적으로 핵무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할 몇몇 안전장치가 작동하기 때문에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우선 핵가방에는 핵 발사 버튼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 혼자서 즉흥적으로 발사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핵가방은 크게 세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통령의 명령을 하달하는 통신장비와 핵 공격 메뉴판 격인 블랙 북(black book)이 있다. 그리고 지휘부의 안전을 위한 벙커 리스트와 핵전쟁 시의 행동지침 등이 담긴 서류들이 있다.
이 핵가방을 작동시킬려면 비스킷(biscuit)이라는 보안 카드가 있어야 한다. 이 작은 플라스틱 카드는 대통령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부통령도 가지고 있고 국무장관·국방장관도 가지고 있다.
대통령이 핵 공격을 명령할 때는 이들 중 1명이 동의해야 핵 공격 명령이 유효화된다. 즉 결정권자 + 실행자 1인으로 ‘2인 원칙’이 기본이다. 하지만 실행인인 이들은 대통령의 명령을 검토, 승인만 하지 혼자 발사명령을 내릴 수 없다. 대신, 이들이 승인 단계에서 개입하여 잘못된 명령 등을 차단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핵가방은 모두 3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취임식 당일 트럼프가 핵가방을 들고 가더라도 다른 핵가방 하나는 바이든에게로 가서 이날 정오에 비밀번호가 바뀐다. 즉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 선서를 할 쯤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공격 통제권은 끝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렇게 철두철미한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인 핵무기 사용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이유에스코리아 Hiuskorea.com 강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