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선거 개표기 회사가 지난 대선에서 개표 조작 음모론을 제기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자개표기 회사 도미니언 보팅시스템은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줄리아니 전 시장이 명예를 훼손했다며 13억달러(약 1조 4000억원) 규모의 소송을 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그동안 선거 사기를 주장해오며 ‘도미니언 개표기’에 문제가 있다고 음모론을 퍼트려왔다.
도미니언은 이날 소장에서 “우리는 미국 유권자들로부터 증오, 경멸, 불신을 부당하게 당했다”며 “도미니언의 고객인 선출직 공무원들은 도미니언과 계약하거나 도미니언 기계를 사용하는 것을 피하라는 이메일과 편지, 전화를 받아 피해가 예상된다”고 썼다.
도미니언은 줄리아니 전 시장뿐 아니라 지난해 선거사기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고소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 변호인 톰 클레어는 “도미니언에 대해 직접 언급하거나, 허위진술에 가담한 데 대해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사하고 있다”라며 “이 때문에 현재 단계에서는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줄리아니 전 시장은 도미니언에 대한 맞고소를 검토하고 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성명에서 도미니언의 소송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도미니언의 명예훼손 소송에 따라 나는 그들의 이력, 재정, 관행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며 “내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도미니언에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도미니언은 앞서 지난 대선에서 음모론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친트럼프 변호사 시드니 파월을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했다. 또 도미니언의 고위 전 직원 에릭 쿠머도 트럼프 지지자들의 살해 위협 때문에 잠적해야 했다며 트럼프 선거운동 캠프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지난주 미국 뉴욕주 변호사협회는 줄리아니의 변호사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일 친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동에 앞서 선동적인 연설을 했고 대선 후 소송들에서 선거가 조작됐다는 허위 주장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권영미 기자 ungaungae@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