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사 쿠데타 발발 일주일째에 접어든 8일(현지시간)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 총 사령관이 첫 TV 연설을 통해 “선거를 다시 열어 승자에게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한 작년 11월 선거에 대해서는 “선거 운동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흘라잉 사령관은 이날 국영 MRTV를 통해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해 2008년 헌법에 따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며 이 같은 대국민 메시지를 전했다.
선거관리위원회와 지도자들이 선거 부정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고도 지적했다. 흘라잉 사령관은 “선관위는 개혁돼야 한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핑계로 공정한 선거운동을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과거 군부 통치 때와는 달리 ‘진실하고 숙련된 민주주의’를 형성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흘라잉 사령관은 “다당제 선거를 할 것이며 민주주의 규칙에 따라 당선자에게 권력을 넘겨줄 것”이라며 “시민들은 감정이 아닌 진실한 팩트를 믿어 달라”고 했다.
MRTV 밖 수도 네피도에서는 경찰이 세 줄로 서서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진압하는 모습이 인터넷 방송을 통해 전해졌다.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군이 아닌 시민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외쳤지만, 경찰은 시위대가 세 번째 진압선을 넘어서면 실탄을 발포할 수 있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도로 위에 세워 경고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지난 주말부터 사흘째 전국적으로 수만 명의 시위대가 쿠데타에 항의하며 수치 고문의 석방과 군부의 퇴진을 요구하자 군경의 진압도 보다 강경해지고 있다. 전날 미야와디 지역에서는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총성이 들리는가 하면, 이날은 일부 지역에서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발포하기도 했다.
아울러 군은 이날 대규모 시위가 활발한 제2도시 만달레이 일부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군은 MRTV를 통한 성명에서 “국가의 안정과 공공의 안전, 법치를 해치는 행위에 대해 법적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1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수치 고문을 비롯해 정부 핵심 인사들을 구금했다. 가택연금 중인 수치 고문은 소형 불법 무전기 불법소지 혐의로 기소됐고, 축출된 윈 민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쿠데타의 배후에는 차기 대권을 노려온 흘라잉 사령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11월8일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하며 군부의 입지가 좁아지자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군부는 1년간의 국가비상사태 이후 선거를 다시 연다는 계획이다.
최서윤 기자,강민경 기자 sabi@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