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육군3사관학교 53기 생도 졸업 및 임관식에서 졸업 증서를 받은 신임 장교들. 각군 규정상 여군은 상의 카라 뒷선에 닿지 않는 길이의 짦은 머리(단발)를 하거나, 사진처럼 머리핀이나 망으로 머리카락을 틀어올려야 한다. 2018.3.2/뉴스1
[편집자주] ‘요즘 군대’는 우리 군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는 뉴스1의 연재형 코너입니다. 국방·안보 분야 다양한 주제를 밀도 있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미군이 현역으로 복무하는 여군에 대한 두발·용모 규정을 대폭 완화해 화제다. 앞으로 미 여군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리는 포니테일 스타일을 연출하고, 전투복 차림으로 귀걸이를 하거나 립스틱을 바를 수 있게 됐다.
반면 우리군의 경우 여군의 용모와 두발은 항상 깨끗하고 단정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헤어스타일은 단발 머리 혹은 머리핀과 망을 활용한 묶음 머리로 제한되고, 매니큐어·귀걸이 등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미 육군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복장·두발 규정 개정안을 보면, 머리카락 길이 규정(최소 0.7㎝)을 폐지한 대신 땋은 머리나 포니테일 머리를 허용했다. 특정 색상에 대해선 부분 염색도 가능해도록 했다.
또한 색깔이나 무늬가 지나치게 튀지 않는 선에서 매니큐어 및 립스틱을 바르는 것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여군들은 앞으로 전투복 차림으로 머리를 길게 묶거나(어깨선까지 허용) ‘레게’ 머리를 하는 등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게 됐다. 단, 전투 상황에서는 치장이 제한되고 항상 전투장구를 착용할 수 있을 정도로 두발을 관리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머리카락을 당겨서 묶는 스타일이 탈모를 유발한다는 문제점 및 머리를 가지런히 묶기 어려운 흑인의 모발 특성 등이 감안됐다. 전력 유지에 차질이 없는 범위 내에서 규정을 완화한 것이다.
반면 우리군의 두발·용모 규정은 별다른 변경사항 없이 수십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국방부가 2009년 제정한 부대관리훈령은 제24조에서 “용모와 두발은 항상 깨끗하고 단정해야 한다”며 “가발 착용이나 머리염색 등 군 기강을 저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12년째 이와 같은 내용을 유지 중이다.
육·해·공군의 세부규정은 어떨까. 각군에 문의한 결과 여군의 두발·용모와 관련한 명확한 지침은 없는 실정이다. 육군은 ‘여성 군인의 머리는 단정하게 손질하되 길이와 머리 모양은 군모 착용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 해군은 ‘용모와 두발은 항상 깨끗하고 단정하게 유지’해야 한다고만 명시하고 있다.
각군이 허용하는 여군의 머리스타일은 크게 ‘짧은 머리형’과 ‘긴 머리형’ 2종류로 나뉜다. 짧은 머리형은 뒷머리가 상의 카라 끝선에 닿지 않는 길이의 단발을 지칭하고, 긴 머리형은 묶거나 틀어 올려서 머리핀이나 망으로 고정한 형태를 가리킨다.
립스틱, 매니큐어, 귀걸이 등과 관련한 내용은 부대관리훈령 및 각군 규정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깔끔하고 단정해야 한다’는 용모 규정에 따라 치장물품 사용 혹은 착용이 제한되는 편이다. 군 관계자는 “근무 중 기초화장 수준의 립스팁은 허용되지만, 색깔 매니큐어를 바르거나 귀걸이 착용은 제한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미군 사례처럼 앞으로 여군의 두발·용모 관련 지침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군에서 여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자신의 개성을 중요시하는 MZ세대가 군에 많이 입대하면서다. 국방부는 전체 군 간부(장교·부사관) 가운데 7.4%(2020년 11월 기준)인 여군 비중을 2022년 말까지 8.8%로 늘릴 계획이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군이 ‘군인다움’을 강제하는 기조가 변하지 않으면 여군이 용모·두발 규정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두발 규정을 어떻게 유지해왔고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방부는 여군에게 지급하는 피복·장구류를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개인장구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여성의 신체 특성을 반영한 장비를 우선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국방부는 “현실적 여건에 따라 여군 전용 피복·장구류 보급이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여군 의견을 바탕으로 개선이 필요한 품목을 선정하고, 각 품목에 대한 현실적 개선방안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원준 기자 wonjun44@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