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스타던 이재영-이다영, 차가운 시선 속 추락
배구계를 강타한 ‘학교폭력’ 사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철없던 시절의 장난이었다고 치부했던 과거 때문에 어렵게 쌓아올린 부, 명예, 인기 등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누군가에게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준 ‘죄’ 때문에 자신도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가 남았다.
지난 10일부터 이어진 피해자의 용기 있는 폭로 속 배구스타 이재영, 이다영(이상 흥국생명), 송명근, 심경섭(이상 OK금융그룹)이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생각이 깊지 못한 시절 무책임한 행동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려 죄송하다면서 평생 반성하겠다며 허리를 숙였다.
스스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잊고 살았던 예전의 과오를 뒤늦게 사과한다고 해서 일단락될 일이 아니다. 철퇴가 떨어졌다. 소속팀은 이들의 경기 출전금지를 결정했으며, 대한민국배구협회도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무기한 국가대표 자격 박탈 징계를 내렸다.
학교폭력 가해자였던 선수들은 부와 명예를 다 잃었고 앞날 또한 불투명하다. 대표팀에서 입지도 단단했으니 누구보다 배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었으나 언제 다시 코트에 서게 될 지는 미지수다.
흥국생명은 이재영과 이다영의 징계 기간을 무기한으로 설정하면서 뼈를 깎는 반성과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이 없다면 해제하지 않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나아가 이들에게 급여도 지급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V리그 최고의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한 최고의 선수였지만 갑자기 최악의 선수가 됐다. 팬은 차갑게 등을 돌렸다.
열렬하게 응원했어도 학교폭력으로 일그러진 스타를 포용하지 않는다. 팬이 원하지 않는 프로선수의 가치는 ‘0’이다. 나아가 아예 이들을 영구 제명하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누군가의 본보기였을지 모른다. 배구 꿈나무는 이들을 보며 제2의 이재영, 제2의 이다영, 제2의 송명근, 제2의 심경섭을 꿈꿨을 터다. 하지만 가려졌던 추악한 과거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슈퍼스타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젠 누구도 그들처럼 되고 싶다고 말하지 않는다. 외려 그들처럼 되지 말아야한다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 됐다.
학교폭력은 음지에서 여전히 진행되고 있을지 모른다. 지금은 밝혀지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잘못된 행동에는 아주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모든 걸 잃은 이재영, 이다영, 송명근, 심경섭처럼. 실력이 아닌 인성이 먼저다.
이상철 기자 rok1954@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