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치매라고 불리우는 알츠하이머병이 악화되면서 외부 출입을 거의 단절했던 신호범(Paull Shin) 전 워싱턴주 연방 상원의원이 지난 12일 타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85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고인은 1998년 아시안계 최초로 미국 워싱턴주 상원의원에 당선되어 내리 상원 5선을 한 후, 워싱턴주 상원 부의장까지 지내면서 우리 한인 1.5세, 2세들에 미 정가 진출의 디딤돌이 되기도 했다.
고인이 1992년 주하원 의원으로 당선될 때부터 2014년 상원의원 직을 은퇴할 때까지 후원회장은 맡아 도왔던 이광술 전 시애틀한인회장(현 미주총연 부회장)은 “미주동포사회에 큰 족적을 남긴 고인께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세상과 오랜 기간 단절된 채 소천하심에 슬프고 안타깝다”고 했다.
유가족으로는 미국인 부인인 다나 신 씨와 아들과 딸이 있다. 유가족측에서는 장례 일정에 대해 추후 알린다고 공지했다.
한편 신호범 전 워싱턴주 상원의원은 거리를 떠돌며 밥을 구걸하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딛고 성공한 입지적인 인물이다.
6ㆍ25 한국전쟁 당시 미군부대 ‘하우스 보이’가 됐다가 16살 때 미군 군의관 레일 폴 박사에게 입양돼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왔다.
독학으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뒤 유타주 브리검영대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워싱턴대(UW)에서 동아시아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쇼어라인 커뮤니티 칼리지를 비롯해 메릴랜드대, 하와이대, UW, 웨스틴워싱턴대 등에서 30여 년간 강의한 신 의원은 1992년 워싱턴주 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워싱턴주 부지사직에 출마했고(낙선), 1998년 주 상원으로 자리를 옮겨 당선됐다. 이후 내리 상원 5선을 거머쥐면서 승승장구했고 워싱턴주 상원 부의장을 지내는 등 성공 신화를 써왔다.
지독한 가난과 고생, 하루 3시간의 수면, 입양아와 동양인이라는 차별을 극복하고 워싱턴 주 상원의원이 된 고인은 알츠하이머가 생기면서 지난 2014년 돌연 상원의원 직을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1956-58년 일본에서 선교사 사역을 감당했는 가 하면 시애틀 한인회장과 평통 시애틀협의회장을 지내는 등 한인사회에서도 봉사했다. 고인은 ‘기적의 역사’와 공부도둑놈 희망의 선생님’ 등 두 권의 책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