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만 미주동포사회를 대표한다는 미주한인회총연합회(미주총연)가 근 10여 년 동안 분열되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모처럼 찾아 온 통합의 좋은 기회를 날리고 있는 모습이다.
재외동포재단 김성곤 이사장은 재외동포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싶어도 분열된 미주총연이 걸림돌이 되자 관활 공관인 워싱턴 총영사관을 통해 통합을 중재하고 나섰고, 미주한인회장협회(미한협)에서도 총회장 대행과 이사장을 공동 통합추진 위원장에 임명하면서 통합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미주총연 측에서는 통합에 선을 긋고 6월 정기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미주총연 측에서 이처럼 통합을 논의하는 테이블에조차 나오지 않고 있자 미한협 측에서는 4월 18일 ‘대통합추진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공문을 마치 최후통첩처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서번호 28-0418-21로 된 공문서는 “미주총연 전직 회장님들과 워싱턴 총영사관에서 직,간접으로 연락을 취하였으나 귀측의 불응과 대화 단절로 인해 직접 공문 발송을 하게 되었다”, “양측에서는 기득권을 내려 놓고 통합을 위한 논의를 성실히 실행하자”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미주총연 통합이 이처럼 요원해지고 있자 몸이 달은 곳은 재외동포재단이다.
재외동포재단에서는 전 세계 대륙별 한인회총연합회를 아우르는 가칭 ‘세계한인회총연합회’(세계총연)를 10월 개최되는 ‘세계한인회장대회’에서 출범식을 가진다는 목표로 ‘세계총연 창립 추진위원회’를 결성하여 활동 중이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750만 한민족 디아스포라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세계총연’ 결성은 김성곤 이사장의 핵심 정책으로 그의 이러한 회심의 작품 속에 250만 미주동포사회를 대표하는 단체가 없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 것이다.
이번 대통합의 불씨는 남문기 총회장이 당기고 돌아가셨다. 그는 살아생전에 미주총연 측과 통합을 논의했지만 실패하자 김성곤 이사장에게 중재를 요청했고 김 이사장이 중재에 나서자 미주총연에서는 5월로 예정됐던 정기총회를 연기한다는 공문을 미주동포사회에 공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주총연 측에서는 느닷없이 4월 8일 있었던 워싱턴 지역 기자회견에서 “미한협 해체하고 들어오면 된다”면서 모처럼 타오르던 통합의 불씨마저 꺼버렸다.
통합 논의는 진작부터 있어 왔고 미주총연 측에서는 처음부터 통합에 선을 긋지는 않았다는 결론이다. 그래서 누군가 뒤에서 조종한다는 ‘가스라이팅’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가스라이팅 이야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양 측의 통합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세계총연’ 발대식의 시간은 째각째각 흐르고 있다.
오랜 기간 분규 상태인 미주총연에 통합의 마침표를 찍게 될지, 아니면 어느 한 쪽 편의 손을 들어 줘 세계총연에 합류 시킬지, 김성곤 이사장의 결단의 시간도 점점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