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을 살고 있다. 오일쇼크가 온 것도 아닌데 휘발유 가격이 하루 새 갤런 당 1달러 이상씩 치솟았다. 그마저 주유를 하기 위해서 수 시간씩 대기해야 하고 어떤 주유소에는 기름도 아예 없다.
제3차 오일쇼크는 중동 OPEC 카르텔 작동에 의해서가 아니더라도 사이버 전쟁으로 충분히 발생할 수 있음에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
미국 최대 송유관 운영사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Colonial Pipeline co.)’이 해킹 공격을 받아 송유가 잠정 중단되면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버지니아 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랄프 노담 주지사는 11일 오후 “가스 파이프라인에 랜섬웨어 공격 여파로 중단되고 있는 공급을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미 동부 연료 소비량의 45%를 공급하는 이 회사가 사이버 공격으로 5일째 공급이 중단되고 있자 주민들은 패닉 상태로 휘발유 사재기를 시작했고, 휘발유 가격은 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는 마치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될 무렵 화장지 사재기 광풍이 몰아칠때의 모습과 유사하다.
11일 밤 10시 경, 한인타운인 버지니아 애난데일과 센터빌 일대를 돌아보니 주유소 마다 대기하고 있는 차량행렬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사진> 애난데일 일대 주유소는 주유를 위한 차량행렬이 236 도로 1차선 까지 차지하고 쭉 늘어서 있었다. 센터빌 엑슨 개스스테이션에서는 차량 주입 후 3개의 컨테이너를 채우고 있는 주민과 대기 차량 주민들간 욕설이 오가는 언쟁도 벌이는 모습도 보였다. 이 주유소에서는 오전에 최고급 휘발유 가격이 갤런 당 $3.29 하던 것이 $4.19로 올라 있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11일, 미 남부 일대의 휘발유 가격을 끌어올렸던 패닉 바잉 수요가 북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공급이 줄고 패닉 바잉 수요까지 겹치자 버지니아에서 플로리다에 이르는 동부 일대의 주유소에서는 이미 연료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버지니아주 주유소 3,880곳 중 7.5%가 재고가 부족하다.
미 자동차협회(AAA)에서는 11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2.985달러로, 지난 2014년 11월 갤런당 2.99달러를 찍은 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라고 발표하면서 “해킹 공격으로 멈춰 선 콜로니얼은 송유관 일부를 수동 운영 중이지만 재가동은 주말께나 가능할 것이다”고 밝혔다.
미 연방수사국(FBI)에서는 이번 해킹 공격의 배후로 전문 해커범죄집단인 다크사이드로 보고 있다. 다크사이드는 지난해에도 사이버 테러로 80여개 서방기업에 수백억달러 손해를 입혔다. 주로 돈 잘 버는 대기업이 표적이다. 사이버 시대에 언제, 어디서, 어떻게 뚫려 우리의 일상 생활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