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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은 고삐 푸는데, 아시아에선 확진자 ‘폭증’ 왜?

5월 신규 감염 60%가 아시아 국가에 집중 “모두가 안전해질 때까진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율이 높아지면서 미국과 유럽 국가에서 방역의 고삐가 점차 느슨해지는 가운데, 대표적인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던 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선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간 코로나19 청정지대로 불려온 대만에선 지난주부터 갑자기 지역 감염이 급증하면서 15일 185명, 16일 207명, 17일 335명 등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급증하고 있다. 대만에선 극장과 도서관, 레크리에이션 센터들이 폐쇄됐고 공립학교들은 적어도 이 달 말까지 휴교한다는 방침이다.

LA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에서도 확진자가 늘고 있고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일본 등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도가 대규모 확산의 진원지가 되면서 5월 상순 전 세계에서 기록된 신규 감염 약 1000만명 중 60% 이상이 아시아 국가에서 발생한 것으로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는 분석했다.

LA타임스는 미국 등이 백신 접종율과 속도에 힘입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음에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극복은 긴 여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데일 피셔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이것은 팬데믹”이라며 “결국 국경도 무너질 것이다. 통계적으로 불가피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피셔 교수는 코로나19의 새로운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백신 접종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미국과 EU 국가 등 부자 나라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어 빈곤국가들의 접종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LA타임스는 베트남, 라오스, 필리핀 등 저개발·빈곤국가에 전달된 백신이 부국에 비해 훨씬 적다는 점을 지적했다.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빈곤 국가의 인구 밀집 지역에서 백신 접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변이가 반복되고 이는 대유행이 장기화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국제적십자·적신월사의 아태 지역 긴급 보건 대응을 담당하는 아브히셰크 리말은 “모두가 안전해질 때까진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감염자 수가 줄어 마스크 착용 의무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미국의 상황을 언급하며 “현재는 미국이 대단해 보이지만 만약 변이가 또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이는 결국 미국에도 도달할 것”이라며 “모두가 안전하다는 것이 보장돼야 한다. 이것이 백신이 공정하게 배분되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정이나 기자 lchung@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