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장단에 기울어서는 안돼” 왕이가 던진 ‘견제구’‥계속되나 전문가 “中, 다시 전열 가다듬은 듯” vs “일희일비 할 필요 없어”
11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입을 통해 전해진 우리에 대한 압박이 향후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특히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대중견제 전선 구축에 있어 한국을 ‘약한 고리’라고 판단, 미국에 경도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견제구를 계속 던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는다.
왕 위원은 지난 9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비난하며 한국을 향해서는 “남의 장단에 기울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중국 측의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외교가 안팎에서는 사실상 훈계조라는 평가도 내놓는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에 ‘중국’을 직접 명시하지 않았지만 ‘대만 해협’ ‘남중국해’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참여 비공식 협력체) 등 곳곳에 중국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역내 현안들을 담았다.
하지만 중국은 “중국을 겨냥한 것을 안다”면서도 사실상 절제된 반응을 보였다. 대만 문제를 놓고 “순수한 중국 내정”이라며 핵심 이익 사안에 대해서는 ‘불가침’ 원칙을 재확인했지만 미일 정상회담 때와는 톤을 조절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반면 중국은 지난 4월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 ‘홍콩’ ‘신장위구르’ 등이 명시되자 “내정을 거칠게 간섭했다” “국제관계 기본 준칙 심각하게 위반” 등 격양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中 ‘전랑외교’→’소프트 파워’ 강조…韓은 예외 가능성도
최근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국제무대에서 소외되자 전랑외교(중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공격적인 외교)를 포기하고 유연한 외교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달 31일 ‘국제 전파 능력을 새롭게 건설하자’라는 주제로 30차 집단학습을 가졌는데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목소리가 국제사회에 제대로 전파가 되지 않고 있다며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제고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시 주석은 △중국 문화의 감화력 △중국 이미지 친화력 △중국 담론의 설득력 △국제여론 주도 능력 제고도 주문했다.
이에 ‘소프트 파워'(문화·예술 등을 앞세워 상대방의 행동을 바꾸는 힘) 쪽으로 무게추가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하지만 미국과의 패권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 대해서는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들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평가다. 이러한 기조의 일면은 이번 왕 위원의 통화에서 엿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전문가 “中, 다시 전열 가다듬은 듯” vs “일희일비 할 필요 없어”
단 전문가들은 이 같은 관측과 관련해 “중국이 향후에도 한미가 ‘밀착’ 조짐이 보이면 ‘한국 흔들기’에 나설 수 있다”와 “일희일비 할 필요 없다”로 의견이 갈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 절제된 반응을 보이던 중국이 그간 정책 방향을 검토한 후 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대응하겠다는 입장이 읽힌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중국의 일련의 행보는 우리가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형적인 두 번 손해 보는 형태”라며 “우리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포함된 대만 해협, 남중국해 등이 중국을 견제한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해왔다. 그러한 대응은 미중 모두에게 우리가 논리적이지 않게 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과 공동성명을 만들며 왜 대만 등의 내용을 미국이 넣으려 했는지 우리가 정말 몰랐다고 할 수 있나”라며 “주한 중국대사도 공동성명에 대해 중국을 겨냥한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미중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만 아니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대응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국제사회 규범에 따른 것’ 등의 원칙론적인 대응을 했어야 한다. 우리의 ‘실책’에 중국이 개입할 명분을 준 것이고 왕 위원이 이번에 그 틈을 파고 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왕 위원은 이번에 (장단에 기울어서는 안 된다 등) 다소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다”면서도 “이는 중국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말이며 이 말을 한다고 해서 한국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들을 돌릴 수 없다는 점을 중국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단지 중국의 입장이 이렇다고 재차 강조하는 수준이고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며 “장단에 기울어서는 안 된다는 말은 강제적인 특정 조치를 염두에 둔 것이라기 보다는 중국의 입장이 이러하니 향후 한국이 미중관계 관련 정책을 설계할 때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달라는 요청 정도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했다.
이어 “강한 압박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중국이 다소 급하게 반응하는 구나, 중국이 조금 초초하구나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노민호 기자 ntiger@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