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빠른 산불에 기록적 폭염까지…기후변화 영향
미국 서부 지역에서 가뭄으로 인한 이상 징후가 계속되고 있다. AFP통신은 13일(현지시간) 서부 지역에서 만성적으로 발생하는 가뭄이 올해는 기후변화로 인해 더 악화됐다며 여름이 본격 시작하기도 전부터 이에 따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저수지는 역사상 최저 수위를 기록했고 일부 지역에선 예년보다 빨리 산불이 발생했다. 기록적인 폭염까지 예고되면서 일부 지역에선 물 사용 제한 등 서둘러 조치에 나섰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오리건, 유타, 네바다 등 서부 영토의 88%가 가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네바다와 애리조나주 경계에 위치한 미국 최대 인공호수인 미드호(Lake Mead)는 1930년 처음 만들어진 이래 최저 수위를 기록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콜로라도강에 후버댐이 건설되면서 형성된 미드호의 현재 담수량은 최대치의 36%에 불과하다. 사상 최저 수위를 기록했던 2016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4월1일 기준 시에라네바다 산맥 적설지대에 축적된 눈은 예년 평균의 6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겨울과 봄에 충분한 강수량을 기록하는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두 번째로 큰 저수지인 오로빌호는 2019년에 비해 수위가 50미터 가량 낮아졌다.
서부를 강타한 최악의 가뭄에 향후 수개월 간 물 사용 제한 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 세계 생산량의 80%에 달하는 캘리포니아주 아몬드 산업에 여파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AFP통신은 이미 캘리포니아 아몬드 농가에서 물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무들을 뽑아내는 작업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미국의 가뭄 현황을 지도로 보여주는 ‘미국가뭄모니터’는 현재 캘리포니아 영토의 3분의1이 가뭄의 강도와 그에 따른 영향을 구분하는 여섯 단계 중 최고 단계인 ‘이례적 가뭄’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양이 메마르고 초목에 물이 부족해지면서 훨씬 더 높은 기온을 위한 조건이 만들어지고 결국 파괴적인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AFP통신은 경고했다.
당장 남서부 지역에선 이번 주에 폭염이 예고됐다. 이 지역의 평균 기온은 예년 대비 11도 가량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 지역 기온은 최고 48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와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경우 기온이 45도 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국립기상청(NWS) 피닉스 지부는 “드물고 위험하며 치명적인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정이나 기자 lchung@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