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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30대 평기자도 워싱턴특파원, “요즘은 ‘특파원=힘든 자리’ 인식”

한국 기자협회에서 보도하는 ‘기자협회보’에 의미 있는 기사가 하나 있어 함께 공유합니다.

언론사 요직으로 꼽히는 워싱턴 특파원에 30대 기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연수 성격의 단기 특파원이나 2진으로 활동한 사례는 있지만 홀로 선발되는 3년 임기의 워싱턴 특파원 자리에 30대 평기자 발령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연공서열보다 능력 중심의 인사, 특파원을 바라보는 달라진 시선 등 기자사회의 변화상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30대 후반인 박영준 세계일보 기자는 워싱턴 특파원으로 선발돼 지난 21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세계일보의 특파원 지원 자격은 취재 경력 7년차 이상인데 차장 미만의 평기자가 워싱턴 특파원에 선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워싱턴 특파원직을 신설한 뉴시스도 지난 6월 30대 중반 김난영 기자를 초대 특파원으로 내정했다.

워싱턴 특파원은 편집·보도국에서 엘리트 코스의 한 자리로 불려왔다. 주로 정치부나 외교부에서 활약한 차장~부장급 40대 이상 기자들이 지원하고, 특파원 임기를 마치면 정치부장-편집국장 루트를 밟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김난영 기자와 박영준 기자가 워싱턴 특파원을 지원한 배경을 보면 과거의 공식은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김난영 기자는 “국제부에서 미국 정치를 담당하다 워싱턴 특파원 신설 소식을 접했다. 외신을 통해 얻은 정보로는 한계가 있어서 직접 현지에서 취재해보고 싶었다”며 “많이 고민하다 지원했는데, 다음달 출국할 예정이다. 맨땅에 헤딩해야 해 부담감이 크지만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고 말했다.

박영준 기자는 “경제부 담당으로 세종시에 3년 넘게 있다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지원을 결심했다.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해오면서 영어 성적표를 받아두었던 것도 도움이 됐다”며 “자사, 타사 특파원 선배들에 비해 연차가 낮고 외교부 취재 경험도 적지만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격려를 많이 받았다. 노력으로 부족함을 보완하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들의 등장은 기자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워싱턴 특파원 발탁이 특혜로 비춰지던 시절이 끝나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조현일 한국기자협회 세계일보지회장은 “워싱턴 특파원은 소위 엘리트 코스의 대명사격이었다. 예전엔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내부 정치가 필요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며 “연공서열 중심의 언론사에서 차장도 아닌 30대 평기자가 워싱턴 특파원에 선발된 것은 기자들의 인식 변화가 드러난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요즘 기자사회에서 특파원은 특혜라기보다 힘든 자리라는 인식이 퍼져있다. 실제 최근 몇 년 새 디지털 강화 등으로 특파원의 업무량도 늘었지만 체재비 등 지원이 넉넉하지 않다. 특파원을 발판으로 주요 보직에 오른다거나 가족들의 해외 거주 경험과 어학 능력을 위해 자신이 희생하겠다는 생각도 옅어지고 있다. 워싱턴 특파원 지원자가 한두 명에 불과한 경우도 있고, 미국이 아닌 베이징이나 도쿄 특파원 등은 후임자를 찾지 못해 전임자가 연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종합일간지 소속인 30대 기자는 “사내 지위보다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지금 분위기에선 고생할 게 뻔한 특파원 인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연공서열을 떠나 정말 가고 싶어 하는, 오랜 시간 준비해와 맡은 업무를 잘 할 수 있는 기자가 선발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30대 특파원 사례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자협회보 김달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