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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다시 고개 드는 사이공 함락의 ‘망령’…’어게인 1975’

탈레반, 카불 진입 임박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 철군을 선언하고 대사관 인력까지 빼고 있는 미국의 모습이 1975년 베트남 전쟁 말기 ‘사이공 함락’ 당시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아프간 반군 탈레반이 대부분 지역을 함락하고 수도 카불 앞까지 진격한 가운데, 미국은 대사관 인력 대부분을 철수하고 이를 지원할 병력 5000명을 추가 파병하는 결정을 내렸다.

미국은 아프간에서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을 수행하며 약 2조달러(2338조원)를 쏟아부었다. 대규모 병력과 물자를 투입했음에도 승리 선언 없이 아프간을 떠난다. ‘빈손 철군’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미군은 아프간 군을 훈련시키기 위해 약 890억달러(104조원)을 썼다. 그러나 아프간 군은 이렇다 할 교전도 없이 불과 한 달여만에 탈레반에 무릎 꿇고 있다.

로이터는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상황은 아프간 군의 구축을 위해 미군이 기울였던 노력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런 상황이 1975년 사이공 내 미국 대사관 지붕에서 자국 외교관을 중앙정보국(CIA) 헬리콥터로 구출했던 장면이 떠오른다며 “이는 인도차이나에서 미국의 실패를 상징했던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통신 또한 미치 매코널 미국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인용, 이번 사태가 사이공 함락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대사관 인력의 추가 철수와 병력 추가 배치에 관한 최근 소식은 카불 함락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굴욕적인 함락이 있었던 1975년 사이공 당시보다 더 안 좋은 속편으로 치닫게 만들었다”고 했다.

AFP통신 또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교관들은 현재 아프간 상황에 대해 베트남 전쟁 말기 사이공 함락에 비유하는 암울한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한 외교관은 “현재 상황은 재앙”이라고 발언했다.

미국 NBC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사이공의 망령들과 싸우고 있다”고 표현했다.

CIA의 전 분석가인 맷 젤러는 “모두 사이공의 헬리콥터 이미지를 이야기한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지만 이는 스스로가 초래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거의 장악한 반군 탈레반은 마지막 남은 도시인 수도 카불에 진입하기 직전인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모든 병력은 카불의 문 앞에 대기하라는 명령을 받고 있다”며 탈레반 “무고한 카불 시민의 희생을 원하지 않지만, 휴전’은 없다”고 밝혔다.

강민경 기자 pasta@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