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식용유, 연료와 같은 생활필수품 가격이 폭등하고, 급여는 중단됐으며, 은행 현금인출기(ATM)도 작동되지 않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미군 완전 철수로 탈레반은 축포를 쏘며 환호하고 있지만 아프간의 경제는 이미 붕괴 직전이며, 탈레반이 첫 위기를 맞고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아프간의 경제 붕괴로 대규모 기아사태가 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아프간은 내륙 국가인데다 미군 철수로 서방과 단절됐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이미 아프간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그동안 아프간 경제의 40%가 IMF 등 해외 원조에 의한 것이었다. 특히 IMF는 탈레반이 약 9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에 접근할 수 없도록 이미 조치를 취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프간 통화인 ‘아프가니’는 탈레반이 카불을 수복한 지난 15일 이후 10% 급락했다.
이에 따라 수도 카불에서는 벌써 시위가 시작됐다. 공무원을 포함한 시민들이 길거리로 나와 은행 재개를 요구하고, 중지된 급여 지급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심각한 것은 통화가치의 폭락이다. 통화가치 폭락은 인플레이션을 더욱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이미 생필품 부족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까지 폭락하면 인플레의 고통은 배가된다.
특히 식량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렌즈콩 가격이 이미 두 배 이상 뛰었고, 다른 농산품도 마찬가지다. 기름은 일주일 새 25% 급등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은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400만 아프간인이 이미 기아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날씨가 추워지면 위기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레반이 이같은 위기를 조속히 극복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서양과의 관계가 단절됐기 때문이다. 탈레반은 중국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중국도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탈레반의 첫 위기는 경제문제이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반탈레반 정서가 급격하게 고조될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sinopark@news1.kr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