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미군이 완전 철수함에 따라 탈레반은 축포를 쏘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군 철수로 힘의 공백이 발생함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는 불투명하기만 하다.
외신들은 △ 탈레반이 국내를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서는 라이벌 파벌인 IS-호라산(IS-K) 등 모든 테러단체를 장악해야 하고 △ 추가로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외국인 및 내국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 탈레반 정권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외교관계 수립에 나서 미국과 외교전을 벌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 탈레반 일단 IS-K 제압해야 : 일단 탈레반은 다른 테러 단체인 IS-K와 싸워야 한다.
지난 26일 카불 공항 인근 테러로 미군 13명을 포함, 약 2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에서 볼 수 있듯 탈레반은 IS-K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아프간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요 테러단체는 알 카에다. 카불 공항 인근 테러를 주도한 IS-K, 하카니 네트워크 등이다.
이들 중 IS-K와 하카니 네트워크는 탈레반과도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IS-K는 아프간의 모든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 단체 중 가장 극단적이고 폭력적이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 지하디스트와 파키스탄 지하디스트, 특히 자신의 조직이 충분히 극단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탈레반으로부터 회원을 모집한다.
IS-K는 지난 2015년 아프간 동부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달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조직원은 2000명으로 추산된다. 한창때는 조직원이 3000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하카니 네트워크도 요주의 단체다. 하카니 네트워크는 주로 아프간 동남부 5개 주에서 활동한다. 병력 규모는 4000∼1만2000명이다.
하카니 네트워크는 탈레반보다는 알 카에다와 밀접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으며, 2010년 발생한 카불 시내 폭탄테러와 바그람 미군기지 공격의 배후 세력으로 알려져 있다.
하카니 네트워크를 창설한 칼리 하카니의 목에는 500만 달러(약 58억원)의 현상금이 걸려 있다.
일단 탈레반은 모든 테러단체를 장악해야 국내의 안정을 확보할 수 있다.
◇ 추가 탈출 행렬 : 모든 미군 병사들이 아프간을 떠났지만 일부 미국 시민은 아프간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시민뿐만 아니라 서방의 다른 나라 시민들도 미처 아프간을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미국과 연합군은 지난 18일 동안 12만3000명의 민간인을 아프간서 대피시켰다. 그중 미국인은 6000명 정도 된다.
그러나 아직 아프간을 탈출하지 못한 민간인이 많이 있다. 미국 국무부는 아프간에 미국인 250~300명 정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 이외 나른 나라까지 포함하면 아프간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민간인이 최대 1000명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과 서방 제국은 이들의 안전한 탈출을 위해 탈레반과 추가 협상을 할 것이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아프간 내국인의 탈출행렬도 이어질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하자르족이다.
하자르족은 징키스칸의 후예로 인종적으로도 최대 민족인 파슈툰 족과 다른 데다 종교도 시아파로, 강성 수니파인 탈레반과 다르다. 인구의 9%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하자르족은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자 대탈출에 나서고 있다.
탈레반은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의 아프간 탈출 문제도 처리해야 한다.
◇ 탈레반 국내 안정되면 외교관계 수립 나설 것 : 탈레반이 위의 두 문제를 해결하고 국내에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으면 외교관계 수립에 나설 전망이다. 아직까지 탈레반 정권을 인정한 나라는 없다.
일단 탈레반은 중국에 열렬한 구애를 하고 있다. 탈레반은 “위대한 이웃인 중국이 아프간 평화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국에 구애하고 있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30일 “중국이 아프간 재건에 건설적이고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탈레반은 중국과 함께 아프간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협력하기를 희망하며, 아프간이 테레리스트의 집결지가 되는 것을 막겠다는 중국과의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전세계가 탈레반이 아프간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탈레반의 외교전에 맞서 미국도 외교전에 나설 전망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30일 마지막 미국 비행기가 아프간을 떠난 직후 “군사 임무는 끝나고 외교 임무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카불에서의 외교적 주둔을 중단하고 작전본부를 보다 안전한 카타르 도하로 이전했다”고 덧붙였다.
블링컨이 카타르 도하를 중심으로 대아프간 외교를 펼칠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향후 미국과 탈레반은 외교무대에서 싸움을 이어갈 전망이다.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sino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