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아프간 대사관에 탈레반들이 온다고요. 우리도 탈레반을 인천 공항에서 맞이해야 할 순간이 올지도 몰라요.”
미군 철수가 완전히 마무리된 지난 31일, 탈레반은 자축의 의미로 수천 발 총포를 쐈다. 미국과의 전쟁이 마무리되고 9월 1일부터 시작될 탈레반 치하의 아프간은 어떤 모습일까.
분쟁지역 전문 PD로서 지난 20년간 11번 이상 아프간을 다녀왔다는 김영미 PD. 그는 지난 30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변한다고 했지만, 그들이 가진 이슬람 근본주의 가치관이 쉽게 변하진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내비쳤다.
김 PD는 “탈레반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제사회가 탈레반을 합법 정부로 인정해 주는 조건으로 국제 규범에 맞는 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조건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PD와의 일문일답. 더 생생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해보자.
-아프간 현지인들이 생각하는 탈레반은 어떤 존재인가.
▶탈레반이 출현하게 된 곳은 ‘마드라사’라고 부르는 이슬람 신학교다. 대부분이 전쟁고아들이고 평생 그 안에서 양육을 받는 식이다. 그 때문에 탈레반 중에 가족이 없는 사람들도 많고 이슬람 신학교를 나오기 전까지는 여자를 본 사람도 거의 없다. 그래서 취재를 갔을 때도 탈레반 중 여자를 처음 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여자를 처음 보고 탈레반이 깜짝 놀라더라. 이런 걸 보고 느낄 수 있듯 그들은 정상적인 인간이 누리는 기본 생활이나 기초적인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아기 때부터 이슬람 원리주의에 의해 길들여진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볼 때 민간인들은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
-카불 공항을 테러한 IS와 탈레반은 어떻게 다르고, 둘의 관계는 어떤가.
▶우리 국민들이 헷갈리는 것이 ‘둘 다 이슬람 급진주의자인데 왜 자기들끼리 싸우지?’다. 여기서 무엇을 알 수 있냐면, 이슬람이라는 종교는 자신들이 정권을 잡기 위한 명분일 뿐인 거다. 예를 들어 내가 지금 치킨집을 내서 닭을 팔고 있는데 옆에 파닭 치킨집이 또 생긴 격이다. ‘알라’를 명분으로 서로 싸우고 라이벌이 되는 거다. 그리고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자생한 본토 출신 무장단체고 IS는 국제적인 단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현지와 연락은 계속하나. 현지인들은 뭐라고 하나.
▶연락 계속한다. 아프간 현지인들이 한국 오게 해달라고 비행기 편을 알아봐달라고 부탁을 많이 했다. 백방으로 알아봤는데 그렇게 해주지 못해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 국경은 모두 막혀 있는 상황이고 길목마다 탈레반이 지키고 있어서 육로로 도망치는 것도 목숨을 내놓는 것과 같다.
-미군이 철수할 수밖에 없던 이유로 ‘아프간 사람들에게 자국 수호 의지가 없다’는 이유는 많이 이야기하던데 어떻게 생각하나.
▶다분히 미국 시각인 것 같다. 내가 처음 아프간에 갔을 때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 시대에 왔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그 중세를 현세로 끌어올리려고 했던 거다. 몇백 년의 간극을 끌어올리려고 하는데 그게 20년 안에 되겠나. 그걸 인내하지 못하고 그렇게 말하는 건 미국 입장인 것 같다. 우리도 민주주의 국가가 되는 데 70년이 걸렸다. 우리도 유례없이 빠른 나라였는데도 70년이다.
-‘제국들의 무덤’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아프간의 근본적 이유는 뭘까.
▶중세 시대를 사니까. 도덕이라든지 우리가 생각하는 합리, 논리 이런 것들은 정말 없다. 타임머신 타고 중세 시대 사람들하고 싸우려고 하니 말이 되겠나. 한편으로 미국의 그 답답함과 그 갑갑함을 이해할 수 있는 점이 한번은 명예 살인 당하는 시어머니와 며느리들을 인터뷰한 적 있다. 명예 살인 이유는 죽어가는 탈레반 병사를 집에 들여 밥을 먹였다는 이유다. 외간 남자를 들였기 때문에. 그래서 그들이 죽기 전에 인터뷰 질문으로 ‘미래에 하고 싶었던 꿈이 뭐였냐’고 물어봤다. 그런데 나에게 자꾸 하는 대답은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불을 피우고 차를 끓이고 아침 준비를 해요’였다. 답답해서 ‘아니 꿈! 드림!’ 외치며 통역에게 왜 통역이 안 되냐고 뭐라고 했다. 통역이 나한테 그러더라. 이 사람들이 꿈이라는 말을 어떻게 아냐고 미래라는 말을 어떻게 아냐고.
-31일부로 완전히 미군이 철수했다. 그 이후 9월 1일부터의 아프간을 예상한다면?
▶9월 1일부터 탈레반 내각이 발표될 것이다. 그리고 샤리아법이 발표가 될 것이다. 지금 있는 법정은 다 일반 세속 법정이다. 샤리아 판사 샤리아 검사 등 사회의 모든 제도 부분에서 새로 발표를 할 거다. 여성에 대한 정책은 20년 전하고는 다를 거다. 그래도 서구 사회의 기준에는 절대 맞출 수 없을 거다. 여자들 직장 다니는 거 허락할 거다. 하지만 여자들 방만 따로 가둬 놓을 거고, 복장 검열이 굉장히 심할 거고, 여러 조건이 붙을 거다. 한편으로는 탈레반도 사람이 필요하다. 그들이 두루두루 공부해서 석박사 학위를 딴 것도 아니고 마드라사에서만 공부했기 때문에 모든 게 새로울 거다.
또 당장 우리나라와 아프간과 수교가 돼 있는 상황에서 탈레반이 합법 정부가 된다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도 있다. 지금 아프간 대사관에 탈레반들이 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인천공항을 통해 탈레반들을 맞아들여야 할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현실적인 문제에 와 있는 것이다. 다들 난민 얘기를 하는데 난민은 그다음 한 단계 건너서의 걱정이고 지금 당장 이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야 될지가 걱정이다.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유의미한 일은 무엇일까.
▶탈레반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려야 된다. 어차피 합법 정부가 될 거다. 국제사회가 인정해 주는 조건으로
국제법에 맞는, 규범에 맞는 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탈레반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려야 한다. 전 세계 국제사회가 탈레반과 양지에서 엮여 그들이 함부로 다른 짓 못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뉴스1) 문동주 기자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