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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공연장을 나서고 있다 . 2018.9.19/평양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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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까다롭지만…文 임기말 남북정상회담 ‘이벤트’ 가능성

北, 적대시정책 및 2중 기준 철회 요구하며 “마주앉을 수 있다” 우리 측은 “통신선 복원부터”…’남북정상 결단 달렸다’ 관측도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 또 한 차례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최근 담화에서 조건부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한 데 따른 것이다.

북한은 앞서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을 거듭 제안하자 24일 리태성 외무성 부상 명의 담화에서 “시기상조”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북한은 뒤이어 내놓은 김 부부장 명의 담화에선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며 “선결조건(적대시정책 및 2중 기준 철회)이 마련돼야 (남북이) 서로 마주앉아 의의 있는 종전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25일자 담화에서도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만 비로소 북남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측을 향해 ‘선결조건’ 실천을 재차 요구했다.

아울러 그는 이 같은 조건을 전제로 한 종전선언과 남북한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그리고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에 대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우리 정부는 일단 이번 담화 내용을 “의미 있게 평가한다”는 입장이다.

그간 우리 측의 대화 재개 시도에 ‘무응답’으로 일관해왔던 북한이 반응을 보인 사실만으로도 “남북대화 재개와 관계 개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우리 정부는 통일부를 통해 내놓은 입장에서 “(남북관계 개선) 논의를 위해선 남북 간에 원활하고 안정적인 소통이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며 지난달 10일 오후부터 가동이 중단된 남북 통신연락선의 조속한 복원을 북측에 우선 요구했다. 통신선 복원이 이뤄져야 남북 간 제반 현안 등을 다룰 당국 간 협의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올 7월27일 북한 측이 남북정상 간 합의에 기초해 작년 6월 이후 13개월 간 일방적으로 단절했던 통신선 복원에 나섰을 때도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 등에 관한 당국 간 협의를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달 실시된 올 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연습(21-2-CCPT·8월16~26일)을 앞두고 ‘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통신선을 재차 차단했고, 27일 오전 현재까지도 남북 통신선을 이용한 우리 측의 통화시도에 불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북한이 ‘적대시 정책’과 ‘2중 기준’ 철회를 선결조건으로 제시한 만큼, “일단 조건이 충족됐다고 판단하기 전까진 통신선 복원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이 요구하는 ‘2중 기준’ 철회는 사실상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금지돼 있는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용인해 달라는 것이어서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남북 정상 간 결단에 따라 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열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게 정부 안팎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우리 정부의 경우 내년 2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계기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모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북측의 입장에선 남측을 끌어들여 북미대화에서 협상력을 끌어올릴 수 있고,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입장에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라는 성과(legacy)를 남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도 베이징올림픽 계기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과 남북정상회담을 고려하고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선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될 경우 “정치적 이벤트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현 정부가 임기 말 남북관계에서 ‘업적’을 남기고자 하는 점을 북한 측이 파고들 경우 추후 문제가 생기더라도 되돌리기 어려운 사안에 덜컥 합의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그러나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 같은) 중차대한 문제를 우리가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획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정치적 스케줄로도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