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부품 부족, 에너지대란, 물류 대란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세계경제가 위기에 빠졌다고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 글로벌 반도체 부족 심각 :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현상으로 전세계 자동차 업체가 감산에 들어가는 등 자동차 업계가 심각한 부품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독일 산업 생산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은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근로자들을 일시 해고하고 있다.
글로벌 산업 컨설턴트인 알릭스 파트너스는 자동차 부품 부족으로 2021년 생산량이 770만대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전체 생산량의 10%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매출 손실이 2100억 달러(25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7월에 프랑스의 신차 판매는 35%, 스페인은 29%, 독일은 25%, 이탈리아는 19% 각각 감소했다. 영국에서는 30% 감소했다.
다임러 AG의 올라 캘레니우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수요가 아니라 공급에 제약을 받고 있다”며 “반도체 부족이 2023년까지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전세계 에너지 대란 : 천연가스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석탄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가가 7년 만에 80달러를 넘어섬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대란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천연가스는 세계경제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회복하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청정연료인 천연가스 수입을 대폭 늘리자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유럽의 천연가스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의 11월 선물은 지난 6일 런던거래소에서 메가와트시당 118 유로에 거래됐다. 이는 전거래일 대비 19% 폭등한 것이며, 사상최고치다. 이로써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연초 대비 400% 폭등했다.
이뿐 아니라 선탄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세계 석탄 가격의 기준이 되는 호주 뉴캐슬 발전용 석탄 가격은 연초 대비 140% 이상 급등해 톤당 200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고치다.
이로 인해 중국이 전력난을 겪고 있으며, 인도도 화력 발전소의 석탄 재고가 바닥나 전력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가도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다. 8일(현지시간) 미 서부텍사스원유(WTI) 11월 인도분 선물은 전장 대비 1.05달러(1.34%) 올라 배럴당 79.35달러로 마감됐다. 이는 2014년 10월 31일 이후 최고다. 장중에는 2% 넘게 뛰며 배럴당 80.11달러까지 치솟았다.
북해산 브렌트유 12월물도 44센트(0.54%) 상승해 배럴당 82.39달러에 체결됐다.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80달러 돌파는 불가피했다”며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가 증가한 것으로 나왔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의미한 수준의 증산에 나서지 않으면 유가는 더 오를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 겨울 동사자가 속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경제 분석가 빌 블레인은 최근 뉴스레터를 통해 “올 겨울에 사람들이 추위로 죽어갈 것”이라며 “특히 영국은 무릎을 꿇고 에너지를 구걸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글로벌 물류대란 : 이 같은 상황에서 글로벌 물류대란도 심각하다.
글로벌 물류대란은 중국 때문이다. 중국에 도착한 배는 항구에 접안이 허용되기 전에 일주일 이상 검역을 받아야 한다.
중국 항구에서 입항에 정체됨에 따라 출항도 정체되고 있다. 중국산 전자제품, 의류 및 장난감 등이 전세계로 출발하는데 이전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리고 있는 것이다.
유엔 무역개발회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 중국에서 남미로 상품을 운송하는 데 드는 비용은 지난해보다 5배 이상 급등했다. 중국-북미 노선의 운임은 두 배 이상 올랐다.
미국 크리스마스트리 협회의 제이미 워너 전무는 “지금 당장 소비자들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크리스마스트리를 일찍 구매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싱크탱크인 킬 세계경제연구소는 2021년 초에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으로 세계경제가 회복했지만 이후 물류대란, 반도체 공급부족, 에너지대란 등으로 세계경제의 성장이 정체됐다며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6.7%에서 5.9%로 낮췄다.
이외에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 현상도 세계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sino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