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통과 가능성 커…정부·여당 주도 “암시장 부채질 등 부작용 커”vs”세계를 선도”
뉴질랜드 정부가 지난 9일(현지시간) 2009년생부터 성인이 되더라도 담배를 살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현지에서는 해당 발표를 두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이날 뉴질랜드(NZ) 헤럴드 등 복수 매체는 ‘스모크 프리(금연) 2025’ 계획의 일환으로 2027년부터 14세 이하 국민은 평생 동안 담배를 합법적으로 구입할 수 없게 하는 법안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뉴질랜드 정부는 2025년까지 전국 흡연율을 5%로 낮추겠다고 선언한 바 있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당 법안의 통과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현재 뉴질랜드의 성인 흡연율은 약 13%인데 마오리족의 흡연율은 약 31%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어 목표 기간 마오리족의 흡연율도 5% 이내로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입법안이 필히 시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법안 통과 가능성 커…2073년 65세 이하 모든 국민 담배 구매 못 해
국회는 내년 6월 내 해당 입법안을 의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목표로 잡은 법제화 시기는 내년 말까지다.
법안의 통과 가능성은 크다. 의석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노동당이 해당 법안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계에 따르면 뉴질랜드에서는 2073년이 되면 65세 이하 모든 국민이 담배를 구매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전 세계로부터 뉴질랜드는 부탄 다음으로 가장 엄격한 담배 규제를 시행하는 국가로 평가받게 된다. 부탄은 지난 2005년 세계 최초로 담배 판매와 흡연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한 바 있다.
◇발표 두고 갑론을박…“암시장 부채질”vs“선도적 움직임”
정부의 파격적인 담배 규제 예고에 현지에서는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정부 조치의 반대하는 이들은 ‘무리한 규제가 곧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비평가들은 특히 “이미 성장하고 있는 담배 암시장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인지하고 있고 향후 추가적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내 밀수되는 담배의 양이 크게 증가한 건 사실”이라며 “거래 안에서 대규모 범죄 단체들이 밀수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랄 차관은 이와 관련해 “향후 강력한 시행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법안 적용 대상에서 전자담배는 제외된 것도 비평가들에 의해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뉴질랜드 10대들 사이에서는 전자 담배가 기존 담배를 대체하고 있다. 올해 뉴질랜드 고등학생 1만9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20%가 전자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베랄 차관은 이에 대해 “연초(煙草)가 가장 중독성이 강하고 전자담배는 그에 비해 훨씬 덜 해롭다”라면서도 “면밀하게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담배 구매를 차단하는 것 외 ‘금연 프로그램을 위해 추가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등 부차적인 대책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부의 조치에 찬성하는 분위기도 여럿 존재한다. 보건 전문가를 포함한 옹호론자들은 해당 조치를 두고 “세계를 선도하는 것”이라며 “예방 가능한 죽음과 질병을 줄이고 향후 몇 년 동안 발생할 ‘건강 불평등’을 줄일 것”이라고 피력했다.
크리스 불렌 오클랜드대 공중보건학과 교수는 “가장 대담한 발상”이라며 “이러한 행동 계획은 매우 좋은 소식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윤곽이 드러난 대로 시행만 된다면 이는 한 국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조치가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콜린 투쿠이퉁가 공중보건 전문가도 “이는 강력한 트렌드 설정 전략”이라고 치켜세웠다.
김지현 기자 mine124@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