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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타이·모히칸 머리’…35세 칠레 역대 최연소 대통령

<사진> 2021년 12월 19일(현지시간) 치러진 칠레 대선 결선투표 결과 1위를 기록한 가브리엘 보리치(35) 하원의원이 2017년 1월 25일 의회 회의장에 ‘모히칸 헤어’로 등장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사진은 칠레 일간 라테르세라(La Tercera) 트위터 게시물 갈무리. © News1 최서윤 기자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당선 확실시 학생운동 출신…입법부 입성 7년 만에 행정부 최고 수장으로

지난 2017년 1월 25일 칠레 의회는 발칵 뒤집혔다. 보수적인 의회 회의장에 모히칸 머리를 한 청년 의원이 한쪽 어깨에 백팩을 툭 걸친 채 유유히 들어서면서다. 넥타이에 수트는 이미 2014년 처음 의회에 입성할 때부터 내던진 채였다.

학생운동가 출신인 이 ‘당돌한’ 청년 정치인은 내년 3월 22일 칠레의 제36대 대통령으로 취임할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대선 결선투표 결과 55%의 득표율로 승기를 잡은 가브리엘 보리치(35) 얘기다.

◇”청년이여, 나라를 바꾸는 데 두려워 말라.”

칠레 현지 매체 라나시온에 따르면 사회융합당 소속 하원의원으로 활동하던 보리치 후보는 지난해 7월 범야권 경선에서 공산당을 누르고 승리한 직후 이렇게 말했다. 당시만 해도 이례적인 결과였지만, 정치 애널리스트들은 바로 이때부터가 ‘변곡점’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칠레 시민들은 이미 2019년 10월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 반대 시위로 촉발한 불평등 타파 항쟁으로 분배에 초점을 맞춘 ‘좌향좌’ 개혁을 지지하고 있었지만, 변화를 수렴하기 위해선 정치적 스펙트럼이 다양한 좌파를 한데 결집하는 게 최대 난제였다.

보리치의 실용주의적 성향과 단결을 강조하는 연설, 젊고 캐주얼한 이미지 뒤에 국정운영능력을 어필하는 전략이 이런 난제를 해결하고 좌파 연대를 결집해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아울러 ‘시민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는 강한 국가’ 슬로건은 중도 부동층마저 사로잡았다.

파멜라 피게로아 산티아고대 교수는 “보리치는 정권을 잡기 위해선 광범위한 단결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중도좌파까지 포괄하려 애썼다”면서 “점진적 변화·정치적 단결은 미첼 바첼레트 2기 정부 때와 유사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바첼레트 정부는 2006~2010년, 2014~2018년 집권한 중도 좌파 정부로, 중남미 핑크타이드(좌파 물결)를 견인하며 높은 인기를 구가한 바 있다. 바첼레트 전 대통령은 2기 정부 출범 전엔 유엔여성기구 총재를 지냈고, 현재는 유엔인권최고대표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기도 하다.

그간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청년 정치인 보리치가 칠레 사상 최연소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되면서 앞으로의 국정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세 안토니오 비에라-가요 전 주아르헨티나 대사는 “보리치의 정책은 사회민주주의적이지만, 문제는 그 정도(가 얼마나 될지)”라고 말했다.


보리치는 최남단 푼타아레나스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다. 부계는 크로아티아, 모계는 스페인 카탈루냐로, 중산층 이상의 학생들이 공부하는 브리티시 스쿨에서 초중고를 마친 뒤 칠레대 법학 학사를 마쳤다.

이미 중고등학교 때부터 푼타아레나스 중고생연맹에서 활동한 뒤, 대학교에서는 ‘무명 좌파’라는 정치모임에 가담하며 학생운동을 본격화했다. 2011년 겨울부터 1년간 전국대학생연맹 칠레대 지부장도 맡으며 이름을 알린 뒤, 2014년 60구 하원에 입성했다. 재선은 28구에서 출마했다.

보리치가 몸담은 좌파연대 ‘존엄성을 지지한다(Apruebo Dignidad)’는 그 명칭에서부터 2019년 시위 정신을 담고 있다. 이에 유권자들의 표심에 부응하듯 보리치는 당선이 확실시된 직후 연설에서 차별 없는 평등 사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보리치는 연설 가장 서두에서 여성운동가들을 향해 “자신의 몸에 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 싸워준 여성 운동가들에게 감사한다”고 하고, 성 소수자들을 향해서도 “새 정부에선 여러분이 주인공이다. 비(非)차별이 국정운영의 근본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19년 시위 당시 세바스티안 피녜라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상처 입은 민심을 달래듯 “국민 앞에 전쟁을 선포하는 대통령은 더이상 칠레에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성장과 부의 공정한 분배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상대 후보였던 극우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를 지지한 44%의 유권자들을 향해서도 “모든 칠레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보살피는 대통령이 되겠다. 말보다 경청을 더 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소수의 특권을 타파하는 정치를 하겠다”며 연설을 마쳤다.

최서윤 기자 sabi@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