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韓 대선 포함 주요국 선거 일정, 국제사회 미래 가른다
내년에는 3월 9일 한국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도 굵직한 정치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한국이 대선 결과에 따라 일본 문제, 핵 보유 주장, 미중 관계 등 외교 노선 변화 가능성이 있듯, 각국도 입장과 셈법이 달라지고 서로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내년 미국의 중간선거와 중국의 양회 및 당대회로 인한 미·중 리더십 향방은 한국 대선과 맞물려 북핵 및 한반도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다.
유럽 및 아시아 군데군데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런 변화의 맞물림은 국제사회의 외교전(戰)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전망이다.
2022년 세계 각국서 치러질 주요 선거 일정과 그 의미를 <뉴스1>이 정리해봤다.
◇美 바이든 중간평가 전망은 ‘흐림’
미국의 내년 한 해를 관통할 핵심 이슈는 11월 8일 열릴 중간선거가 될 전망이다. 지난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중반을 평가하는 시험대로, 2024년 대선의 예고편이기도 하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연방 하원 435석과 상원 100석 중 34석, 39개 주 및 미국령 지방선거가 함께 실시된다.
현재 하원 의석은 민주당이 221석으로, 213석을 갖고 있는 공화당에 비해 근소 우위를 점하고 있다. 상원 의석도 민주당 및 민주 성향 무소속 50대 공화 50으로 양분돼 있어 1석도 양보할 수 없는 처지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코로나 사태와 아프가니스탄 철군 등으로 첫해부터 하락세를 타고 있다. 반등하지 못할 경우 주요 법안 추진과 국정운영 동력을 잃게 돼 조기 레임덕에 직면하게 된다. 반면, 호시탐탐 재선 기회를 노려온 도널드 트럼프 전대통령의 등판을 본격화할 수 있다.
◇中 시진핑 3연임 확정…홍콩 통합 가속화
내년 3월 4일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회의·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개막한다. 양회는 중국 정부의 한 해 경제·정치 정책 방향을 정하는 최대 정치 행사다. 올해는 특히 양회를 거쳐 10월 열릴 공산당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당 총서기 3연임을 확정 짓게 돼 의미가 크다.
이번 양회에서 중국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내년 성장률 목표치를 올해 제시한 6% 이상에서 5.5~6%로 하향 조정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코로나 속 글로벌 경제 상황과 비교하면 ‘선방’인 데다, 당대회 전 수요 촉진과 일자리 확충을 목표하고 있어 정치적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본토에서 시 주석의 권력을 공고화하는 동시에, 홍콩 편입도 가속화한다. 양회 직후인 3월 27일 열리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가 그 서막이다. 중국 당국은 캐리 람 현 장관 같은 친중 인사를 유지하기 위해 반대파를 누르고 싶어 하는데, 간선제인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반대파 영향을 줄일 선거제 추가 개편안이 양회에서 결정될 수 있다.
◇독일 이어 프랑스도 정상 바뀔까…EU 미래는?
독일과 함께 유럽연합(EU)을 지탱하는 양 기둥 프랑스도 4월 10일 대선을 실시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게 관측되지만, 코로나 방역 실패 여파 등 변수는 있기 마련이다.
특히 올해 독일이 16년 만에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떠나보내고 올라프 숄츠 사회민주당 정부를 맞은 만큼, 프랑스 선거와 맞물려 EU 미래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안느 이달고 파리 시장과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 등 여성 후보들의 선전도 돋보이는데,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나오게 되면 ‘메르켈-마크롱’ 조합이 ‘성별 교체’를 하게 되는 점도 흥미 요소다.
유럽의 미래는 같은 달 헝가리 총선에도 걸려 있다.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재선에 도전하는 가운데, EU 지도자들은 오르반의 패배를 기원하고 있다.
반면, 미국 보수 진영은 오르반 총리를 지지하기 위해 선거 한 달 전 부다페스트에서 ‘보수주의 정치행동(CPAC)’ 컨퍼런스를 연다. 한 가지 아이러니는, 헝가리에 원자력·철도 차관을 제공한 중국과 러시아도 오르반을 응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중 갈등 속 ‘핫해지는’ 아·태…호주·필리핀 선거
5월 호주 총선거에도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2007년 12월부터 노동당이 3차례 집권한 후 2013년 9월 출범한 자유당 연립정부가 내리 3차례 집권해온 뒤 맞는 선거다.
미국과 중국 간 전략 경쟁이 심화하면서 아시아·태평양이 주 무대로 부상하는 점에서 호주의 선거는 국내 문제를 넘어선다. 2007년 말 자유당에서 노동당으로 정권이 교체되기 전인 존 하워드 총리 시기 가입한 미·일·인도와의 4개국간 전략 대화 ‘쿼드(Quad)’는 국제기구화로 격상을 추진 중이며, 올해 첫 정상회의도 열었다. 호주는 미·영·캐나다·뉴질랜드와 참여해온 기밀 동맹 ‘파이브 아이즈’에 이어 올해 미·영과 3개국 안보협의체 ‘오커스’를 출범시킨 반면, 중국과는 대립각을 세워 왔다.
이 같은 호주의 ‘색깔 확실한’ 외교노선이 유지될지 여부는 총선 결과에 달렸다는 평가다. 노동당은 “스콧 모리슨 총리의 자유당 정부가 ‘위험한 선거 전략’을 펴고 있다”며 “권력을 잡는 데만 몰두해 초강대국과의 전쟁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남중국해 주요국 중 하나인 필리핀에서는 5월 9일 대통령과 부통령 선거 및 총선거가 함께 치러진다. 1987년 체제의 6년 단임제를 촉발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아들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와,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 시도가 끝내 무마된 채 물러나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 사라 두테르테-카르피오 다바오 시장이 유력한 정·부통령 ‘러닝메이트’다. 필리핀 현대사를 어둡게 한 두 가문의 오랜 족벌 체제 서막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기시다, 日 전쟁가능국가 만들 개헌선 확보할까
일본의 상원 격인 참의원 선거는 국제사회는 물론 한일관계에서도 ‘핫’이슈다. 내년 7월 22일 선거를 통해 참의원 전체 의석 245석 중 124명을 뽑는다. 이번 선거가 중요한 건 집권 자민당이 추진 중인 헌법개정 때문이다.
자민당은 코로나 여파 속에서도 지난 10월 기시다 후미오 내각 출범 이래 헌법 개정 논의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새 내각 출범 두 달 만인 지난 22일 기시다호 개헌실현본부 첫 회의도 열었다.
자민당의 개헌안은 아베 신조 전 총리 집권기인 2018년 발표됐다. 전쟁 포기와 국가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아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헌법 9조’를 개정, 자위대를 명기하는 게 핵심으로, 그 외 △긴급사태 조항 신설 △참의원 선거구 조정 △교육 환경 충실 4개 항목이 담겼다.
아베 전 총리는 임기 종료 전 개헌 작업 마무리를 목표했지만, 자민당 및 범여권 개헌세력은 2019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선을 넘지 못한 바 있다. 중의원과 참의원 개헌 발의 의석수는 ‘정족수의 3분의 2’다.
◇’룰라의 부활’…중남미 핑크타이드 재현 조짐
10월 2일 브라질 대선은 중남미 ‘핫이슈’다. ‘좌파의 부활’을 예고해서다.
브라질 좌파는 2003~2011년 실용 노선의 루이스 아니사우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 집권기 장밋빛 경제 성장을 이끌며 전성기를 보냈었다. 중남미 대륙에서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의 ’21세기 사회주의’와 조화를 이루면서도 상대적으로 온건한 ‘핑크타이드(좌파 물결)’를 이끌었다.
브라질 좌파의 몰락을 가져온 건 2016년 대형 건설업체 오데브레시 뇌물 수수 혐의로 대표되는 대규모 비리 스캔들이다. 그러나 올해 브라질 대법원이 당시 룰라 전 대통령이 받은 실형 판결을 최종 취소하면서 좌파의 혐의가 벗겨졌다.
룰라 전 대통령은 아직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좌파 이후 정권교체로 출범한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부의 각종 논란은 좌파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브라질 좌파의 부활은 중남미 핑크타이드 재현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2년 전 정권 교체를 이룬 아르헨티나에 이어 올해 남미 주요국 칠레와 페루 및 중미 온두라스 등에서 속속 좌파 정권이 출범했다. 내년 콜롬비아에서도 좌파 집권 가능성이 크다. 이에 미국 ‘앞마당’ 라틴아메리카에서의 미중 외교전도 격화할 전망이다.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sab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