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연료 가격 인하·더 넓은 의미의 정치적 자유 원해 카자흐, 미국 에너지 문제·러시아 역내 영향력에 있어 중요
가스값 폭등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된 카자흐스탄 시위는 반(反)정부 폭력 사태로 격화됐고 구소련 독립 이후 집권해오던 권위주의 정부는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 시위는 카자흐의 독재 정부와 소수 정치, 경제 엘리트에 집중된 부 그로 인한 부패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카자흐 사태 원인과 진행과정, 정부 대응 등을 1문 1답으로 요약 정리해 보도했다.
Q: 시위 원인은 무엇인가
A: 지난 1일 카자흐 정부는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상한제 완전 폐지를 발표했고 다음 날 카자흐 최대 유전 지대인 망기스타우주(州) 자나우젠에서 LPG 가격이 2배 가까이 급등하면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 밖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로 악화된 사회·경제적 격차에 대한 분노, 권위주의 정부의 독재와 전횡에 따른 진정한 민주주의 결여 등이 거론된다.
정부 통계에서 카자흐인 평균 급여는 월 570달러(약 68만원)지만 실제 더 수입은 더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Q: 시위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A: 연료 가격 인하와 더 넓은 의미의 정치적 자유 실현이다. 국민은 현직 대통령이 지역구 의원을 임명하는 선거제도가 개선되길 바란다. 특히 자기 사람들로 구성해 어떠한 반대 세력 없이 국가를 통치해온 정치 세력 축출을 갈망한다.
Q: 주요 정치 주체는 누구인가
A: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81). 구소련 독립한 카자흐 초대 대통령이다. 철강 노동자 출신인 그는 1989년부터 집권해 2019년 3월 사임하기 전까지 30년간 철권통치를 했다.
구소련 시절 부실해진 자국 산업 구제를 위해 에너지·금속 분야에서 수천억달러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러시아·중국 두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펼쳤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를 받는다.
반면 오랜 독재와 전횡으로 부정부패, 부정 선거, 언론 탄압 등을 일삼으며 반민주적 횡보를 걸어와 국내외적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와 산업계 주요 직책에 가족·친인척을 비롯해 자기 사람들로 채웠고 이들에게 국가 부를 집중시켰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현 대통령에게 권력을 이양했음에도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 영구 의장직, 정책 수립권·면책 특권 등을 이용해 실권을 유지했다.
시위대는 그의 이 같은 막후 영향력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노인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 책임지고 내각이 총사퇴한 4일 결국 NSC 영구 의장직을 박탈당했다.
Q: 카자흐 정부는 안정적인가
A: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30년 장기집권 하는 동안 거의 100% 득표율로 매번 선거에서 승리했다. 종종 정적이나 그를 비판한 언론인들을 투옥했다.
2019년 6월 취임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현 대통령 역시 수백명의 시위대가 구금된 채 엄격한 통제 속에 치러진 선거에서 당선됐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물러났지만 오랜 기간 그가 통치하면서 구축한 독재 체제는 확고한 편이다.
Q: 정부는 시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A: 토카예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테러 집단’이라 규정하고 2주간 전국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번 시위 진압을 위해 구소련 6개국이 결성한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도움을 요청했다.
CSTO는 즉시 응답했고 러시아 공수부대를 평화유지군 1진 자격으로 파견했다. CSTO 창설 이래 파병은 최초다. 규모는 2500명에 이른다.
Q: 카자흐 사태가 세계에 영향을 미칠까
A: 인구 1900만명 카자흐는 러시아와 중국과 접경을 맞대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내륙국이다.
러시아는 자신들과 가까웠던 권위주의 정부가 무너지면 서방 세력이 개입할 여지가 많아짐에 따라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 체제 붕괴는 인근 국가로 확산될 수 있다. 그 결과 러시아 역내 영향력 축소는 시간문제다.
앞서 2014년 우크라이나, 2020년 벨라루스에서 벌어진 민주화 운동은 러시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구소련 국가들에서 일어나는 이 같은 시민봉기는 러시아 입장에선 단순히 동맹국 이탈을 벗어나 국가안보 위협으로 여겨진다.
미국은 산유국 카자흐와 ‘에너지 문제’에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미 최대 정유업체 엑손모빌과 셰브런은 카자흐 최대 유전지대인 서부 일대 수백억달러를 투자했다. 셰브런은 운송 문제로 생산을 일시 조정한다고 밝혔다.
정윤미 기자 younme@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