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지러이 떠들어 대거나 뒤죽박죽 뒤엉킨 상태를 난장판이라고 하고, 자기 이익을 위해 이전투구(泥田鬪狗) 싸우는 것을 개판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간 네 편 내 편으로 나뉘어 분열되어 오던 미주총연이, 이 개판과 난장판도 모자라 아수라판이 되고 있어 미주동포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 한민족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12일 미한총연 서정일 총회장과 미주총연 김병직 총회장, 그리고 총회를 준비 중에 있는 국승구 당선자가 ‘공동통합합의서’를 발표했다. 그러자 미주총연 조정위원회에서는 “통합성명서는 그 자체가 불법이고 김병직·국승구는 2022년 2월 15일부터 자격이 정지된다”고 주장했다. 또 조정위원회에서는 제29대 미주한인총연합회 총회장 선거를 금년 상반기에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불난 집에 기름 붓듯, 어느 동포 언론매체에서는 통합이 아니라 야합을 했다면서 통합합의서에 서명한 8명에 대해 을사팔적(乙巳八賊)이라고 까지 표현했다. 즉 을사조약에 서명하여 일본에 나라를 팔아넘긴 을사오적과 동급이다는 것이다. 심지어 미주총연의 후원 공관인 재외동포재단 정광일 사업이사가 증인 서명을 했다 하여 을사팔적에 포함시키는 우를 범하기까지 했다. 그는 통합 추진에 관여하지도 않았고 그날 우연히 현장에 들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위원회에서 주장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로 ▼ 김병직·국승구 두 회장은 아무 권한도 부여받지 못한 무자격자이다. ▼ 통합총회 개최는 법적인 제도와 절차를 다 무시하여 그 자체가 무효이다. ▼ 공동 총회장 직위는 회칙에 없다. 등이다.
얼핏 들으면 맞는 말 같기도 하여 몇몇 회원들도 동조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과연 조정위원회의 주장이 이치에 맞을까?
회칙 제11조에 의한 조정위원회에서는 하나도 모자라 두 개의 선관위를 구성하고 김병직·국승구 두 회장을 당선시켰다. 즉 자기들이 당선시킨 총회장을 스스로 무자격이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거나 스스로 회칙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또 서정일 미한총연 회장은 일찌감치 송폴 씨를 위원장으로 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김병직·국승구 두 회장은 통합을 공약으로 내세웠기에 회원들로부터 통합 위임을 받은 거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공동회장 직위는 통합총회에서 “2023년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용한다”고 하는 안건을 상정하여 인준 받으면 된다. 총회는 명실공히 최고 의결기관이지 않은가.
그리고 조정위원회의 무소불위의 권한도 차기 회장이 선출되는 순간 사라진다는 것은 회원들이라면 다 아실 것이다.
물론 억지 춘향 식인 이런 통합 외에 다른 방법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2003년 버지니아한인회장 때부터 미주총연에 간여하며 웬만한 행사는 다 취재하여 온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이번 통합 시도가 최선책은 아닐지라도 차선책은 될 것이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참고로 지금 이 칼럼은 통합 총회가 있는 덴버에서 작성 중이다. 내 돈으로 정말 먼길 달려왔다.
이·취임식 후에 있을 통합총회에서 과연 대통합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안이 의결될 것인지, 아니면 무산되어 조정위원회에 의해 또 하나의 미주총연이 탄생되는 것을 봐야할 것인지? 미주총연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누가 미주동포사회를 팔아먹는 ‘미주판 을사오적’인지는 역사에 낱낱이 기록되어 후세에 전달될 것이다”. 무섭지 않은가.
하이유에스코리아 강남중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