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CIA요원 더글라스 런던 분석…”잔인한 전술 택할 위험 있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처럼 군중들의 조롱을 받고 자국민 손에 살해되는 것이라고 전직 미 중앙정보부(CIA) 요원이 4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영국 아이뉴스(inews.co.uk)에 따르면 전직 CIA요원 더글라스 런던은 푸틴에게 최악의 상황이 우크라이나를 점령하지 못하고 카다피처럼 살해당하는 것이며 이를 피하기 위해 더 잔인한 전술을 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서방의 제재 등으로 자국 경제가 위협당해 러시아 내 그의 힘을 약화시키거나 국민들이 반전 시위에 나서면 장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다피는 2011년 자신의 고향인 시르테 인근의 하수구에서 생포된 직후 반카다피 세력의 손에 사망했다. 그런데 런던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자국 국민에게 조롱당하고 살해당한 이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런던은 “그것은 푸틴의 최악의 악몽”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인, 국제 사회, 그리고 자국민들로부터의 그가 예상치 못한 큰 저항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들을 점령하는 데 실패하는 등 전황은 그의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런던은 그런 절박함과 굴욕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지금까지 그나마 민간인 사상자를 줄이려고 노력해온 것마저 포기하고 잔혹한 전술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보았다.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처럼 자신을 반대하는 도시의 저항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핵무기처럼 상상도 힘든 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보았다. 런던은 “푸틴은 일단 밀어붙이고 그 반응을 보고 또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서방의 대응이 강력한 탓에, 전지전능하고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그를 둘러싼 서사가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푸틴 통치의 진짜 위험은 경제일 수 있다고 보았다. 런던은 “정전, 경제, 저축한 돈을 잃고 실직하는 사람들, 이것들이 사람들이 거리로 나가는 이유가 될 수 있다. 경제에 대한 위협이, 또는 거리의 반전 시위 격화가 국내에서의 그의 힘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인들이 자신의 미래를 푸틴이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리고 봉기해도 잃을 게 없다면 그것은 심각한 장기적인 고려 사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은 서방에서 푸틴에 대해 ‘비이성적인 배우’라고 하거나 “신경-심리적 건강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보는 것은 틀렸다고 주장했다. “푸틴이 미쳤다고도, 무모하다고도 생각하지도 않는다”면서 “다만 이 다소 고립된 지도자가 아첨꾼에게 둘러싸여 현실적인 세계관을 갖지 못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점이 있는 가정을 바탕으로 앞길을 계획”한 그가 “자신이 곤경에 처하게 된 것을 깨닫고,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고 느꼈을 때가 더욱 무섭고 위험한 상황”이라면서 “러시아가 이 게임(전쟁)에서 끔찍한 결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영미 기자 ungaungae@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