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격리 유권자들, 직접선거 원칙에 문제제기 선관위 “규정상 투표소마다 투표함은 1개만” 해명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5일 마무리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 방식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이 기표를 마친 투표용지를 투표사무원이 바구니나 쇼핑백에 담아 유권자 대신 직접 투표함에 넣는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들을 이날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전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코로나19 재택치료자 수는 이날 0시 기준, 102만5973명이다.
이들은 투표에 참여했지만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바로 넣을 수 없었다. 대신 용지를 쇼핑백이나 종이상자, 바구니 등에 넣었고 투표사무원들이 다른 곳에 마련된 투표함으로 이동해 직접 투입했다.
이는 일부 투표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선 “격리자 사전투표에 투표함이 없어서 바구니에 투표해야 했다”는 주장과 인증 사진들이 올라왔다.
각종 인증 사진에선 진행 요원들은 확진자들의 표가 담긴 봉투를 바구니나 종이상자, 쇼핑백 등에 담아 옮기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를 놓고 투표 관리가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역삼1동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확진자 박모씨(34)는 “이곳에서는 확진자는 투표할 때 투표용지에 기표를 한 뒤 봉투에 넣고, 방호복을 입은 직원에게 전달하면 직원이 이것을 수거해 갔다”며 “확진자, 격리자들은 투표해도 자신의 표가 투표함에 들어가는지조차 확인할 수도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확진자들은 “이런 의심되는 방식으로는 투표할 수 없다”며 신분증을 되돌려 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투표를 중단한 채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57조 4항은 ‘선거인은 투표용지를 받은 후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용지에 1인의 후보자를 선택해 투표용지의 해당 란에 기표한 후 그 자리에서 기표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아니하게 접어 투표참관인의 앞에서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진행된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는 이런 선거법상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규정상 투표소마다 하나의 투표함을 설치하게 돼 있다”며 “투표지는 투표사무원의 감독하에 정상적으로 투표함에 넣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확진자가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한 용지를 바구니에 담아 이동한 것은 확진자와 일반인의 동선을 분리하기 위해 사전에 계획된 조치”라며 “(쇼핑백이나 상자를 투표함으로 썼다는 내용은) 사실확인이 필요하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투표소에서 임시로 취한 조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선관위는 ‘확진자의 경우 임시 기표소에 비치된 기표용구로 한 명의 후보자에게 기표한 후 투표지(공개되지 않도록 유의)를 회송용 봉투에 넣어 봉함한 뒤 투표사무원에게 제출한다’고 사전에 관련 내용을 홈페이지에 안내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선관위가 공지한 이 같은 안내 방식조차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선관위는 공지에서 ‘투표사무원은 선거인의 임시 기표소 봉투와 회송용 봉투를 가지고 참관인과 함께 투표소로 이동해 참관인 입회하에 관내 선거인 투표지 및 회송용 봉투를 투표함에 투입한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참관인은 투표함 앞에 앉아있는 상태에서 투표사무원이 참관인과 동행하지 않은 상태로 투표함으로 들고 가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온라인에선 비밀투표가 지켜지지 않은 것 같다는 주장도 나왔다. 자신이 코로나19 확진자로 사전투표를 했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확진자 투표하러 와서 표랑 봉투를 받았는데 봉투에 이름이 쓰여 있었다”며 “비밀투표가 맞느냐고 하니 믿으라고 하더라”라며 인증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김정현 기자,한상희 기자 ris@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