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 美 듀폰 웨이퍼 사업부 인수해 SiC웨이퍼 생산 ‘톱3’로 성장 인수 당시 최태원 회장 결정적 역할…한미 통상수장들 “FTA 협력 모범사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자동차로 1시간40분간을 달려 도착한 SK실트론 CSS 공장.
끝없이 이어진 옥수수 밭 사이에 차세대 전력 반도체의 핵심 소재인 실리콘 카바이드(SiC·탄화규소) 웨이퍼를 생산하는 첨단 기업이 우뚝 서 있었다. 마치 1차 산업 품종인 옥수수 대신 미래 첨단 산업을 대표하는 반도체를 심어놓은 모습이었다.
16일 뉴스1이 찾은 SK실트론 CSS 오번 공장은 예상보다 그리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반도체 웨이퍼 생산과 관련해 미국 내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핵심기술을 갖춘 기업인만큼 그 내부는 알차 보였다.
SK실트론 CSS는 SK실트론이 지난 2020년 미국 듀폰 웨이퍼 사업부를 4억5000만 달러(약 5474억원)에 인수해 설립한 현지 자회사다. 현재 차세대 전력반도체에 있어 핵심 소재인 SiC 웨이퍼 생산 부문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인 울프스피드와 투식스(Ⅱ-Ⅵ)에 이어 ‘톱3’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전력반도체는 전자제품에서 전류 방향을 조절하고 전력을 변환·처리·제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중요 부품이다.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우주항공 등 전력 산업과 관련된 친환경 저탄소 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첨단 소재이자 자율주행차·인공지능(AI)·로봇·5G 이동통신망·사물인터넷(IoT)·스마트 팩토리·스마트 물류 등 디지털 기반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핵심 기술로 손꼽힌다.
특히 전력 반도체는 전기차에서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연결하는 고성능 인버터(inverter)에 필수적인 부품이다.
이런 반도체를 만드는데 쓰이는 얇은 원판이 바로 ‘웨이퍼(Wafer)’다. 화학물질 성분에 따라 실리콘(Si) 웨이퍼와 SiC 웨이퍼 등으로 나뉜다.
실제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SiC 기반 전력반도체는 Si 기반에 비해 △주행거리 7.5% 증가(400㎞→430㎞) △400㎞ 주행기준 충전시간 75% 단축(60분→15분) △인버터 무게 40%, 부피 43% 감소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
이를 토대로 공장증설이 완료되는 2025년엔 SiC 웨이퍼 생산에 있어 울프스피드와 확실한 양강 구도를 이뤄내겠다는 게 SK실트론 CSS의 포부다. 당장 올해 연말이면 울프스피드 정도의 기술 기반 생산성을 갖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이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주년을 기념해 타이 대표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문장소로 SK실트론 CSS를 선택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타이 대표와 여 본부장은 이날 방문에서 SK실트론의 투자에 대해 “모범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SK실트론이 듀폰의 웨이퍼 사업부를 인수하고 성장시키는 데 있어 최태원 회장의 반도체 투자에 대한 ‘뚝심’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치열한 인수전이 벌어지자 최 회장의 글로벌 인맥이 빛을 발했다고 한다. 최 회장은 앤드루 리버리스 전 다우 듀폰 회장과 지난 2010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만난 뒤 인연을 이어왔고, 이 인연은 ‘빅딜’을 성사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SK그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미 최 회장은 지난 2012년 적자에 허덕이던 하이닉스를 주변 모두가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뚝심’으로 밀어붙여 3조4000억원에 인수했고, 삼성전자와 인텔에 이어 글로벌 반도체 매출 3위의 기업으로 우뚝 성장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김현 특파원 gayunlove@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