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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지하철 총격 사건 현장 주변의 경찰관들. 공교롭게도 이번 사건 바로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유령총(Ghost gun)에 대한 규제 의지를 밝혔다.
뉴욕뉴스

<기자노트북> 점점 심각해지는 뉴욕의 치안

 우리가 살고 있는 뉴욕의 치안문제, 총기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12일 출근길  지하철에서 발생한 무차별 총격 사건은 미국 최대 도시 뉴욕 뿐아니라 미국 전체, 나아가 뉴욕에 친지를 두고 있는 한국에 까지 충격이 크게 전해지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기자의 친정 오빠도 이번 뉴욕 지하철 총기사건에는 적잖이 놀랐는지 아침에 보내 온 카톡에는 미국 사는 여동생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다.

 국내 외를 충격에 빠트린 이날 오전의 뉴욕 지하철 N트레인 열차 안 총기난사 사건은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뉴욕시 지하철은 각종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기는 했지만 총기 난사 사건은 유례없는 일이다. 이런저런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뉴욕경찰이 잘 해왔기 때문이라고 얘기된다.  뉴욕타임스는 뉴욕 지하철 역사상 10여명이 한꺼번에 총격을 당한 것은 처음이라는 제목으로 사건을 전했다.  

 이날 N트레인은 오전 8시 30분 브루클린에서 맨해튼 방면으로 운행하던 도중 객차 안에서 갑자기 연막탄이 터졌다. 흰 연기가 객차 안에 가득 퍼지는 와중에 총성이 들리기 시작했고 총에 맞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무더기로 바닥에 쓰러졌다. 선셋파크 36번가역에 열차가 멈추자 열차 밖으로 또 지하철역 밖으로 뛰쳐나가는 사람들로 아비규환이 이어졌다. 이 와중에 범인은 다른 열차로 도망갔단다.  이 사건으로 최소 29명이 부상을 당했고 이 가운데 10명은 총을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5명은 중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경찰은 밝혔다.

 출근과 등교가 한창이던 시간이라 총격 현장 객차에는 50여명의 승객이 있었다. 일부 목격자 들은  총격은 승강장에서도 이어졌다고 증언하고 있다. 한 목격자는 그때 총이 고장 나는 바람에 더 이상은 격발 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선셋파크 36번가역은 3개 지하철 노선이 다니는 역이다.  다행히 숨진 사람은 없었지만 지하철 객차는 바닥에 피가 흥건하고 하얀 연기로 가득 차 한동안 혼란이 이어졌고 이날 오전 인근  열차들은 운행을 멈춰야 했다.

 사건 현장 에선 총알이 가득 찬 권총 탄창과 폭발장치가 든 가방이 발견됐다. 도끼와 휘발유도 있었다. 총기 난사가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은 게 천운이었다. 폭발장치의 경우 실제 폭발 가능성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범인이 총을 33발 발사했으나 도중에 총이 고장나 격발되지 않았다면서 총격 도중 탄창이 막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총이 고장 나지 않았다면 아찔한 참극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범인은 MTA공사의 초록색 현장 안전조끼를 입고 있어서 사람들이 그를 MTA직원으로 생각하기에 충분했다.  이 남성은 범행 뒤 도주했지만 범인이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하울 (UHAUL)  차량은 몇 시간 뒤 5㎞가량 떨어진 다른 브루클린역 근처에서 발견됐다. 

 수사 당국은 차량을 빌리는데 사용된 신용카드 내역을 추적해 62세 흑인 남성 프랭크 제임스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체포하기 위해 현상금 5만 달러도 내걸었다. 경찰은 이밖에도 글록 9밀리 권총과 탄창 3개, 작은 손도끼, 폭죽, 휘발유로 추정되는 액체 등을 사건 현장에서 수거했다. 그리고 하루만인 13일 오후 맨하탄 이스트 빌리지에서 체포했다고 경찰은 발표했다.

  범행 동기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은 과거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미국을 “폭력이 만연한 인종차별적인 곳”이라고 비난하면서 지하철 안전 및 노숙자 문제 해결을 약속한 애릭 애덤스 뉴욕시장의 계획을 두고 “실패할 운명”이라며 비방하기도 했단다. 또 다른 영상에는 흑인을 상대로 한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담겼다.

 수사당국은 일단 단독 범행으로 보고 있지만, 테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폭넓게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총격 사건을 보고받은  바이든  대통령은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에 뉴욕 경찰국과 협조할 것을 지시했다.  키챈트 시웰 뉴욕 경찰국장은 기자회견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비드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를 하고 있는 뉴욕 치안의 총책임자 아담스 시장은  온라인으로  워크숍 행사를 제외하고는  모든 공식행사를 취소하고 있었지만 유선을 통해 이 사건에 대해 경찰및 시 정부관계자들에게 전 방위적인 즉각 조치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아담스 시장은 공영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여름은 항상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에 걱정하고 있다”며 총기폭력에 대응하는 뉴욕시경 이웃 안전팀을 5개 보로에 추가 배치했다고 밝혔었다.  통상 여름철 총격이나 범죄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 뉴욕시 범죄는 여름이 오기도 훨씬 전인 4월초에 이미 전년보다 급증했다.  지난달 3월의 범죄 발생율은 전년 동월대비 37%, 총격 사건은 16.2% 늘었다. 

 아담스 시장은  “너무 많은 경찰들이 청사 안에서 사무업무를 하는데, 이들이 거리에서 제대로 일하도록 해야 한다”며 NYPD 인력이 제대로 운용되는지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비엘앰 시위 여파로 진행됐던 잘못된 구조조정을 바로 잡겠다는 말이다.  전직 경찰인 아담스 시장은 취임 첫 날부터 범죄문제 해결을 약속했으나 총격사고는 이처럼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담스 시장은  취임 100일이 지났는데도 치안이 더 나빠졌다는 질책성 질문에 “뉴욕시는 아주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문제를 솔직히 알리고 시정부가 한 팀으로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세계의 도시 뉴욕 시장의 대답이라기엔 너무 궁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그간은 문제를 솔직히 알리지 않아 범죄가 잡히지 않았단 말인가.  

 사후약방문,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겠지만 지하철 추가인력 배치, 검문강화 등이 이어질것으로 보여진다. 사건 직후 촬영된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플랫폼은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피를 흘리는 부상자들이 바닥에 눕거나 앉아 있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이 오늘의 뉴욕의 치안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우리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와 당국에 대한 협조가 그 어느때 보다 절실하다.

뉴욕 안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