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 전문의 주애리 씨의 재판 상황 쟁점과 전망에 대해
주애리 박사의 친구들은 요즘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녀의 사정을 잘 아는 그들이 그녀를 돕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는 것이다. 판결을 앞두고 남은 법정 투쟁을 위한 여론조성과 기금마련에 힘 쓰고 있다.
지난 3월 유죄 평결을 받은 주애리씨는 7월 중순 형량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되어있다. 현 미국의 사법제도에 있어 유죄평결은 재판의 7부 능선, 8부 능선으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의 재판에서 유무죄는 배심원들이 판단해 결정하고 판사는 정해진 형량에 따라 판결을 하는 것이 일반이다. 판사들에게 주어진 형량 가이드라인은 최저와 최고 형량을 제시하고 있다는데 주씨의 경우, 유죄가 평결된 6개항 모두 최대 10년의 형을 내릴 수 있다고 되어있어 최대 60년 형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주씨는 앞으로의 재판 일정에서 그 형량을 줄이기 위해, 다시 말해 판사의 선처를 구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하는 일 이외에 다른 방도는 없는가.
다행히 미국 사법제도에는 배심원의 평결에 문제가 있을 때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기는 하다. 바로 재심 제도다. 리 트라이얼 (re-trial) 이라는 말이 어울릴 듯 싶은데 공식적으로는 뉴 트라이얼 (new-trial) 이라고 쓴단다.
뉴트라이얼, 재심이란 배심원의 평결이나 법원의 판결에 결함이 있을 때, 법원이 이를 취소하고 그 사건에 대하여 다시 재판절차를 진행하는 구제 방법이다.
재심은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법원이 허가할 수 있고, 법원이 직권으로 재심을 명할 수도 있다고 되어 있다. 재심의 범위는 당사자가 받은 평결과 판결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서 할 수 있고, 또한 사건의 전부 또는 쟁점의 일부에 대해서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재심이 결정되면 재판을 다시 하게 되므로 당사자는 주장과 증거를 다시 제출해야 하는데 이때 새로운 주장과 새 유리한 증거를 제출할 수 있다.
주씨의 새 변호인, 평결 불복 판결 보다는 재심 쪽에 무게 두고 상황 전개
모든 연방법원이 인정하고 있는 재심사유는 주로 다음과 같다.
(1)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가 채택된 경우, (2) 배심원이 증거력을 심각하게 잘못 평가한 경우, (3) 배심원의 평결이 지나치게 과도한 경우, (4) 재판 중에 배심원이 부정행위를한 경우, (5) 재판중에 피고인 당사자나 변호사가 부정 및 태만 행위를 한 경우 (6) 증인이 허위 증언을 한 경우 등이다.
이같은 여건은 명확히 명문화 돼 있는 것이 아니기에 판사들이 광범위한 재량권을 갖고 있다고 얘기 되는데 그 재량권이 지극히 이례적이며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일반이다.
닥터 주 케이스의 경우는 4번을 제외한 모든 사항이 해당 된다는 것이 현재 변호를 맡고 있는 변호사가 재심을 신청하면서 제기한 의견이다.
한편 잘못된 평결과 관련해 재심과 비교되는 평결 번복판결이라는 더 강력한 제도도 있기는 하다. 이는 배심원의 평결에 큰 오류가 있을 때 법원이 이를 무시하고 그 평결과 다른 내용의 판결을 하는 것을 말한다. 법원이 평결 번복판결을 하게되면 재판 절차 전체가 그 순간 종료된다. 하지만 이 평결 불복 판결은 미국 전체 법원에서 일년에 한 두건 나오고 그럴 경우 전국이 들썩일 정도로 관심을 끈다.
때문에 주씨의 새 변호인은 평결 불복 판결 보다는 재심 쪽에 무게를 두고 상황을 전개하고 있다. 그렇지만 재심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최근의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전체 유죄 평결 사건의 20퍼센트 정도가 즉각 불복을 신청하는데 그 가운데 95퍼센트가 기각 당한다는 몇 년전의 통계가 있다.
“기자만의 착각이며 오지랖이 아니기를 빌면서…”
또 주씨 사건의 경우 아직 1심이기 때문에 판결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상급 법원에 항소 할 수 있지 않냐는 의견이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 항소심에 대해 일반적으로 특히 한인 동포들에게 잘못 알려져 있는 것이 있는데 한마디로 한국의 항소심과 미국의 항소심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경우 항소심은 거의 대부분 실제 재판으로 열려 1심의 형량이 깎이게 되는 것이 일반이지만 미국의 경우는 항소심은 대부분 서류재판으로 90퍼센트가 기각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1심에서부터 단단히 벼르고 잘 대처 해야 한다는 얘기다.
평결에 불만이 있어 재심을 청구 하려면 평결 2주 내에 해야 한다.
닥터 주 케이스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재심 청구가 마지막 날, 마지막 순간에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번 주씨 사건에 국선 변호인은 공판에서 배심원들을 설득하는 변론은 물론 변호인 측 증인을 단 한명도 세우지 않는, 한마디로 직무 태만에 함량 미달인 변호사였다.
평결 직후 주씨는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나서 지인의 소개로 형사법 전문 변호사 한 사람을 소개 받았는데 그 변호사가 정식으로 선임되기도 전에 계속 머뭇 거리는 국선 변호인에게 호통을 치면서 재심 청구를 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심청구가 진행 중이다. 신의 가호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변호사 수임료, 돈이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변호사 알렌 주카스씨는 상당한 수임료를 요구하고 있다. 다행히 시애틀의 둘째 오빠가 얼마간의 돈을 보내줬고 큰 아들이 땀 흘려 벌어 모아뒀던 돈을 내놓아 일부는 충당할 수 있었지만 아직은 태 부족이다.
변호사에게는 일단 6월 말 까지 수임료 지불을 약속해 놓은 상태다. 그것도 재심청구 완결 까지의 수임료다. 재심이 받아들여져 새 재판이 열린다면 다시 수임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주카스 변호사는 변호사들의 직업 특성상 확신한다, 보장한다고는 말하지 않고 있지만 여러 측면에서 재심이 받아들여질 찬스가 높다고 말하고 있다. 재심청구와 재판의 중요 증거이자 변수이기 때문에 미리 세세히 밝힐 수는 없다고 하면서도 무엇보다 이번 사건의 공범이면서도 검찰과의 형량거래 (프리바게닝)를 통해 기소가 면제된 로사 칼바니코의 증언은 모두 배척할 수 있을 만큼 신빙성과 적법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기소장에 밝혀진 사기, 횡령의 액수도 근거가 전혀 없는 숫자라는 점도 그렇다고 한다. 한 마디로 닥 터주가 범죄를 공모했고 저질렀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사무장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원장의 감독 책임에 대해서도 민사 사건 이라면 다른 얘기지만 형사 사건 에서는 범죄의 의도가 있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무튼 지금은 주카스 변호사를 믿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하느님께 기도 하는 수 밖에 없다고 닥터 주와 친구들은 말하고 있다.
재판부, 이례적으로 보스턴 세미나 참가 허가
재심청구에 대한 재판부의 결정은 생각 보다 꽤 시간이 걸릴 것 으로 여겨지고 있다. 다행 스러운 것은 재판부도 호의적으로 나와 계속 추가 서류를 요구해 오고 있으며, 닥터 주의 보스턴 학술 세미나 참가도 허가할 만큼 호의적이다. 때문에 7월 중순의 판결 공판은 자동적으로 연기가 되어 있다고 생각해도 된단다.
며칠 뒤 닥터 주는 요즘 도전하고 있는 동양 의학 전문의 과정의 세미나가 열리는 보스턴을 방문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공부에 매달릴 수 있는 그녀의 정신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가슴속에 늘 새기고 있는 한국의 슈바이처라는 부친 주인호 박사의 영향이다.
많은 사람들이 닥터주의 친구들이 동포사회에 까지 모금운동을 펼치려 하자 잘 산다고 알려진 그녀의 형제며 친인척들은 무엇 하고 있냐며 그녀의 가족을 얘기한다. 알려진 대로 그녀는 태어나는 사람은 모두 의사로 태어나는 줄 알았다는 의사 집안 출신이다. 몇 차례 거론한 그녀의 부친은 한국 예방 의학의 태두 주인호 박사다. 닥터 주는 부친의 이름이며 자신 형제들의 얘기가 거론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억울하게 당하고는 있지만 이번 일이 아버지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그러는 것이다.
부친은 지난 2000년 초 세상을 떠나셨다. 당시에는 중앙일보 의학 전문기자로 활동하던, 지금은 유명 방송인이 된 홍혜걸 박사가 2000년 1월 10 일자 한국의 중앙일보에 썼던 기사 일부분을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대로 인용해 본다.
‘아프리카 대륙을 돌본 한국의 슈바이처’ .
지난 2일 81세를 일기로 미국 워싱턴주립대병원에서 타계한 한림대 의대 명예교수 송정(松亭)주인호(朱仁鎬)박사를 일컫는 말이다. 그는 1969년부터 17년 동안 세계보건기구(WHO)아프리카지구 수석고문관으로 활동하면서 천연두 박멸 등 전염병 퇴치에 헌신, ‘행동하는 인술(仁術)’ 로 추앙받았다.
76년 자이레에서 널려있는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 혈청을 채취해 괴질이 에볼라바이러스 때문임을 밝혀낸 장본인이 바로 그였다. 이듬해인 77년에는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우간다 정부의 반군 기지를 찾아가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천연두 환자 10여명에게 종두법을 시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1919년 함흥에서 출생해 서울대 의대의 전신인 경성의전을 졸업한 뒤 전염병 역학연구에 전념, 세계 최초로 일본뇌염 바이러스 분리에 성공한 학문적 업적도 갖고 있다. 6개 국어에 능통한 어학실력과 뛰어난 화술로 폭넓은 대인관계를 유지한 국제통이기도 했다.
귀국후 직장암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 주임교수와 초대 대한예방의학회장을 지내며 후학양성에 힘써왔다.
제자 지인들은 “최근까지도 전철을 이용해 출퇴근했고 옷을 사면 20년 이상 헤질 때까지 입었던 소박한 분” 으로 그를 기억했다.
한 지인은 “3남 4녀를 모두 해외유학 보내 일부에선 재력가로 알고 있지만 실제는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부인 김경신 박사가 주로 운영했던 왕십리 보건의원 뒷채인 18평 자택에서 살아올 만큼 무소유의 철학을 지닌 사람이었다” 며 그의 명복을 빌었다. 목사가 된 셋째 아들과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셋째 딸을 제외한 5명의 자녀가 의사로 국내외에서 활약중이다. 직업병 진단과 도시빈민을 대상으로 한 진료로 유명한 서울 성동구 보건의원 주봉덕 원장이 장남이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
주애리씨는 기사에서 언급된 주인호 박사의 3남 4녀 중 여섯째다. 딸로는 넷째 막내딸이다. 57년 서울생으로 어려서부터 아프리카, 영국 등지에서 외국 생활을 했고 고교때 영국에 유학해 고교를 졸업했다. 미국 워싱턴 대에서 음악과 신학을 전공했으나 뒤늦게 의사의 길에 들기로 결정해 국내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해 졸업한 뒤, 미국 조지타운 의대서 내과 보드(전문의)를, 콜럼비아 의대서 류마톨로지 보드를, 그리고 아리조나 대학에서 대체 의학 보드를 취득 했다. 지금은 침술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뉴잉글랜드 대학에 신설된 동서양 융합의학 보드를 따기 위해 열심이다. 대단한 학구열이 아닐 수 없다.
그의 형제들은 아버지의 정신을 이어받아 모두 치부와는 거리가 멀단다. 돈과는 그리 친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니 형제들의 전적인 도움도 기대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연방검찰은 지난 2019년 있었던 병원 건물 두채 등 몇 건의 부동산 거래를 비자금 형성을 위한 빼돌리기 위한 거래로 보고 있지만 병원 건물을 비롯해 각 부동산들은 80, 90 퍼센트 이상의 모기지가 남아 있었기에 숏세일(긴급매각)이 이루어졌다 해도 대부분이 은행 지분이었고 얼마간 돌아온 돈은 그동안 쌓여있던 이런저런 부채를 갚는데 대부분 들어갔다. 심지어 포트리 아파트 매각의 경우에는 린(가처분)을 걸어놓은 남편의 이혼 변호사가 크로징 자리에 나타나서 주씨에게 돌아올 몫을 몽땅 가져가기도 했단다.
그녀의 이런 경제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닥터 주의 친구들은 “남들은 이런 속사정을 모르고 일부 언론에 처음 보도된 대로만 알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안타까와 하고 있다. 동포들의 관심 어린 성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몽골에서 까지도 탄원서 답지
닥터 주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동포들 뿐만이 아니다. 그의 미국인 의사 동료들은 진작에 탄원서를 보냈다. 엊그제는 몇 년전 닥터 주에게 치료를 받았던 몽골의 농림부 장관 운두르크 척토 박사가 재판장에게 닥터 주에 대한 선처를 바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민 생활의 연륜이 깊은 올드타이머들은 이번 주애리씨 사건에서 이한탁씨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고 말한다. 유명 교회 수양관 화재로 딸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20년 세월을 옥살이 해야 했던 그 사건의 이한탁씨 말이다. 그때 동포사회는 많은이들이 나서 강도 높은 구명 활동을 펼쳤지만 안타깝게도 바람직한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끝내는 재심이 이루어져 이씨는 20년 만에 석방 됐지만 몇 년 뒤 쓸쓸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물론 사건의 내용도 다로고 본질도 다르다. 그리고 그때와 지금은 동포 사회의 사정과 여건이 전혀 다르다.
일밖에 모르고 일을 하기 위해, 인술을 베풀기 위해 태어난 사람 주 애리 닥터가, 한국 쉬바이처의 막내딸이 일생일대의 어려운 사정에 처한 이 순간을 이웃인 우리가 몰랐다면 모를까 이처럼 사정을 알게 된 이상 이를 외면하고 방기 한다면 큰 회한이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은 기자만의 오지랍이며 착각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빌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 전하기로 하면서 일단은 글을 마친다.
‘닥터 주 애리 지키기 모임’의 연락처 Cindy Park 703 870 0341
뉴욕 안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