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주미전권공사인 박정양이 공사관원들과 함께 조지 워싱턴 고택을 방문한 사진이 확인됐다.
그간 초대 주미공사관원들의 활동상은 기록과 그림으로만 전해졌는데, 사진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관장 김상엽 국회소재문화재재단 미주사무소장·이하 공사관)은 2일 워싱턴DC 인근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초대 주미공사관원들의 국내 활동을 담은 사진 2장을 공개했다.
첫 번째 사진은 박정양이 공사관원들과 함께 1888년 4월26일(양력) 버지니아 마운트 버넌에 위치한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고택을 방문한 사진이다.
해당 사진은 ‘이자벨 하인즈만’이라는 사람이 한 경매 사이트에서 구입해 보관하다 2020년 마운트 버넌 워싱턴 도서관에 기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서관측은 공사관측에 해당 사진에 나온 인물들과 방문일시 등을 문의했고, 공사관측은 국내 전문가들과 자료 등을 토대로 사진에 찍힌 인물들이 박정양 초대 공사 등 외교 공관원들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공사관에 따르면 박정양이 조지 워싱턴 생가를 방문한 시기는 초대 공사와 관원들이 그해 1월17일 백악관을 방문해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에게 국서(친서)를 전달한지 3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당시 참찬관이었던 이완용과 번역관이었던 이채연은 본국으로 일시 귀국길에 올라 함께 방문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진은 박정양 등 공관원들이 워싱턴의 고택에 배를 타고 도착한 뒤 현지인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정양의 문집 ‘미행일기’에는 당일 마운트 버넌 워싱턴 고택에 방문한 기록이 등장한다. 박정양은 같은해 4월26일에 작성한 미행일기에 “공사관원들과 호러스 알렌 가족을 대동하고 마은포에 갔다. 워싱턴의 옛집을 보았다. 평소에 거주하는 곳인데, 방안의 일용하던 기구에서 화원과 운동장까지 살아 있을 때 그대로 보존했고, 부족한 것을 보충해 현재 사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적었다.
또 한 장의 사진은 이듬해인 1989년 5월6일 이완용과 이채연이 본국에서 미국에 돌아온 후 부인들과 함께 마운트 버넌을 방문한 사진이다. 이 사진에는 날씨 탓인지 남성들이 우산을 들고 있는 것이 모습이 담겨 있다.
해당 사진은 현지 언론인 ‘이브닝 스타(The Evening Star)’가 이튿날 보도하기도 했다.
대미외교사 전문가인 한철호 동국대 교수는 이번 사진 자료 발굴에 대해 “당시 고종의 지시에 따라 현지의 사정, 제도, 문물 등의 실상을 파악하던 박정양 공사 일행의 현지 활동모습이 사진을 통해 처음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공사관 복원공사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김종헌 배제대 교수는 “박정양이 그의 문집에서 조지 워싱턴을 여러 차례 언급하고 마운트 버넌 방문을 중요하게 서술한 것은 조선의 자주 독립을 위한 노력 때문이며, 귀국 후 독립협회를 적극 지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박정양은 고종으로부터 주미전권공사로 임명을 받고도 청나라의 압력과 방해로 출발을 하지 못했고, 우여곡절 속에 미주행 배에 오른 뒤 백악관을 찾아 단독으로 클리블랜드 대통령에게 국서를 전달했다. 이를 안 청나라의 지속적인 압력으로 박정양은 1년여만에 귀국했다.
김 관장은 “이번 사진 공개를 계기로 관련 기관·연구자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공사관과 한미 외교사 관련 자료를 적극적으로 찾을 예정”이라며 “수집한 자료는 향후 전시회를 통해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현 특파원 gayunlove@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