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내부는 94도 기록…”햄버거 패티도 익었어요” 폭염 원인 ‘열돔’, 제트 기류 타고 동부로 확대
역사적인 폭염이 미국 서부를 강타한 데 이어 동부까지 덮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USA투데이에 따르면 미 서부 지역 폭염에 영향을 미친 남풍은 오는 15일까지 뜨겁고 습한 공기를 미전역에 퍼뜨려 평년 기온보다 섭씨 6~17도(화씨 10~30도) 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 사이에 있는 데스 밸리(Death Valley) 국립공원의 이날 기온은 섭씨 48도(화씨 120도)를 넘어섰다. 애리조나·미주리·캔자스·루이지애나·미시시피 일부 지역에도 주말 폭염주의보가 내렸다.
캘리포니아 주민 수천 명은 더위를 식히기 위해 해변을 찾았다. 가족과 캘리포니아 뉴포트 해변을 방문한 크리스틴 라미레즈는 “단지 더위를 피하기 위해 왔다”며 “일찍 주차하고 온종일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폭염에 신음하는 이들의 영상이 쏟아졌다. 틱톡커 조 브라운은 섭씨 94도(화씨 202도)까지 치솟은 차 내부 온도계를 보여주는가 하면, 차 대시보드에서 잘 익은 햄버거 패티를 꺼내 보이기도 했다. 그는 “난로에서 요리하기 너무 게으르다면 차에서 요리하라”는 말을 남겼다.
폭염은 서부에만 그치지 않고 미전역에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기상 예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기업 아큐웨더(Accu Weather)는 제트 기류가 북쪽으로 상승하면서 이번 주에 더 많은 지역에 ‘맹렬한 더위’가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트 기류는 대류권 상부 혹은 성층권 하부 영역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좁고 강한 공기의 흐름이다. 북반구의 경우 제트 기류는 겨울에 북위 35°에 위치하지만, 여름에는 북상해 북위 50°에 가까워진다. 서부 로스앤젤레스가 북위 34°도, 동부 뉴욕이 북위 40°에 있다.
시카고 국립기상청은 “13일 기온과 습도가 높아지다가 14~15일 중서부 일리노이주 북부를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큐웨더는 일리노이주 시카고,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이르는 넓은 지역이 기록적인 폭염으로 세 자릿수 기온(화씨 100도·섭씨 37.7도)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폭염의 주범으로 열돔(Heat Dome) 현상을 꼽았다. 열돔 현상은 대기권 중상층에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하면서 반구형(돔) 형태로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두는 것을 일컫는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강한 고기압이 라니냐와 결합하면 열돔이 생성되기 쉽다”고 말했다. 라니냐는 동태평양의 적도 지역에서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일어나 생기는 이상현상이다. 페루 앞바다 깊은 속에서 올라온 차가운 물이 무역풍을 타고 태평양을 지나오면서 따뜻한 해류가 발생한다.
최근 수십 년 동안 동태평양보다 서태평양의 기온이 더 많이 올랐고, 상승하는 뜨거운 공기 중 일부가 육지로 이동한 뒤 가라앉으면서 돔을 만들었다는 게 NOAA의 설명이다.
아큐웨더의 수석 기상학자 댄 피드노스키는 “앞으로 며칠 동안 중부, 중서부, 남동부 지역까지 대형 열돔이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예슬 기자 yeseul@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