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주요 사업 중 하나는 해외지역회의를 효과적으로 잘 치르는 일이다.
전 세계 평통 위원들은 한반도 평화통일 정책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것이 주 임무이기 때문에 이 기회를 유익하게 활용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이러한 행사가 별 의미가 없는 ‘낭비성 겉치레용’ 모임이 되기도 한다.
민주평통은 2년에 한 번씩 지구촌에 흩어져 있는 3900여 명의 위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평화통일 정보를 교류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해외지역회의를 본국에서 개최해 오고 있다.
진보 문재인 정권에서 보수 윤석열 정권으로 교체된 올 해도 전체 해외지역회의를 오는 9월 개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었는 데, 느닷없이 11월로 연기한다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 미주지역과’가 발표해 파문이 날로 확산되는 실정이다.
애당초 발표된 9월 개최에는 북미.중남미지역 5-8일, 유럽.아시아지역 26-29일 등으로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까지 나왔지만, 이번에는 그냥 11월이라고 하니, 다시 말하면 열릴수도 있고 안 열릴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민주평통 사무처는 연기 이유를 ‘코로나 감염병 재확산’으로 규정했지만 이 또한 납득이 가지 않는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는 대규모 인원이 운집되는 스포츠 행사를 비롯해 문화행사, 그리고 10월 세계한인회장대회 등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 데, 고작 한 번에 1000여 명이 모이는 행사를 그 것도 미리 캔슬한다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 지 알 수가 없다. 연기인지 아니면 취소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
코로나로 말미암아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회의에 워싱턴 지역에서만 50여 명의 위원들이 참가 의사를 표시하고 비행기표와 호텔 예약 등 필요한 준비를 미리 마치고 나름대로 스케줄을 잡는 데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기로 인해 모든 꼬여들어 한 숨을 짓는다.
이같이 오락가락하는 업무행정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진보에서 보수 정권으로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코드가 맞지 않는 간부들의 버티기 작전에서 나오는 영향일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어 향후 귀추에 관심이 쏠린다.
평통의 L모 위원은 “11월 개최가 확정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예약한 비행기표를 연기해야 하는 지 아니면 캔슬해야 하는 지 참으로 애매모호하다”면서 “해외평통을 우습게 생각하는 것이 무척 화가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는 데, 이는 단순히 L씨 뿐만이 아니라 상당수가 똑 같은 입장이다.
가뜩이나 한인사회에서 평통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않은 데, 내부에서 마저 혼돈을 보인다면 평화통일을 위한 공공외교는 커녕 ‘무용론’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있어 보여 걱정스럽다.
김성한 기자 saiseiko.k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