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가 내년도 중·고등학교 정규과목에 ‘한국어’ 교과목을 신설하는 교육법 개정을 추진한다. 루마니아를 방문 중인 김진표 국회의장은 7일(현지시간) “루마니아에 한국어 강사를 지원하겠다”며 “우리 교육부에 관련 지원 사업이 있는데 양국 간 협의가 조속히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날 부쿠레슈티 시내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루마니아 주요 장관 접견식’에서 “루마니아에 K팝 등 한국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 한국어 학습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중·고등학교 외국어 정규과목에 한국어가 포함되면 보다 체계적인 교육과 한국어 전문가 양성에 기반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루마니아 정부와 의회는 올해 하반기 교육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에는 중·고등학교 제2외국어 정규과목에 ‘한국어’를 신설하는 내용도 담길 예정이다. 한류 열풍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루마니아에서도 K팝, K푸드, K드라마 등 한류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한 데 따른 조치다.
소린-미하이 큼페아누 교육부 장관은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 주도로 수개월 뒤 교육법이 개정돼서 내년부터 새로운 커리큘럼이 시행될 것”이라며 “개정 교육법 핵심이 중·고등학교 외국어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인데, 한국어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큼페아누 장관은 교육·과학연구부 장관과 부총리 겸 내무부 장관, 임시총리를 역임하고 내년 5월 상원의장 선출이 예상되는 유력 정치인이다. 특히 김 의장의 방한 소식에 휴가를 반납하고 복귀할 정도로 손꼽히는 ‘지한파'(知韓派)로도 알려졌다. 큼페아누 장관은 이날 접견식에서 한국어로 인사말을 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루마니아에 한국어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교육 인력은 부족하다’는 큼페아누 장관의 말에 흔쾌히 지원을 약속했다. 현재 루마니아 내 한국어문학과를 둔 대학교는 부쿠레슈티 대학교와 바베쉬보여이 대학교 두 곳으로, 전문 교육 인력의 태부족으로 석·박사 과정이 개설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우리 국회가 나서서 한국어 강사 지원을 적극 돕겠다”고 했다. 큼페아누 장관이 “교육 분야 관련 양자 협의가 진행되길 원한다”고 말하자, 김 의장은 “교육부에 관련 지원 사업이 있으니 조속히 양자 협의를 하길 바란다”고 했다. 우리 교육부는 현재 ‘해외 초중등학교 한국어 채택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중·동유럽 국가의 호감도는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김 의장은 이날 폴란드 민항기를 타고 부쿠레슈티 헨리 코안더 국제공항에 도착했는데, 루마니아 정부는 귀빈실 레드카펫 앞에 항공기를 착륙하게 해 영접했다. 민항기가 귀빈실 앞에 착륙한 것은 이례적으로, 최고 예우에 해당하는 의전 단계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전날(6일) 바르샤바 올드시티(구시가지)에서 주폴란드 대한민국 대사관 직원들과 격려 오찬을 한 뒤 거리 시찰에 나섰다가 현지 청소년 한류 팬들이 K팝 노래에 맞춰 거리 공연을 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즉석에서 격려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10대 한류 팬들을 둘러보며 “우리 같이 사진 한 번 찍으면 내가 그 사진을 BTS(방탄소년단)에 보내줄게요”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자 좌중에서 환호성이 터지기도 했다.
한편 김 의장은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5박 7일간 폴란드와 루마니아를 순방 중이다.
최동현 기자 dongchoi89@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