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맞고 갑자기 시력을 잃었다?”
미국 환자들 잇따라 소송…비만치료제와 ‘NAION’ 정말 관련 있을까
위고비와 오젬픽 같은 GLP-1 계열 약물이 비만과 당뇨병 치료에 널리 사용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눈 부작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위고비나 오젬픽 등을 사용한 뒤 갑작스럽게 시력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환자들이 제약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실 자체가 약물이 실명을 일으킨다는 의학적 인과관계가 법적·과학적으로 모두 확정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세마글루타이드와 특정 시신경질환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연구가 잇따라 발표됐고, 유럽의약품청(EMA)은 결국 이를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제품정보에 반영하도록 권고했습니다. (European Medicines Agency (EMA))
문제가 된 질환은 ‘NAION’
이번 논란의 핵심에 있는 질환은 비동맥염성 앞허혈시신경병증, 영어로는 Non-Arteritic Anterior Ischemic Optic Neuropathy, 줄여서 NAION이라고 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눈에서 뇌로 시각정보를 전달하는 시신경 앞부분으로 공급되는 혈류가 부족해지면서 시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입니다.
NAION이 발생하면 한쪽 눈의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시야 일부가 보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통증 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시신경이 손상되면 회복이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안과 응급질환 가운데 하나입니다.
위고비와 오젬픽의 공통점은 ‘세마글루타이드’
이번 논란을 이해하려면 약물 성분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위고비(Wegovy)와 오젬픽(Ozempic)은 상품명은 다르지만 모두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라는 성분을 사용합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 수용체 작용제로 식욕을 줄이고 위 배출을 늦추며 혈당 조절 등에 영향을 줍니다.
오젬픽은 주로 제2형 당뇨병 치료에 사용되고, 위고비는 비만 또는 과체중 환자의 체중 관리에 사용됩니다.
두 제품 모두 같은 성분을 사용하기 때문에 세마글루타이드와 NAION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될 경우 두 제품 모두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젭바운드는 같은 약일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젭바운드(Zepbound)의 성분은 세마글루타이드가 아니라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입니다.
티르제파타이드는 GIP와 GLP-1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약물로 세마글루타이드와는 다른 성분입니다.
따라서 위고비·오젬픽에서 나온 세마글루타이드 관련 NAION 연구 결과를 젭바운드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 사용 중 발생한 안과 합병증 사례를 다룬 연구는 보고돼 있지만, 이것만으로 티르제파타이드가 NAION을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JAMA Network)
미국에서는 왜 소송까지 벌어졌을까?
MBC가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인용해 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위고비나 오젬픽을 사용한 뒤 시력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환자들이 제약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환자 측 주장의 핵심은 약물 사용 이후 NAION이 발생했고, 이 때문에 심각한 시력손상을 입었다는 것입니다.
반면 제약사 측은 약물과 시력상실 사이의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소송에서 제기되는 주장과 의학적으로 확립된 사실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유럽은 이미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판단했다
상황이 달라진 중요한 계기가 있습니다.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감시위험평가위원회(PRAC)는 세마글루타이드와 NAION 관련 자료를 검토한 뒤 2025년 6월 NAION을 세마글루타이드의 ‘매우 드문(very rare)’ 부작용으로 판단했습니다.
EMA가 말하는 ‘매우 드문’ 수준은 최대 1만 명당 1명 정도입니다. (European Medicines Agency (EMA))
대상에는
위고비(Wegovy)
오젬픽(Ozempic)
리벨서스(Rybelsus)
등 세마글루타이드 함유 의약품이 포함됩니다.
EMA는 관련 제품정보에 NAION을 부작용으로 추가하도록 권고했습니다.
유럽은 왜 이런 결론을 내렸을까?
EMA는 한두 명의 사례만 보고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닙니다.
비임상시험과 임상시험, 시판 후 안전성 자료, 의학 문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습니다.
EMA는 여러 대규모 역학연구를 검토한 결과 제2형 당뇨병이 있는 성인에서 세마글루타이드 노출이 비사용자에 비해 NAION 위험이 약 2배 증가하는 것과 연관된다는 자료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uropean Medicines Agency (EMA))
다만 여기서도 ‘2배’라는 상대위험과 실제 발생 가능성인 절대위험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래 매우 드문 질환이기 때문에 상대위험이 증가하더라도 개인에게 발생할 절대위험은 여전히 낮을 수 있습니다.
실제 대규모 연구에서는 어떻게 나왔을까?
2025년 JAMA Ophthalmology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도 참고할 만합니다.
연구진은 여러 의료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제2형 당뇨병 환자 수천만 명의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그중 세마글루타이드를 새롭게 사용한 환자는 약 81만 명이었습니다.
분석 결과 세마글루타이드 사용과 NAION 사이에 작은 위험 증가 신호가 관찰됐지만 비교 약물과 분석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랐습니다.
연구진 역시 이전 일부 연구에서 보고된 것보다 위험 증가 폭이 작았으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JAMA Network)
또 다른 연구에서는 약 2배 위험
이후 미국 재향군인 의료자료를 이용한 연구에서는 조금 더 분명한 차이가 관찰됐습니다.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세마글루타이드 시작군과 SGLT2 억제제 시작군을 비교한 결과, 중앙 추적기간 약 2.1년 동안 세마글루타이드군에서 NAION 발생 위험이 약 2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보정된 누적 위험은 세마글루타이드군 약 0.29%, 비교군 약 0.13%였습니다. (JAMA Network)
이 결과 역시 위험 증가 가능성을 뒷받침하지만 특정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관찰연구라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반대로 임상시험 전체를 분석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2025년 발표된 무작위 임상시험 메타분석에서는 78개 임상시험, 총 7만3640명의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전체적인 안과 이상반응이나 당뇨망막병증은 세마글루타이드 사용군에서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NAION만 따로 분석했을 때는 위험 증가 신호가 나타났지만 실제 사건 수가 매우 적었습니다.
연구진은 NAION과의 연관성을 확정하기에는 현재 근거의 확실성이 낮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JAMA Network)
즉 현재 연구들을 종합하면 “전혀 관계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지만, 모든 사용자에게 높은 실명 위험이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도 잘못된 해석입니다.
‘위고비 맞으면 실명한다’는 표현은 과장
따라서 인터넷이나 SNS에서 볼 수 있는
“위고비를 맞으면 실명한다”
라는 표현은 현재 근거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입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세마글루타이드 사용과 NAION 발생 위험 증가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있으며, EMA는 이를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절대적인 발생 위험은 낮고, 개별 연구에서 위험 추정치는 서로 다르다.
이 정도가 현재 근거에 가장 가까운 설명입니다. (European Medicines Agency (EMA))
NAION은 어떤 사람에게 잘 생길까?
NAION 자체는 세마글루타이드가 등장하기 전부터 존재하던 질환입니다.
일반적으로 중년 이후에서 더 흔하고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수면무호흡증 등 혈관 관련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에게서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세마글루타이드 사용자에게 NAION이 발생했다고 해서 모든 사례가 약물 하나만의 영향이라고 바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약을 사용하는 사람 자체가 비만이나 당뇨병 같은 기저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교란요인을 최대한 보정하더라도 관찰연구만으로 인과관계를 완벽하게 증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할까?
위고비나 오젬픽 등 세마글루타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갑작스러운 시력 변화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됩니다.
특히
한쪽 눈의 갑작스러운 시력저하
갑자기 시야 일부가 가려짐
평소와 다른 급격한 시야 변화
빠르게 악화되는 시력
등이 나타난다면 즉시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EMA 역시 세마글루타이드 치료 중 갑작스러운 시력상실 또는 빠르게 악화되는 시력 변화가 발생하면 지체하지 말고 의료진에게 연락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European Medicines Agency (EMA))
그렇다면 위고비를 당장 끊어야 할까?
시력 이상이 전혀 없는 사람이 이번 뉴스를 보고 임의로 약을 중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비만과 당뇨병 치료뿐 아니라 특정 환자에서는 심혈관·신장 관련 이점도 확인된 약물입니다.
따라서 드문 부작용 가능성만 보고 치료의 전체적인 이익과 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채 스스로 중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만 실제로 NAION이 진단된 경우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EMA는 세마글루타이드 치료 중 NAION이 확인되면 세마글루타이드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European Medicines Agency (EMA))
약물 중단이나 변경은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고비·오젬픽과 젭바운드를 똑같이 묶어서는 안 된다
이번 보도에서 특히 주의해서 볼 부분입니다.
위고비와 오젬픽은 세마글루타이드, 젭바운드는 티르제파타이드입니다.
현재 EMA가 NAION을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공식 판단한 대상은 세마글루타이드 함유 의약품입니다. (European Medicines Agency (EMA))
따라서 “위고비·오젬픽·젭바운드 등 모든 비만주사가 NAION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표현하는 것은 현재 근거보다 앞서 나간 설명입니다.
약물별 근거를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결론|공포보다 정확한 정보가 중요합니다
위고비와 오젬픽을 사용한 뒤 시력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미국 환자들의 소송이 이어지면서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눈 부작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세마글루타이드와 NAION이라는 드문 시신경질환 사이에는 이제 단순한 ‘인터넷 의혹’이라고 넘기기 어려운 근거가 축적되고 있습니다.
EMA는 이미 NAION을 세마글루타이드의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판단했고, 여러 대규모 관찰연구에서도 위험 증가 신호가 확인됐습니다. (European Medicines Agency (EMA))
그러나 이것이 “위고비를 맞으면 실명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NAION 자체가 드문 질환이고 연구마다 위험 추정치에 차이가 있으며, 세마글루타이드가 제공하는 체중·혈당 및 심혈관계 치료 이익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약을 사용하고 있다면 뉴스만 보고 임의로 끊기보다는 자신의 위험요인을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갑자기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거나 시야가 가려지는 등 급격한 시력 변화가 생겼다면 기다리지 말고 즉시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건강정보 안내
이 글은 의학·건강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위고비·오젬픽·젭바운드 등 처방약의 시작·중단·용량 변경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약물 사용 중 갑작스러운 시력저하나 시야 변화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안과 또는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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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글에서는 젭바운드까지 세마글루타이드와 동일한 위험이 확인된 것처럼 쓰지 않도록 구분했습니다. 현재 유럽 규제당국이 NAION을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공식 판단한 것은 세마글루타이드가 들어 있는 위고비·오젬픽·리벨서스입니다. (European Medicines Agency (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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