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4일 미 독립기념일 때 한식알리기 행사 음식 준비요원으로 일을 해 350불이 지급된 것으로 돼 있다. 실제로 돈을 지급 받았는가?
“아는 것이 없다. 죄송하다.”
-체크를 받은 적도, 행사에 나간 적도 없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이것은 페더럴웨이에 있는 한 한식당 사장과의 대화다. 똑같은 질문에 벨뷰 근교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모 사장은 “2016년 탈퇴해서 거기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애틀한식당협의체(회장 노덕환)가 지난해 미독립기념일 때 한식알리기 행사를 개최한 후 행사 참가자수를 부풀리고 영수증을 조작해 한식진흥원이 지원하는 보조금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본지는 서북미한식당협의회가 한식진흥원에 보낸 결산서류와 영수증 사본을 입수했다. 이에 따르면 시애틀한식협의체는 7월4일 페더럴웨이 셀리브레이션파크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에 참가해 불고기잡채와 불고기버거 등 한식을 시식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시애틀한식당협의체가 지난해 7월4일 한식을 홍보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를 진행하면서 행사 준비요원 인건비로 20명에게 각기 350불씩 해서 한화 8백만원, 불고기 1만7천달러와 야채 8천달러치 등 식재료 2만8천달러를 포함해 모두 4천3백만원을 쓴 것으로 결산보고서를 만들었다.
한식진흥원은 이 결산보고서를 바탕으로 시애틀한식협의체에 자부담 2천435만원을 제한 2천만원 상당을 보조금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행사 관련 결산자료가 대부분 실제 집행되지 않는 가짜 영수증이거나 조작된 허위자료라는 점이다.
일례로 1만7천달러치의 불고기 영수증만 해도, 실제로 매입하지 않은 채 업체로부터 영수증을 떼 달라고 해서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영수증은 육류공급업체인 ‘SK MEAT’가 시애틀한식협의체 이사장이 경영하던 ‘레드스톤 토우푸(두부) 하우스’에 발급한 것으로 돼 있다. 불고기 공급일자는 행사 일주일 전인 6월28일로 돼 있다.
하지만 이 서류도 조작됐다. ‘SK MEAT’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성승기 이사장이 인보이스를 한 장 보내달라고 해서 깊은 생각 없이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수증을 자신들이 작성한 게 아니라고 밝혔다. ‘SK MEAT’사는 뒷면을 먹지로 한 영수증이어서 수기로 작성한다는 것. 문제의 영수증은 PC로 프린트 돼 있어서, 시애틀한식협의체가 ‘SK MEAT’사 영수증 양식을 받아서 자기들의 돈을 써넣었다는 얘기다. 영수증을 위조한 것이다.
보험 비용도 마찬가지다. 시애틀한식협의체가 문제 행사의 보험 가입 영수증으로 2,540달러짜리를 첨부해 한식진흥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해당 보험사는 1일 행사의 경우 500-1,000달러가 적정가격이라고 밝혔다. 이 영수증 또한 조작됐거나 허위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행사 주최인 시애틀한식협의체 임원들 대부분이 ‘한식당’이 아닌 일식이나 중식, 베트남식당을 경영하고 있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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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덕환 회장은 일식 이자카야와 ‘라불라’라는 퓨전 중국식당을 경영하고 있다. 성승기 이사장은 레드스톤이라는 한식당을 경영하다가 지난해 팔고, 지금은 포타이라는 베트남식당을 경영하고 있다. 윤광수 부회장은 알라스카에서 일식당을 경영하고 있다. 모두 한식과는 거리가 있다.
한식진흥원이 이 같은 시애틀한식협의체를 지원하며 한식알리기 행사 보조금을 지급하는 가운데, 시애틀에서 한식당을 경영하는 인사들은 올 들어 따로 워싱턴주 한식세계화협회를 설립해 별도의 길을 걷고 있다. 이 협회는 옛골식당 이진성 사장을 회장, 강남식당 장병돈 사장을 부회장으로 선임하고, 한식당 경영자만 회원으로 가입시킨다고 한다.
한편 시애틀한식협의체의 결산 영수증 조작 등과 관련해 한식진흥원은 당혹스런 입장이다.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메일을 통해 전달받았으나, 미처 확인이 안 된데다 이미 지난 일이어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고심하고 있는 것.
한식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해외협의체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영수증을 첨부해 결산보고와 함께 보조금 지원을 청구해오면, 이를 일신회계법인에 넘겨서 당 회계법인이 영수증 등에 문제가 없다고 확인하면 보조금을 지급한다”면서, “시애틀협의회도 지난해 2천만원 상당이 지급됐다”고 밝혔다.
한식진흥원의 외주를 맡아 회계 및 영수증을 검증하는 일신회계법인도 가짜 영수증을 가려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해외한식협의체 행사에 대한 지원금 검증방법도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시애틀한식협의체 노덕환 회장은 “사무실을 운영하고 사무국장 급여만으로도 상당한 비용이 지출된다. 한식알리기 행사를 해서 한식진흥원으로 보조금을 받더라도 누군가가 착복하거나 엉뚱한데 쓰이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월코리안뉴스 제공